(@bubble__cm님 커미션)
서로 연모의 정을 가진 이들에게는 붉은 실이 엮여있어, 삶을 달리하더라도 풀리지 않는다고 해요.
계속계속 이어져, 다음 생에도, 또 그다음 생에도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러니 제가 당신의 품을 떠나더라도 슬퍼하지 마세요.
눈앞에 드리운 고통에 잠식되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처럼,
매화 꽃잎과도 같은 새하얀 첫눈이 당신에게 떨어질 때 즈음.
못다 한 정을 품고 당신을 찾아갈게요.
당신에게는 영겁의 시간이 짧은 하루와도 같을 테니,
부디,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려주세요.
주의 사항
* (CoC)크툴루 부름 7판 룰 기반
* 인원: KPC 1명|PC 1명| 1:1 타이만 시나리오
* 키퍼를 제외한 2인 플레이 개변 가능
* 추천 관계: 연인 상정
* 꼭 연인이 아닌 소중한 관계로도 개변이 가능합니다. (제목과 의미가 달라지겠으나, 제목 자체 변경은 하지 말아주세요.)
* 시나리오 배경: 동양풍
* 소요 시간: 4~6시간 (RP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 플레이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 추천 기능: 관찰력|듣기|자료 조사|지능
* 로스트 가능성: O
* RP 위주|전투 가능성 X
* 자컾 헌정 시나리오로, 개변이 많이 필요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개요
플레이 전, 시나리오 관련 전체 공지를 숙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공지 페이지: https://scenario-dob.tistory.com/17
본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얀별(@Yan_star_TRPG)에게 있으며,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과 건의사항은 괜찮습니다만, 악의적인 비방글은 받지 않습니다.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공개된 공간인 SNS에서의 스포일러 발언 · 플레이, 키퍼링 커미션 등을 엄격히 금합니다.
작성자는 아직 크툴루의 초심자로, 시나리오 내에 실수, 오타 등 미숙한 점들이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부디 편하게 건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시나리오는 1:1 타이만으로 작성되었으며, 키퍼링 해주시는 분을 따로 모시고 PC 2인으로의 개변 플레이를 허용합니다.
엔딩 방향을 제외한 플레이에 개변이 가능합니다. 편하게 맞춰 주세요. (창조 엔딩 가능)
단, 개변한 시나리오의 2차 재배포는 금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플레이어 상대방을 속여 데려가는 것을 엄격히 금합니다. 이후 '멘마' '비참' 발언 등,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소비가 이어질 경우 시나리오를 비공개 혹은 2차 지인한정 배포로 대처 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이후 아래부터는 시나리오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키퍼링 예정이신 분들만 열람해주세요.
진상
본 시나리오에서는 창작 주문과 자체 해석이 다른 진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탐사자는 자신의 신부, 즉 KPC가 죽으면서 동시에 동면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자신의 본체로 돌아가 차가워진 시신을 감싸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충격에… 혹은 그가 말한 것처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잠에 든 걸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인 인간과 다른 시간개념 때문인지, 세월은 어느덧 몇십 년, 혹은 백 년 단위로 넘어가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가요? 영원할 것 같던 만년설도 둘이 누운 자리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볕에 녹아 버리고, 이내 그 자리에 자라기 시작한 작은 풀로 앙상한 나뭇가지 대신 푸른 녹음이 둘을 반깁니다.
다시 말해, 탐사자가 지금부터 마주할 상황은 일종의 꿈이자, KPC가 남긴 주술 속 세상입니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주술사 KPC는 '사이에가(룰북 139p)'를 숭배하며 타락한 길을 걷던, 흑술사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서국에 있어야 할 신화생물을 동방까지 끌어들이고, 어둠 속에 갇힌 그 신을 숭배하기까지… 실상 KPC는 악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나, 가문의 부추김에 따라 '사이에가'를 어쩔 수 없이 섬기게 되었을 터입니다. 하지만 무슨 이 비극일까요. 비틀어진 숭배의 길로 그의 힘을 뽑아 직접 주술을 사용하던 가문의 방식 덕에, 힘을 써오던 그의 몸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신의 힘을 멋대로 쓰려 했던 어리석은 자들의 결말일 뿐이지만요.
KPC는 힘을 쓸수록 체내에 독이 쌓여가고, 몸은 무거워져 갑니다. 갈수록 점차 수면 시간도 늘어납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린 것은 이미 늦을 때였기에, 자신이 두고 갈 탐사자에 대해 아쉬움과 슬픔만이 깊게 자리 잡은 KPC. 그리고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짐작하며, 고민 끝에 마지막 주술을 심어두기로 합니다. 주술이 실패하더라도 얼마 살지 못할 몸으로써는, 더 잃을 것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KPC는 다시 한번 탐사자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남은 수명을 건 도박을 시작합니다.
(탐사자가 잠에 빠져들고 흐른 세월은 키퍼님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맞춰주세요. 혹은 2D100 으로 정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또한 KPC는 주술을 심지 않더라도 약 한 달밖에 버틸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주술을 사용함으로써 보름 정도의 생명이 깎여 나가며 모든 걸 미래에 걸게 됩니다.)
(※본 시나리오에서는 KPC가 주술사라는 사실을 탐사자가 알고 있는 상태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흑술사의 가문이나, 뒤에서 이루어지던 어두운 진실은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진행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또한, 탐사자가 처음부터 KPC가 주술사라는 사실을 모른 채로 진행한 후, 뒤에서 진실을 함께 밝혀주셔도 무관합니다. 이 여부에 따라 주술사 관련 설정은 탐사자에게 안내해주세요.)
KPC 정보
KPC가 탐사자에게 건 주술은 탐사자의 꿈속, 즉 무의식의 세계 속에 자신의 혼백을 가두는 끔찍한 마법입니다. 시전자가 죽는 순간 지정된 상대에게 발동되는 이 마법이,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어찌 끔찍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KPC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겠네요. 즉, 탐사자의 앞에 KPC가 나타나는 모습은 눈 요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새하얀, 그리고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피부, 머리, 눈동자를 포함해 모두 하얀색인 KPC의 모습은 이질적이며, 탐사자에게 괴이한 모습으로도 비칠 수 있겠네요.
KPC의 어릴 적 모습이 성인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더라도, 희기만 한 어린아이의 모습은 단박에 KPC임을 알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탐사자의 꿈에 주술이 걸려, 기억을 막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
그로써 탐사자의 앞에 나타나는 KPC는 약 7~8세 정도의 모습으로, 말과 행동 모두 그 나이대를 따릅니다. 탐사자에 관련된 기억은 모두 없이 초면으로 시작하나, 탐사자가 KPC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기억을 되찾아갑니다. 또한 KPC의 영혼은 눈 속에서 재탄생을 하게 되면서 체온이 없이 시작하니, 필히 진행에 주의해주세요.
※현재 KPC의 몸은 지금껏 주술의 사용으로 인해, 시신에 독소가 쌓여 부패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만큼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의 주문으로 영혼을 데리고 나오더라도 무리 없이 살려낼 수 있으니, 진행에 있어 참고 부탁드립니다.
※시나리오 자체상 어린 KPC가 탐사자와 동행하기에, '육아'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탐사자분의 호불호 조건을 확실히 파악하신 후 세션을 진행하심을 권장합니다.
호접몽 (창작 주문)
마력: 4 | 이성: 1D5
꿈속에 등장한 것을 현실로 끌어낼 수 있는 주문.
단, 현실에 물질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끌어내고자 하는 대상이 물체가 아닌 혼백, 정신적인 개념일 때 사용하기 적합합니다. 다만 꿈에서 혼백을 데리고 나오더라도 혼백이 들어갈 육체가 주변에 없을 경우 무용지물이 되며, 예외로 혼백 · 정신을 담아둘 수 있는 주술적인 물체가 현실에서 가까이 있을 경우는 사용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전개
01. 겨울의 시작
<BGM 추천: "[youtube] - 7일의 왕비 (7일의 왕비 OST)">
당신의 눈 위로 쏟아지는 하얀 빛.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옵니다. 창밖에서 쌓여있던 눈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산새가 지저귀며 날아가는 소리… 모든 것은 변함없이 똑같고, 당신을 반겨옵니다. 하지만 정작 "긴 밤, 편히 주무셨나요?" …조곤거리는 목소리는 당신을 반기지 않습니다. 아직 잊히지도 않습니다. 매 아침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누워있는 침상의 옆켠은 온기 없이 싸늘하고, 새근거리며 들려오는 숨소리는 이제 들려오지 않습니다. …모든 건 빠짐없이 똑같은 삶인데, 오직 '그'만은 당신의 공간에 없네요.
하지만 오늘도 방 안의 온기는 따스합니다. 설원의 추위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당신에게 위협조차 될 수 없지만, 연약해 보이던 KPC가 혹여나 감기에 걸릴까, 추위에 몸을 떨지 않을까 따스하게 데워두는 것이 습관으로 남았으니까요. …그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사실 나날을 세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면 어떻고, 몇 년이면 어떤가요. 당신이 홀로 남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는걸요.
(탐사자에 따라 KPC가 죽은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탐사자를 속이는 기분이 되겠지만… 1D10년이 지난 것 같으나, 드래곤으로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남들과 다르기에, 아마 "그쯤 되었다 느껴진다."라고 풀어주세요.)
KPC가 세상을 뜨기 전 당신에게 남겼던 위로. …겨울이 찾아오고 새하얀 첫눈이 찾아올 때 즈음. 그가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 인간들은 그런 윤회, 환생과도 같은 설을 줄곧 믿고 따랐었지요. 괴로워하는 당신을 보며 위로하고자 그런 말을 남겼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비하면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그런 것을 위로랍시고요. …짧은 삶을 살다 가버리는 것에는 익숙하나, 오직 그가 떠나고 나서 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작은 존재가 이렇게까지 크게 마음속을 채웠을지, 누가 알았을까요.
하지만 그의 위로는 거짓말뿐입니다. 이곳은 만년설이 덮인 '설원'. 첫눈이라는 것은 애초에 찾아볼 수가 없는걸요. 약한 온기가 서리는 날이 있으니 아예 계절 자체가 나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시때때로 내리는 눈은 가히 '첫눈'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에 배신감을 느꼈나요? 아니면 거짓말에 기대서면서도 영원에 가까운 기다림을 선택하셨나요?
…하지만 이 설원에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요.
그렇게 탐사자, 당신은 이번에도 기약 없는 겨울의 시작을 맞이합니다.
… …
…
탐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면, 오래전 설산에서 나던 겨우살이를 가져다 장식해둔 화병이 보입니다. 제대로 된 꽃이 나지 않아 화려하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밝게 하고 싶다며 KPC가 꽂아두었던 것들이네요. 그가 떠나고 제대로 된 관리가 없었으니 볼품없이 바싹 말라서 이젠 약재로도 쓸 수 없어 보이지만요. 그리고 주변에는 두 사람이 함께 책을 모으며 꽂아두던 [책장], 그리고 [탁자], 마당으로 통하는 [뒷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탐사자의 성향에 따라, 이후 뒤에 나올 [탁자]의 조사 내용을 지금으로 당기셔도 무관합니다. 혹은 [탁자] 조사가 지금 가능하지만, [찻잎이 담긴 통]이나 [다도 도구]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진행해주셔도 즐거울 거라 생각합니다.)
[책장]
얕게 먼지가 쌓여있는 책장. 한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손끝에 먼지가 묻어납니다. 이렇게 관리를 소홀히 지속하다가는 책의 상태들도 나빠지겠어요. 빼곡히 들어찬 책들은 KPC가 주로 익히던 주술에 관련된 것들, 혹은 두 사람이 함께 기록한 것들, 장에서 구해온 귀한 책들도 간간이 보입니다.
《자료 조사》
성공▷ 책장에서 손이 가는 대로 책을 빼내자, <일지>와 <주술책>이 보입니다. 내용은 대략적인 정리로 아래와 같습니다.
<일지>
xxx. xx. xx
목조 건물을 수리하기 위해, 마을에서 □□목수를 호출.
xxx. xx. xx
탐사자와 함께 마당 청소, 창고 정리
xxx. xx. xx
묵은 옷을 정리하고, 탐사자와 새로운 옷을 짓기 위해 ●●상단의 상인을 호출.
xxx. xx. xx
●●상단에 주문해두었던 옷을 찾으러, 탐사자와 함께 장터를 다녀오는 날.
약초 씨앗도 함께 구입.
xxx. xx. xx
뒷마당 약초밭을 가꾸고, 새 씨앗 심기.
xxx. xx. xx
텃밭을 가꿀 기구를 위해, ◇◇대장장이를 호출.
xxx. xx. xx
지붕 수리를 위해, 마을에서 ○○목수를 호출.
xxx. xx. xx
새로운 기구 제작을 위해 □□대장장이를 호출.
…
아, 글을 읽자 새록새록 당신도 기억이 납니다. 일지에는 두 사람의 집을 가꾸면서 필요했던 것들. 즉 장인들과 상인을 호출했던 기록을 남긴 일지입니다. 굳이 이 정도로 기록을 해야 하나 싶지만 내용을 보고 있으니… KPC는 먼저 호출했던 장인들의 실력이 못 미더웠나 보네요. 같은 목수나 상인, 대장장이가 필요하더라도 같은 사람을 재차 호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긴, 두 사람의 장소에는 언제나 신경을 많이 쓰던 그였으니까요.
(가문에서 홀로 남은 KPC가 끝까지 힘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들일 때마다 제물로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두 번 다시 같은 사람을 호출할 수는 없었겠지요.)
<주술책>
KPC가 수많은 주술책 중, 자주 꺼내 보던 서책입니다. 펼쳐보면 기본적인 주술사의 소양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마음을 맑게 갖고, 자신보단 남을 위해 힘을 사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네요. …하지만 이 책을 꺼내 읽을 때마다 쓸쓸한 미소를 짓던 KPC가 생각납니다.
《지능》
일반 성공▷ 문득, 그가 오래전 자신을 주술사라 소개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주술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이런 무능한 주술사는 되고 싶지 않았지요."라는 말을요. 어두운 안색 탓에 무어라 묻지는 못했으나, 그는 실제로 자신의 힘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술에 기반이 되는 힘이 약하다고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언제나 주술을 쓰고 난 후,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었지요.
어려운 성공▷ 문득, 그가 오래전 자신을 주술사라 소개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주술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이런 무능한 주술사는 되고 싶지 않았지요."라는 말을요. 어두운 안색 탓에 무어라 묻지는 못했으나, 그는 실제로 자신의 힘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술에 기반이 되는 힘이 약하다고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언제나 주술을 쓰고 난 후,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었지요. 어쩌면 주술 자체가 그의 몸에 무리를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실패▷ 문득, 그가 오래전 자신을 주술사라 소개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주술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이런 무능한 주술사는 되고 싶지 않았지요."라는 말을요.
[뒷문]
추위를 막고자 겹겹이 발린 창호지가 보이는 문. 새하얀 창호지는 바깥의 햇빛 때문인지 더 밝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곳을 통해 뒷마당에 있는 약초 텃밭으로 나가고는 했었지요. 설원에서 고운 꽃을 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는 두 사람을 위해, 혹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며 작은 약초를 가꾸곤 했습니다.
졸린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던 침상, 그가 종종 서서 책을 꺼내 읽던 책장… 그리고 수많은 서책들. 하나하나 눈에 담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다른 곳을 다 둘러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시나리오의 흐름상 천천히 흘러가기에 탐사자가 차근히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BGM 추천: "[youtube] - Flower Blossom (기황후 OST)">
…
탐사자가 뒷문을 열어보면, 밝은 햇살이 탐사자를 향해 쏟아집니다. 하지만 괴로울 정도로 눈을 찌르는 빛은 곧 눈을 몇 번 깜박이자 사그라들고… 탐사자의 눈을 가득 메우는 건 뒷마당에 펼쳐진 새하얀 눈. 발목을 넘어설 정도로 소복이 쌓인 눈은 발자국의 흔적도 없이 깨끗하기만 합니다. 더이상 약초가 자라지 않는 텃밭은 풀 한 조각 보이지 않고, 저 멀리… [매화나무] 한 그루만 보이네요.
두 사람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건재했던 나무. 하지만 당신은 단 한 번도 이 나무에서 꽃이 핀 모습을 본 적 없습니다. 말라서 죽은 게 아닐까 싶다가도 생기를 띄고 있는 나무는, 그저 꽃을 피우지만 않았을 뿐입니다.
《관찰력》
성공▷ …? 아, 온통 세상이 하얀 눈에 덮여있다 보니 몰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에 작은 꽃이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 덕에 티가 나지는 않지만, 하얀색의 매화꽃이 틈틈이 피어있네요. …어째서 날이 더 추워지는 지금 꽃을 피워낸 걸까요. 단 한 번도 꽃봉오리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게 꽃을 살피고 있다 보면, 나무 아래에 유독 눈이 볼록하게 높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실패▷ …?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아래에 유독 눈이 볼록하게 높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탐사자가 나무 아래 쌓인 눈을 살피려 하면, 손을 뻗는 손등 위로 새하얀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손등에 닿자마자 녹아 버리는 건… 눈? 오늘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에서는 하늘하늘 작고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이 정도라면 눈이 심하게 쌓이지는 않을 테니 다행일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아래에서 뽀드득, 눈 소리가 납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내리면… 손? 볼록하게 솟아있던 눈 사이로 작고 새하얀 손이 보입니다. 피부가 얼마나 새하얀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손이라고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탐사자가 그 손을 잡아당기거나 눈을 파헤치면, 눈 안에서는 말 그대로 새하얀, 작은 어린아이가 나옵니다. 얇은 옷 하나만을 입은 채 신발도 없이 눈 바닥 아래에 누워 있는 아이. 아이는 당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감고 있던 눈을 느리게 뜨며 깜빡입니다.
"… …"
하지만 아이는 당신을 마주했음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탐사자를 살피듯, 느리게 눈동자를 굴릴 뿐이에요. 마치 피부만큼이나 새하얀 눈동자. 은은한 그림자가 지지 않았더라면 흰자위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거의 7~8세 정도나 되었을까요? 새하얀 눈,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눈처럼 새하얀 머리. 그리고 피부는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그 어떠한 생물도 이 정도로 차갑지는 않을 거예요. 싸늘하게 식어버린 KPC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인간이 맞나? 기이함이 느껴집니다. 《SAN 0/1》
《지능》
성공▷ 아이를 보고 있자니, 동방에 떠돌던 '설인' 혹은 '눈 요괴'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한 번도 이곳의 요괴를 본 적은 없지만… 드래곤인 당신이 있는데 또 다른 존재가 있다 한들, 이상할 건 없지 않나요?
KPC 메모
KPC는 이때 비밀 다이스로 《건강》판정을 진행해주세요.
판정에 실패했을 시, 기침하는 등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 부분은 필수가 아닌 즐거움 요소를 조금 더 추가하기 위한 것으로, 키퍼님의 취향에 맞게 진행해주셔도 좋습니다.
…아이는 대체 누구일까요. 어디서 왔길래 당신의 마당에, 그것도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걸까요. 당신이 아무리 말을 걸고 질문을 하더라도,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텅 비어있는 듯한 하얀 눈에 당신을 담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체온이 찬 것도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눈 속에 얼마나 오래 파묻혀 있었을까요. 얇은 옷차림을 보아하니, 몸을 데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을 걸다 보면, 약한 힘으로 몸이 당겨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가 작은 손으로 당신의 옷을 잡고 있었네요. 순간, 아이의 입이 달싹거린다 싶더니 미약한 목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더듬더듬, 나오는 말을 들어보자… ? 당신이 아이에게 했던 말이잖아요? 이외에도 아이는 짧게, 조금씩 탐사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따라 합니다. …마치 구관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KPC는 아직 탐사자가 하는 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못합니다. 이제 막 태어난 백지상태로, 그가 했던 말을 따라 하는 것이 최선이며, 무의식적으로 탐사자를 의지하며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탐사자가 KPC를 두고 가려 하더라도 그를 따라가려 애씁니다.)
… …
두 사람이 몸을 녹이기 위해 방으로 들어오자, 탐사자에게는 아무 감흥도 주지 못했던 따뜻한 온기가 아이에게는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작 밖에 있을 때는 추위에 떨지도 않았으면서, 방안의 온기를 느끼자 그제야 추위를 깨달은 듯 가늘게 몸을 떠네요. 방을 둘러보며 이불이 덮인 침상 위를 애틋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관찰력》
성공▷ 아이를 돌보던 탐사자가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저것 올라가 있는 탁자 위에 [찻잎이 담긴 통]과 [다도 도구]가 눈에 띕니다. KPC가 즐겨 마시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혹시 아나요? 따뜻한 차를 우려 마시면 차갑던 몸도 금세 온기를 되찾을지도 모르죠.
실패▷ 아이를 돌보던 탐사자가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저것 올라가 있는 탁자 위에 "다도 도구"가 눈에 띕니다. KPC가 즐겨 마시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혹시 아나요? 따뜻한 차를 우려 마시면 차갑던 몸도 금세 온기를 되찾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찻잎이 보이지 않네요. KPC가 떠난 이후로 사용하지 않았으니 다 떨어졌을 수도 있을 테고요. …따뜻한 물이라도 끓여 마시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판정 성공 시 다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에 표기 해두었으나, 실패할 시에는 특별히 사용할 일이 없기에 따로 표기해두지 않았습니다. 단서는 통에만 존재하며, 의미가 중요치는 않으니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또한, 지금이 아닌 앞에서 탁자를 먼저 확인하셔도 무관합니다.)
[찻잎이 담긴 통]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늬가 새겨진, 자기로 만들어진 작은 통입니다. 뚜껑을 열어보자 부드러운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 향이 당신의 코를 자극하네요. 품질 좋은 청차(靑茶)가 통의 절반가량을 채우고 있습니다.
《행운》
성공▷ 그렇게 차를 우리기 위해 찻잎을 덜어낼 때, 순간 통의 바닥에 그려진 무언가가 보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글씨로 이루어진 원형이 몇 개씩 겹쳐있는 문양이네요. 글씨를 읽어보려 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원래부터 그려져 있던 거였나요? 보고 있으니… 어쩐지 머릿속이 술렁이는 듯 기이한 느낌을 안겨주기까지 합니다. 《SAN 0/1》
(KPC와 주로 관련된 것에 남아있는 주술의 흔적입니다. 이 흔적이 있는 것들을 가까이하면서 KPC는 성장하고, 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또한 이성 판정은 진을 처음 본 순간만 진행되며, 이후로 마주할 때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다도 도구]
다기 옆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도구들. 상태가 좋아 언제든 사용하기에 문제없어 보입니다. …처음 이 도구들을 장만했을 때는 어땠었나요. 앞으로 이어질 두 사람의 생활에 들떠, 그가 서툰 손길로나마 찻잔에 두 사람의 이름을 새기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신에게 직접 조각을 해주겠다며 손에 든 그 칼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요. …그 흔적은, 그가 없는 지금도 여전하네요.
(이 부분은 두 사람의 추억을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 추가되었습니다. KPC인 아이가 이 흔적을 보며 질문하거나, 관심을 보여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차를 나눠 마시면, 아이는 몸이 차가운 만큼 뜨거운 것에 약한지 한참 후후 불어가며 식혀 먹는 모습을 보입니다. 종종 혀나 입천장을 데었는지 화들짝 놀라기도 하네요. 그렇게 느릿느릿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아이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탐사자의 곁에 꼭 붙어 있습니다.
《관찰력》
성공▷ …? 노곤노곤 당신에게 기대있는 아이를 자세히 보니, 눈마냥 하얀색으로 질려있던 피부에 혈색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 보입니다. 옅은 분홍기를 띄기 시작하더니 화지에 색이 번지는 것마냥 천천히 제 색을 찾아가네요. 그와 동시에 당신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끝이, 아까와는 달리 따뜻한 온기를 띄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패▷ …? 노곤노곤 당신에게 기대있는 아이를 자세히 살피니, 당신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끝이, 아까와는 달리 따뜻한 온기를 띄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KPC의 첫 흔적을 흡수함으로써 위의 현상과 동시에 아이는 느리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탐사자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가 담긴 말이며, 7~8살 아이가 할 정도의 대화임을 유의해주세요.)
"…추워요."
? 아이를 살피고 있는 사이, 작게 웅얼거리며 들려오는 목소리. 아이를 다시 바라보니 아이는 이상한 점을 못 느끼는 듯 웅얼거리며 재차 춥다고 말을 합니다. 아까까지는 당신의 말만을 따라 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대화를 해줄 마음이 든 걸까요? 작은 인간이 당돌하기 짝이 없습니다.
KPC 대화 예시
이름이 뭐니? 왜 우리 집 마당에 쓰러져 있던 거지? → …이름, 이 뭐더라…? 그런 기억은 없어요. 눈을 떴을 때부터 거기에 누워 있었는걸요. 저, 길을 잃은 건가요? 저희 부모님은요?
부모님은? 기억이 없다고? → 부모님이요? …모르겠는데. 혹시 저희 부모님 못 보셨어요? 절대 저 혼자 두시지 않을 텐데…?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밤에 잠들었던 기억 이후에는… 하지만 다른 기억도 희미해서 잘 모르겠어요.
집이 어딘지 말하면 데려다주마. → … …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매일 부모님을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어요! 저희 집 굉장히 넓고 컸으니까 밖으로 나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왜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았던 거지? → …? 말을 하고 있었는걸요? 계속, 계속 말했는데…? 못 알아들으셨나요?
자신이 말을 걸었다며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아이. 계속 당신의 말을 따라 한 게 전부였으면서.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미간이 좁혀지지만, 자신의 이름, 가문, 집의 위치까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니 다른 의미로 골치가 아파옵니다. 당신이 지내고 있는 이 집은 마을에서도 구석진 곳에 있는 장소. 인적이 드물어 쉽사리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인구가 밀집된 곳에 가야 할 것 같은걸요… 예를 들자면… 그래요. 저녁에 마을 중앙에서 장터가 열릴 테니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순간 탐사자의 옷자락이 당겨지며 가늘게 떨림이 느껴집니다. 시선을 따라 내리면 떨리는 몸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는 아이가 다시 한번, "추워요."라는 말을 하네요. 아까와는 달리 혈색이 돌기는 하지만… 확실히 아이의 옷에 묻은 눈이 녹으면서 축축해져 있습니다. 이대로 젖은 옷을 두면 몸을 덥힌 것도 소용없이 고뿔에 걸리고 말 거예요.
《지능》
성공▷ 성인인 KPC와 탐사자의 옷이 아이에게 맞을 리가 없겠지만… 적어도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요. 방에 있는 '옷장'에서 적당히 가장 작은 옷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탐사자가 옷을 찾기 위해 옷장을 바로 떠올리면 《지능》 판정을 진행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만약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끝까지 떠올리지 못할 경우에는 지능 판정을 추가해, 힌트를 주세요.)
<BGM 추천: "[youtube] - The Sad Love Story Ost - Instrumental">
… …
탐사자가 그렇게 옷장을 뒤져보면, 따뜻한 털이 부착된 붉은 옷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전 KPC가 즐겨 입던 옷이에요. 하얀 설원 위에 서 있자면, 이 옷 덕분에 그가 눈에 잘 들어왔던 때가 생각납니다. …허리를 끈으로 여미는 옷이기에 치수가 크더라도, 적당히 고정해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PC 메모
본 시나리오는 탐사자와 KPC가 성인이 된 후 만났다는 것을 전제로 적었기에, 나오는 옷도 성인 사이즈에 맞춰 적혔습니다. 하지만 KPC가 어릴 때의 옷도 잘 보관하는 성향이라면, 탐사자가 그것을 떠올려 KPC의 어릴 때 옷을 찾아주는 쪽으로 개변하셔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때에도 KPC인 아이가 추억에 관련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어도 즐겁겠지요…?
하지만 어릴 때의 옷도 한계가 있기에 장터로 새 옷을 마련하거나, 그대로 부모를 찾아주러 나갈 수 있게끔 상황을 잘 유도해주세요.
Q. 탐사자의 몸이 KPC보다 작을 때는 어떻게 되나요? KPC의 옷보다 탐사자의 옷을 찾아주지 않을까요?
A. KPC가 남긴 편지의 내용과 위치를 개변해주시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탐사자의 옷을 정리하던 KPC가 그를 걱정하며 넣어둔 편지, 그리고 탐사자가 가장 즐겨 입던 옷으로요.
그리고 탐사자가 그 옷을 선택해 꺼낸다면,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게 접힌 종이 하나가 옷에서 떨어집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로 접힌 종이는 조금 오래되었는지 끝이 낡아 있네요. 펼쳐보면 아래와 같은 글이 보입니다.
오랜만이에요, 탐사자.
이 옷을 꺼내셨다는 것은, 탐사자가 저를 떠나보내려 준비를 하고 계신다는 걸까요?
그도 아니라면, 저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새기시려는 걸까요. 어느 쪽이어도 탐사자의 행복을 위한 길이겠지요?
탐사자는 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신경 쓰던 것… 모두 알아주셨으니, 가장 먼저 꺼내시는 옷도 이 옷일 거라 생각했어요. 모든 것은 제가 당신의 곁을 떠난 이후겠지만요…
오늘 아침은 쌀쌀하지 않으셨나요? 홀로 계시더라도 방에 불을 올려두셔야 할 텐데, 제가 없다고 잊지 않으셨을까 걱정이랍니다. 저 때문에 끼니를 거르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이렇게나마, 제가 없는 미래를 상상하며 탐사자를 걱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탐사자를 향해 이런 편지를 남기는 것도 저의 못다 한 연서라 생각해주셔요.
제 평생 하나뿐인 정인.
부디, 부디 다음 생에서는 당신과 함께할 수 있기를…
《관찰력》
성공▷ KPC가 죽기 전 남겼던 편지. 당신을 걱정하는 절절함은 그때도 지금도 변치 않았습니다. 그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떠날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었네요… 그럼에도 자신의 연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쪽지를 살피고 뒤집어보니, …? 뒤에는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색 글씨들이 둥근 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까 차가 담겨있던 통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모양이네요.
실패▷ KPC가 죽기 전 남겼던 편지. 당신을 걱정하는 절절함은 그때도 지금도 변치 않았습니다. 그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떠날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었네요… 그럼에도 자신의 연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적당히 아이가 옷 입는 것을 도와주면, 헐렁한 옷의 소매가 축 늘어져 내려옵니다. …역시, 고정은 시킬 수 있어도 아이가 입기에는 무리였네요. 갈아입지 않는 것보다야 낫지만 신도 없이, 이런 몰골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마냥 좋다며 긴 소매를 들었다 놨다, 신을 신지 않은 맨발을 꿈질거립니다.
《지능》
성공▷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근래에 이렇게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던가요? 시간은 어느덧 인시(오후 3~5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밀집한 마을의 중앙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은 후 장터를 찾는 것이 좋겠어요. 오늘은 특히나 장이 크게 열리는 날이니, 주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그곳을 찾을 테니까요.
(이미 앞서 나왔던 힌트로, 탐사자가 《아이디어》 요청을 먼저 시도한다면, 쉽게 알려주셔도 괜찮습니다. 난이도 조절을 위해 판정 없이 지문으로 안내 주셔도 무관하니 편히 진행해주세요. 또한 그럴 탐사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집에 아이를 두고 홀로 장터를 다녀오려 한다면, KPC는 제 나이답게 떼를 써주세요. 홀로 있기를 두려워하고,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몰래라도 따라가려는 행동을 취합니다.)
… …
KPC 메모
바로 당일 장터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 장터가 열린다. 라고 개변하신 후 하루 동안 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괜찮습니다. 느긋하고 일상 RP를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편하게 개변하여 즐겨주세요.
이 경우, 장터에 들어섰을 때 예시로 드린 BGM 보다는 조금 더 신나는 곡을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02. 매화꽃 필 적에
"업어주세요."
함께 장터로 가는 것이 결정되고 나가려 하자마자, 냉큼 떨어지는 목소리. 당돌하다고까지 생각되기는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잖아요. 의자에 앉아 달랑거리는 작은 발은 차마 큰 신발을 신겨 데려가더라도 걷기 힘들 것입니다. 당신을 향해 두 손을 쭉 뻗은 아이는 순수한 얼굴 그 자체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부모에게 요청하듯이요.
(탐사자에 따라서 업는 것이 아닌, 앞으로 안아주려는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두 사람의 RP에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지만, 아이가 등에 업혀서 탐사자의 뿔을 만져보고 싶다 말을 한다거나, 높이 올려달라거나… 다양한 이유를 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은, 아이가 탐사자에게 앞으로 안기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어 탐사자가 아이의 성장을 눈치 못 채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탐사자가 KPC를 업고 장터로 간다면, 사람도 아닌 탐사자가 무엇이 힘들까요. 작은 아이는 새의 그것마냥 가볍기 그지없습니다. 제대로 등에 붙어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그저 간간이 당신에게 말을 걸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종알거리며 떠드는 목소리로 아이의 안부를 알 수 있을 뿐이지요.
"이 옷, 누구의 옷인가요?"
"탐사자의 옷 같지는 않아요. 조금 더… 작은 것 같은데."
"집에는 저희 둘밖에 없지 않았나요?"
잠시간이지만 말을 못 했던 것이 서러울 정도로 떠드는 아이. 자신이 입은 옷이 신기한지 연신 소맷자락을 팔랑이며 물어옵니다. 당신이 즐겨 입는 옷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옷이라 신기한 걸까요. 그야 그렇겠지요. 아직도 당신에게는 옷에 베인 KPC의 향이 코끝에 스쳐집니다.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부는 겨울 길을 따라 걷더라도, 어찌 그의 향을 잊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탐사자의 대답을 듣고, 이런저런 KPC에 대한 이야기를 묻습니다. 탐사자가 대답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눈치까지 봐 가면서요. 오랜만에 누군가와 이토록 떠드는 것이 당신에게는 반가운 일인가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갈 때 즈음. 저 멀리 장터를 알리는 등불들이 붉게 빛나며 두 사람을 반깁니다.
<BGM 추천: "[youtube] - 비익련리(比翼連里)">
… …
장터로 들어가니, 벌써부터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신처럼 멀리서 찾아온 사람과 장사꾼들, 갖은 고기를 구워 팔거나 달콤한 설탕물을 입힌 과일도 보이네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왔는지, 꼬마 아이들은 양손에 동물 모양 장난감을 들고선 당신의 옆을 뛰어 지나갑니다. 갑작스러운 인파 속에 파묻혀 넋을 잃었는지, 이곳에 오는 종일 당신을 향해 떠들던 아이도 말을 잃고 주변을 둘러보기 바빠 보여요.
인파를 헤치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동물 가면 가게], [의복 가게], [보물찾기 가게] 등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신기한 것은 한가득이니… 느긋하게 둘러볼까요?
(어느 가게를 먼저 찾더라도 아이는 이미 성장을 마친 후이기에, 가게 주인의 대사는 모두 통일되어 시작합니다. 가벼운 놀이 코스처럼 즐겨주세요.)
[동물 가면 가게]
알록달록한 가면이 가득한 노점상. 어린아이들이 앞에 옹기종기 모여 구경을 하고 있네요. 아이들에게 상술을 펼치고 있던 가면 가게 주인은 당신이 다가오자 함박웃음을 짓더니, 당신의 등 뒤에 있던 아이를 보며 말을 겁니다.
"이야, 정말 새하얗네! 마치 눈꽃 송이가 사람이 되었다고 믿어도 되겠소."
"이 설원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가 바로 너일 거다! 눈만 버찌처럼 붉은 것이, 정말 눈으로 만들어진 눈요괴라 해도 믿겠소!"
"그나저나 큰 아이인데 아직 가면을 좋아하는 거요?"
(눈의 색은 KPC의 외형에 걸맞게 바꿔주세요. KPC의 모습은 현재 14~15살 정도로, 색이 돌아온 부분은 눈과 피부색밖에 없습니다.)
요괴? 손님에게 요괴라니요! 악의 없어 보이는 장사꾼의 미소를 보니 그저 신기하다는 말을 저리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 붉은 눈이라니요? 차라리 하얀 구슬에 비유하면 모를까, 붉은 홍등에 비쳐 그리 보이는 걸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당신의 등을 두드리며 아이는 신이나 내려달라고 하네요. 가면을 구경하고 싶다면서요. …그렇게 아이를 땅에 내려주는 순간… ? 영차,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온 것은 족히 14살은 되어 보이는 아이. 분명 처음 만난 아이는 이 정도로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이가 오는 길에 다른 사람과 어디서 바뀌었나? 싶어도 외형은 그대로이니…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SAN 0/1》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아이는 그저 해맑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노점상에 걸린 가면들을 보며 이것은 어떠냐, 봐달라며 당신을 잡아당깁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가게 주인의 말처럼 눈이 붉네요. 분명 새하얀 진주처럼 은은하던 하얀 눈동자가 이제는 선명한 붉은 색을 띠며 당신을 마주합니다. …붉은색의 눈이라니, 익숙하다 못해 아이에게 기묘함마저 느껴집니다.
(탐사자가 KPC에게 사정을 물어도 자신의 아이는 답을 내어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몸이 자란 것에 대해 의아함을 품지 않고, 원래부터 이런 몸이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또한 14~15살 수준의 지식을 가진 상태임을 유의해주세요. 또한 지금부터는 KPC의 기억과 관련된 취향, 입맛 등을 되찾아갑니다. 어린 KPC가 고르는 것마다 탐사자가 익숙함과 기시감을 느끼도록 해주세요.)
"저, 이것으로 할래요."
말과 동시에 탐사자의 앞에 가면 하나가 불쑥 들이 밀어집니다. 하얀 토끼 가면이네요. 아이가 당신에게 고른 가면을 보여주며 자신이 다시 써보는 동안, 문득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이곳의 장터도 예전 KPC가 거동을 할 수 있었을 때 찾았던 곳이에요. 함께 먹거리를 즐기고 물건을 사며, 동물 가면을 썼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능》
성공▷ 그때는 무슨 가면을 썼었던가요,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가면으로 얼굴을 덮는 아이. …그래요. 기억났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이가 썼던 가면도 저 아이가 고른 가면과 같았지요. 이 이상한 기시감은, 그리움으로부터 자라나는 거였나요.
실패▷ 그때는 무슨 가면을 썼었던가요?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닐 텐데, 벌써 그를 잊어가는 걸까요?
[의복 가게]
단출한 옷부터 화려한 옷까지, 사람이 많을 때를 놓치지 않고 온갖 옷을 꺼내둔 의복 가게. 세상의 온 천이란 천은 다 모아다가 올려둔 것 같습니다. 초반에 이 마을에 자리 잡았을 때, 이 가게에 들러 KPC와 함께 옷을 지어 입었던 때가 기억나네요. 탐사자가 가게의 주인에게 KPC의 옷을 요청하면, 주인은 반갑게 맞이하며 아이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옷을 맞춰줍니다.
(큰 장이 열린 만큼 가게의 주인은 두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할 것입니다. 1D2을 굴려, 1=바가지가 씌워진다, 2=아이가 걸치고 있던 KPC의 옷을 알아보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로 진행해주세요. 작은 이벤트 겸으로 넣은 부분이니 《대인 기능》을 사용해서 상황을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예시 지문]
2. 아이가 걸치고 있던 KPC의 옷을 알아보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았다.
곤란한 얼굴로 연기를 하며 두 사람에게 가격을 더 내릴 수 없다 말하던 주인은, 문득 아이가 걸치고 있던 옷을 보다가 눈이 화등잔만 해집니다. 그리고는 옷을 들어 자세히 살펴보네요.
"이거, …저희 가게에서 지은 옷이네요?"
"분명히 기억합니다. 꽤 오래전, 주문하신 옷을 전달하기 위해 저희 남편이 먼 곳으로 떠났던 것을요."
"…산 호랑이에게 물려간 건지, 눈 폭풍에 휘말린 것인지 돌아오지는 못했다는 것이, 한으로 남았습니다만…"
거기까지 말을 한 가게 주인은 서글픈 눈으로 옷을 몇 번 매만져 보더니, 이내 옷은 그냥 가져가라 합니다. 사라진 가족의 흔적을 보게 되어 기분이 이상하다면서요. …다행인 걸까요? 그렇게 슬퍼 내쫓는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말이에요.
[보물찾기 가게]
붉은색 주머니가 가득 담겨있는 통에서 하나를 골라 뽑을 수 있는 보물찾기 가게입니다. 장사꾼은 "꽝은 없으니 안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넉살 좋은 미소를 짓네요. 붉은색 주머니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화려한 황금색 수가 놓여 있습니다.
(자유로운 RP가 가능한 이벤트입니다. 단, 1D2를 굴려 1=KPC가 생전 좋아했던 물건, 2=KPC가 생전 싫어했던 물건을 뽑는 것으로 진행해주세요. 이 또한 탐사자에게 기시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단서입니다.)
… …
물건을 뽑자, 당신에게 들어 올려 자랑을 하는 아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라며 방싯 웃어 보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니 다행일까 싶은데… 물건이, 많이 익숙하네요. 분명 KPC가 좋아했던 것이랑 비슷해 보여요. 그의 생전 함께 추억이 쌓였던 곳에 와서일까요? 새록새록 세상을 떠난 KPC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속마음을 모르는 채로 떠드는 순수 자체의 아이 때문에, 더 자극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KPC가 아니라면 인간과도 거의 소통을 할 일이 없던 당신이기 때문이지요.
<BGM 추천: "[Incompetech] - Asian Drums by Kevin MacLeod">
《관찰력》
성공▷ 그렇게 두 사람이 얼마나 장을 둘러보았을까요. 신이 나 앞서가는 아이를 쫓는 사이, 장터의 바닥에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꾸물꾸물 뭔가 얽히고설킨 듯 움직이던 것들은, 이내 글씨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면서 선을 만들어내네요.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 쭉 뻗어 나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인지 제대로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집에서 보았던, 검은색 글씨로 만들어진 원형 모형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네요.《SAN 0/1》
실패▷ 그렇게 두 사람이 얼마나 장을 둘러보았을까요. 신이 나 앞서가는 아이를 쫓는 사이, 장터의 바닥에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꾸물꾸물 뭔가 얽히고설킨 듯 움직이던 것들은, 이내 글씨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면서 선을 만들어내네요. …? 하지만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것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SAN 0/1》
(마찬가지로 주술의 흔적입니다. 성공 시에는 바닥에 보이는 진이 계속 사라지지 않으며, 이 장터를 완전히 두르고 있는 형태로 거대하기에, 정확히 원형이라는 것을 가까이서는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검은색의 '글씨'를 닮은 '무언가'가 집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왜 안 오시나요?"
불길한 것을 보고 있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그 아이겠지요. 당신이 멈춰 서서 오지 않음에 스스로 데리러 왔는지,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 아까의 모습보다 더 훌쩍 커버린 아이가 보입니다. 거진 18세는 되어 보이는걸요…? 하지만 의복 가게에서 맞춘 옷은 원래부터 이때 맞췄다는 듯, 전혀 작은 태를 보이지 않습니다. 꼭 맞는 옷과 신발. …어떻게 이렇게 크고 있는 걸까요. 그는, 정말로 '요괴'라도 되는 걸까요?
《정신력》
성공▷ 아이를 보고 있자니, …무언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익숙하고, 잊으면 안 되는 것이요. 아이는 분명 당신에게 '익숙'한 것 같은데, 도저히 무엇 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물에 번진 먹처럼 흐려진 것 같아요.
실패▷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냥 해맑아 보이는 모습에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일단 지금은 당신의 가슴이 허전하지 않은 것을요.
당신이 걱정되는 듯 손을 뻗은 아이는, 손을 겹쳐 잡자마자 웃으며 차분한 말을 건넵니다.
"주변에 가족과 함께 온 사람이 많아요."
"저희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가족으로 보일까요?"
"탐사자가 홀로 지내시는 만큼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탐사자의 가족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의 가족은… …"
(KPC는 다시 한번 성장을 거치면서 자신의 가문에 대해 기억해냅니다. 어릴 때는 몰랐으나 악한 주술을 사용하는 집안 내력을 알게 된 이후이기에 현재 가족에게는 부담감만 갖고 있을 뿐입니다. 탐사자가 가족에 관해 묻는다면 솔직하게 대답은 해주지 않지만, 가족에 대해 기억이 난 사실이 있으나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다. 라고 거절합니다. 또한 여전히 자신의 이름만큼은 거절하지 못하니 유의해주세요.)
어딘가 어두운 기색을 보이던 아이는 집의 위치를 묻는다면 어색하게 모른다고 답합니다. …그의 모습을 보면 전혀 모르는 것 같지 않은데… 뭐, 급한 일은 없으니까요. 적당히 늦지 않은 시간에 귀가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되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데리고 있기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빠른 모습의 변화가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순간,
눈앞에 하늘거리며 하얀 무언가가 날아갑니다. 하나, 둘… 가볍게 눈송이가 흩날리는 듯했던 것은… 꽃잎? 새하얀 꽃잎이네요.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는 인식하지 못했던 매화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꽃잎들. …대체 언제 피었던 거지요? 집 뒷마당에 피어있던 매화나무처럼, 이곳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당신보다 먼저 꽃이 피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나 봅니다. 하얀 꽃을 구경하며 풍미를 즐기는 모습이네요.
《듣기》
성공▷ 나무 아래에서 모여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가 언뜻 귓가에 스칩니다.
"역시 악한 기운이 걷히니 확실히 태가 나는구먼."
"변화가 확실한 법이지. 이런 추위 속에 꽃을 피우는 것 보시오. 얼마나 악기운에 억눌려 있었을꼬!"
"주술사들이 그러더이다. 마지막 남은 흑술사가 사라졌으니, 이제 설원에도 머지않아 꽃이 필 거라고."
"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게지. 죗값을 치룬게야! 그 힘을 쓰면 쓸수록 제 수명도 온전치 못하다면서?"
"징하다, 징해- 악한 신을 모시면서까지 그런 힘을 쓰고 싶었을꼬…"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순간 당신의 귓가에 부드럽게 무언가가 스칩니다. 매화 나뭇가지네요. 아이는 당신의 귓가에 꽃이 핀 나뭇가지를 꽂아주며 부드럽게 미소짓습니다. "꽃이 어여뻐, 드리고 싶었어요. 겨울의 첫눈 같지요? …제가 꺾은 것은 아니고 가게의 주인 분이 내어주신 것이니 걱정 마세요."라는 말을 붙이면서요.
… …
이후 아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가 완전히 져버려 하늘이 어두워지고, 지붕마다 걸려있는 등만 어여쁘게 빛납니다. …이제 슬슬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어야 할 텐데요. 그렇게 탐사자가 아이를 부르면,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탐사자에게서 뒤 돌아 서 있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요.
<BGM 추천: "[Incompetech] - Consequence">
탐사자가 아이를 돌려세우면, …새하얗기만 하던 아이의 얼굴은 온통 검습니다.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그런 아이를 인식한 순간, 세상이 어두워집니다. 고요하게 빛을 뿜던 등불은 어둠에 먹힌 듯 사그라들고, 세상은 밤과 동화되어버립니다. 당신의 귓가에 들리는 것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 뿐. 적막. 그리고 또 적막. 웃으며 뛰놀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상술을 펼치던 장사꾼들의 입담도 무언가에 삼켜진 듯 들리지 않습니다.
…모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모든 빛을 빨아들인 듯 검은색의 얼굴. 그리고 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뜬 눈. 눈. 눈. 눈만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눈동자가 당신에게 시선이 박혀서요. 《SAN 1/1D2》
…그리고 잠시 후, 당신의 앞에 굳어버린 듯 서 있던 아이는, 느리게 손을 들어 올려 당신에 뺨에 제 손을 얹습니다. …아, 돌아왔던 온기는 없어요.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다시 한번 당신의 뺨을 어루만집니다. …당신의 품에서 식어가던 그의 몸처럼요. 뺨이 시려 아렸던가요?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은 이내 당신의 눈을 덮어버립니다.
… …
…
03. 호접몽
<BGM 추천: "[Incompetech] - Dark Walk by Kevin MacLeod">
"…탐사자."
깜빡깜빡, 당신의 눈앞은 온통 암흑뿐입니다. 마치, 세상에 모든 빛이 사라진 듯합니다.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 새하얀, 빛이 뭉쳐있는 듯 흩날리는 매화나무 한 그루. 그리고 새하얀 머리를 흩날리고 있는… 그래요, KPC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완전한 그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분명 KPC입니다. 어째서 몰라봤던 걸까요, 새하얗기만 하던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KPC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던 것을 몰라봤을 리가 없는데, 당신의 머릿속에는 뿌연 뭔가가 끼어 있는 듯 그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잊으면 안 되는 '무언가'로만 인식되었을 뿐이에요.
누워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는 KPC.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요?"
이어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그의 음성. 그의 손끝이 스치는 곳마다 시린 냉기가 퍼져나갑니다. …이곳은 현실이 맞나요?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이 암흑 속이 말이에요.
(아래의 이야기는 전체적인 진상을 설명하며 탐사자와 RP를 진행하는 부분입니다. 예시로 적어두었을 뿐, KPC의 성격과 설정에 맞게 지문을 고쳐주세요.)
(지금의 KPC는 머리색만 백발일 뿐, 온전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탐사자에게 자신 숨겨온 진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게 됩니다. 탐사자에게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완전히 떠나기 전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면서요.)
"저희 동방의 땅에는, 대대손손 내려오는 주술사 가문들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언제나 욕심이 많아 길을 잘못 드는 자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들 중에서도 흑술을 사용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신의 힘을 빌려 술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악신의 힘을 억지로 끌어다 쓰는데, 어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자신의 몸에 독을 쌓아가면서까지, 강한 힘을 얻어냈답니다."
"악신의 힘을 빌려 쓰기 위해 그들은 사람을 제물로 바쳤어요."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지만, 그 누가 모를까요. 한눈에 보기에도 흑술사의 주술에는 악한 기운이 넘실거렸던 것을요. …하지만 그들은 힘을 포기하지 못했지요. 가문 대대로, 그렇게 그렇게 주술을 이어왔답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명이 짧은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수가 확연히 줄었어요. 줄고, 줄고, 또 줄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흑술사는 한 명이 되었지요."
"…마지막 남은 흑술사는, 그런 힘에는 관심이 없었답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을 따라 신을 섬기고 술법을 사용했을 뿐이었지요. …폐습대로 제물을 바쳐가면서까지요."
"어쩔 수 없었다. 라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어요. 하지만 희생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변명이 통할까요. 악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우지 못할 죄를 지었는걸요."
"마지막 남은 흑술사도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수명을 깨달았답니다."
"하지만 미련이 넘치고도 남아 자신의 정인과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더는 쓰지 않겠다 다짐했던 주술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자신의 혼백을 정인의 꿈속에 심어두는 것이었지요."
"탐사자, 그는 이로써 자신의 추한 진실을 정인에게 고백을 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진실을 보고도, 그의 정인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자격을 나누어 줄까요?"
"…차라리 지독한 악몽을 마지막으로, 잊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단 한 번. 정인과 다시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만족한 채로 말이에요."
한참 말을 잇던 그는 당신의 손 위에 작은 종이 하나를 쥐여줍니다. 옷장에서 보았던 작은 편지와도 같네요. 탐사자가 종이를 펼쳐보면, 아래와 같은 주문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호접몽 (창작 주문)
마력: 4 | 이성: 1D5
꿈속에 등장한 것을 현실로 끌어낼 수 있는 주문.
단, 현실에 물질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끌어내고자 하는 대상이 물체가 아닌 혼백, 정신적인 개념일 때 사용하기 적합합니다. 다만 꿈에서 혼백을 데리고 나오더라도 혼백이 들어갈 육체가 주변에 없을 경우 무용지물이 되며, 예외로 혼백 · 정신을 담아둘 수 있는 주술적인 물체가 현실에서 가까이 있을 경우는 사용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탐사자와 함께하기 위해,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해 제가 남겨놓았던 주술의 끝이에요."
"하지만, 제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을 따라나서게 해달라 섣불리 청하겠나요."
"…저를 잊어주시겠나요, 탐사자?"
"제가 죽어버린 지도 어느새 ○○○년이 흘렀답니다. 이미 용서를 구하기에도 늦었을 거예요."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탐사자라면, 제게 어떤 말을 내어주시겠나요?"
검은색의 원형이 몇 번씩이나 겹치고 얽혀있는 종이. 그리고 적혀있는 글씨들은 일종의 '주문'을 형상화해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내내 당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던 이 문양들. …결국 모두 KPC를 의미하던 거였을까요? 아니, 지금 눈앞의 KPC는 대체 누구인가요? 이 꿈이 끝나면, 정말로 눈앞의 그는 사라지는 걸까요?
(엔딩 분기입니다. KPC가 타인을 빗대어 설명했지만, 자신의 이야기인 만큼 탐사자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세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 시신이 남아있지 않을까 탐사자가 걱정한다면,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고 자신을 믿어달라고만 해주세요. KPC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탐사자의 믿음과 용서입니다.)
엔딩
Ending 01. Happy Ending.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처럼,>
<KPC를 살려내기 위해 주문을 사용한다.>
<BGM 추천: "[Incompetech] - Despair and Triumph">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KPC의 눈이 커져갑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어있던 표정은 미소가 사라진지 오래. 입술이 가늘게 떨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입에서 주문이 사용되는 순간,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모를 거센 바람이 두 사람을 휘감습니다.
새하얀 눈보라처럼, 꽃잎이 휘날립니다. 눈앞이 흐릴 정도로 두 사람을 향해 몰아치는 바람.
하지만 거칠지도, 설원의 칼바람처럼 시리지도 않습니다. …이런 따뜻한 바람은 어디에서 느껴보았던가요. 새하얀 눈만 흩날리던 곳에서는, 상냥한 봄바람은 느낄 겨를이 없었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흐려지는 눈앞, 눈물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KPC가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 …
…
깜빡 깜빡, 눈꺼풀을 찌르는 밝은 햇빛. 따가운 햇살에 두 눈을 뜨면, 당신의 눈에는 모든 것이 조그마하게만 보입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당신이 알던 설원과는 다른 따스함. …시선을 돌리면 자신의 커다란 몸이 보이고, 주변은 무너져 낡아있는 건물의 흔적과, 곳곳에 자라있는 푸른 녹음이 선명하네요.
아, 기억났어요. 그가 당신의 품을 떠나면서 깊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당신.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보통의 다른 존재들과는 다르니, 당신의 짧은 잠은 길고도 길었겠지요.
이내 당신의 큰 몸에 닿아오는 따스하면서도 작은 손길.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대로의 모습인 '그'가 당신을 미소로 반겨옵니다.
"…나의 평생 하나뿐인 정인."
부디, 부디 다음 생에서도 당신과 함께할 수 있기를…
KPC 구제|탐사자 생존
시나리오 완료 보상|SAN +1D10 회복
Ending 02. True ending. <부디,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려주세요.>
<주문을 사용하지 않고, KPC를 살려내지 않는다.>
<BGM 추천: "[Incompetech] - Heartbreaking">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KPC의 굳어있던 표정은 풀리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네요. 그리고 그가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모를 거센 바람이 두 사람을 휘감습니다.
새하얀 눈보라처럼, 꽃잎이 휘날립니다. 눈앞이 흐릴 정도로 두 사람을 향해 몰아치는 바람.
하지만 거칠지도, 설원의 칼바람처럼 시리지도 않습니다. …이런 따뜻한 바람은 어디에서 느껴보았던가요. 새하얀 눈만 흩날리던 곳에서는, 상냥한 봄바람은 느낄 겨를이 없었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흐려지는 눈앞, 눈물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KPC가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의 평생 하나뿐인 정인."
"부디, 부디 다음 생에서는 당신과 함께할 수 있기를…"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정신이 흐려집니다.
… …
깜빡 깜빡, 눈꺼풀을 찌르는 밝은 햇빛. 따가운 햇살에 두 눈을 뜨면, 당신의 눈에는 모든 것이 조그마하게만 보입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당신이 알던 설원과는 다른 따스함. …시선을 돌리면 자신의 커다란 몸이 보이고, 주변은 무너져 낡아있는 건물의 흔적과, 곳곳에 자라있는 푸른 녹음이 선명하네요.
아, 기억났어요. 그가 당신의 품을 떠나면서 깊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당신.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보통의 다른 존재들과는 다르니, 당신의 짧은 잠은 길고도 길었겠지요. 당신의 품 안에 아직 흐트러지지 않은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생기를 잃은 창백한 얼굴, 단정한 옷차림… 긴 시간에도 부패하지 않은 그의 시신이 말이에요.
만약, 그와 함께 나왔더라면… 그는 지금 즈음, 당신을 향해 미소지어 주었을까요?
KPC 로스트|탐사자 생존
시나리오 완료 보상|SAN +1D3 회복
후기
Thanks to.
데이님 (아델)|까까님 (유틴)
TT님 (리네아 아마릴리스)|상추님 (라와다 L. 유드릭)
테스트 플레이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시나리오 작성 시 참고하기 위해 피드백란을 열어두었습니다.
즐겁게 플레이해주셨다면 여유 있으실 때 한 번씩 부탁드려요~
Call of Cthulhu (7th Edition) 의 저작권은 Chaosium Inc. 에 있습니다.
ⓒ1981, 1983, 1992, 1993, 1995, 1998, 2001, 2004, 2005, 2015.
Cthulu 7th Edition, ‘크툴루의 부름’ 한국어 번역판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초여명에 있습니다. ©2016; 전권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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