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寄死歸 :: 이 세상의 삶은 잠시 머무는 것일 뿐, 죽음은 본디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선인 모든 이가 입을 모아 말한다면, '정겁(情劫)'이란 겁을 겪는 수행 중 가장 고된 것이리라.
자신의 모든 것을 잊은 채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니, 인간으로서 겪는 수많은 감정이란 육체에 남는 고통보다 마음에 남는 고통이 더 고되다 하더라.
개요
평화롭던 수행 생활에 금이가고, 탐사자들은 모진 수모를 겪으며 범계로 떨어집니다. 그 지독하다는 정겁을 500년이나 겪기 위해서요.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하긴, 사건의 전말을 알았더라면 이 상황을 피할 수 있기는 했을까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요.
…그렇게 범계로 떨어져 정겁을 겪은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는지 모를 일입니다.
늘 새로운 생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수많은 일을 겪은 뒤 생을 마감합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신세인지, 그 무엇도 아는 것 없이 평범한 인간의 삶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당신은 현재 범계의 작은 국가인 '월국(越國)'의 백성.
대륙 구석진 곳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이 땅은, 늘 중원의 황제가 호시탐탐 넘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변함없이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당신.
누구와 무슨 연을 이으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런 당신의 앞에, 나라의 안위가 걸린 살인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주의 사항
* (CoC)크툴루 부름 7판 룰 기반
* 인원: 1~4인 (1:1을 포함해 최대 4인까지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 시나리오 배경: 창작 선협 동양 판타지
* 소요 시간: 약 6시간 (RP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 플레이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 추천 기능: 관찰력|듣기|대인 기능
* 1~3부 로스트 가능성: X / 4부 로스트 가능성: O
* RP 위주 / 전투 가능성: O / 자유도 높음
본 시나리오는 4부작 중 2부로,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1~2부는 계속 웹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3~4부는 웹 공개가 아닌 시나리오집으로 엮여 나오니 필히 확인 후 플레이해 주세요.
* 작성자의 특성상 시나리오의 지문이 긴 편에 속합니다. 시나리오를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아닌, 상황과 KP님의 취향에 맞게 RP를 추가하고 지문을 개변하시는 것을 적극 권장드립니다.
2부 전용 探査者 作
2부의 탐사자들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기에 기존의 1부 특성치와는 많이 다른 상태입니다.
평범한 인간의 특성치를 기준으로 새로 메이킹을 해주시면 됩니다.
스토리 배경에 따라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우연의 일치로 외관 나이는 실제 자신의 모습(10대 후반~20대 중반)을 따르게 됩니다.
2부에서는 선인 때 사용하던 《법력》 또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으며, 가벼운 AU처럼 생각해 주시되 진행되는 스토리 속 진상의 소재들을 즐겨주세요.
탐사자들은 개요에 표기되어 있듯, 구석에 동떨어진 작은 국가 '월국(越國)'의 백성입니다.
아직까지 전쟁을 겪거나 침략당한 전적은 없으나, 중원의 황제가 종종 압박을 주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백성은 없습니다.
작은 규모에 비해 4계절을 포함한 이 국가는 나름 풍족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려왔으며, 탐사자들의 관계는 어떤 식이어도 좋습니다. 둘도 없는 소꿉친구의 관계일 수도, 직장의 상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운명으로 묶인 탐사자들은 모두 안면이 있는 관계로, 어느 정도의 교류가 있는 설정으로 해주세요. (혈연관계여도 문제없으나, 나이의 한계가 있으니 부모 자식의 관계까지는 가지 않도록 조율해 주세요. 이들의 외관은 우연의 일치로 보아도 좋을 만큼 자신의 실제 나이만큼의 외관을 띄고 있습니다.)
※랜덤의 관계/설정 생성을 바라신다면 다이스(1D8)를 통해 아래 표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랜덤 다이스 | |||||||
1 | 2 | 3 | 4 | 5 | 6 | 7 | 8 |
형제/자매 | 소꿉친구 | 상사/부하 | 부부 | 스승/제자 | 의원/환자 | 거래처 | 고용인/사용인 |
탐사자들은 현재 각자의 사정으로 장터에 나와 한자리에 모인 상황입니다. 개인적인 일이어도, 모두 함께 모이기로 한 약속 때문에 나온 이유여도 괜찮습니다.
플레이 전, 시나리오 관련 전체 공지를 숙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공지 페이지: https://scenario-dob.tistory.com/17
본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얀별(@Yan_star_TRPG)에게 있으며,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과 건의사항을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 단 악의적인 비방글은 받지 않습니다.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공개된 공간인 SNS에서의 스포일러 발언 · 플레이, 키퍼링 커미션 등을 엄격히 금합니다.
스토리상 폭력, 유혈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필히 유의해 주세요.
진상과 배경 설정을 제외한 모든 개변을 허용합니다. 편하게 맞춰 주세요. (창조 엔딩 가능)
단, 개변한 시나리오의 2차 재배포는 금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플레이어 상대방을 속여 데려가는 것을 엄격히 금합니다. 이후 '멘마' '비참' 발언 등,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소비가 이어질 경우 시나리오를 비공개 혹은 2차 지인한정 배포로 대처 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이후 아래부터는 시나리오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키퍼링 예정이신 분들만 열람해주세요.
KP 정보 (2부 진상)
2부에서 다뤄질 중심 내용은 '과거', '진실의 일부'소재입니다.
1부에서 모략에 휘말려 정겁(情劫)을 겪게 된 탐사자들. 그들은 천제의 명으로 육신을 제외한 혼으로만 인계에 내려가게 됩니다. 인간으로 환생해 정겁을 겪기 위해서요.
하지만 천제는 이틈을 타 탐사자들의 힘을 더 누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쓰기위하여, 사고로 위장시킨 채 시간선을 틀어버립니다. 비록 탐사자들의 원신(본연의 영혼이자 힘)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위험이 있겠지만요. 그때문에 현 시간대로 내려가야 하는 탐사자들의 영혼은 시간의 흐름이 뒤틀려 더 오래된 과거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천궁 내에서 다른 이들이 이 사태를 알아차린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일입니다.
(1부에 용연 일가가 만들어낸 계략을 뒤에서 만들어낸 최종적인 범인은 수진굴 출신의 선인입니다. 이 인물이 만들어낸 1~2부의 상황 설명은 3부에 진행될 예정이며, 직접적인 등장은 4부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탐사자들은 현재 인계에서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활동하며 자신들의 고대적 전생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운이 좋다면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겠으나, 일반적으로는 모르겠지요.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는 여와가 응겁을 맞이하고, 아직 첫 번째 삶을 살고 있는 넷으로 나뉜 전생의 탐사자들(선인)이 존재하는 시기입니다.
오래전 세상이 무너졌을 때 흘러들어온 '우주에서 온 색채(301p)'의 배아가 호수에 묻혔었고, 지금 시점에서 유생으로 깨어나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기에 현재의 탐사자들이 사건을 파헤치다 휘말리게 된 것입니다.
2부는 일부 진상을 보게 되지만, 아직 명확하다 할 만큼 많은 진상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AU 외전 이벤트 정도로 생각해 즐겨주세요. 특별한 힘이 없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중 신화 생명체를 만나는 만큼 시나리오 사건에서 무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플레이어분들께 미리 안내 부탁드립니다.
※2부에는 히든 엔딩 루트의 단서가 개방됩니다. 탐사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긴 여와가 남겨준 분할된 힘으로, 일종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는 필수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진행해 주세요.
시나리오 전개
01.
<BGM 추천: "[youtube] - [Blade & Soul OST] Silverfrost Mountain_Disc 2 - 03 구름이 머무는 곳 (Where the Clouds Stay)">
<BGM 추천: "[youtube] - 고수련">
"물러서시오! 당장에 깔려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모두 물러서시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하루. 넓은 장터 골목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가득 메웁니다.
이 날카로운 외침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골목에는 많은 수의 병사와 신하를 거느린 채 커다란 마차가 지나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지니고 있는 깃발을 보니… 아, 최근 시도 때도 없이 이 나라에 압박을 가하던 중원의 황제가 보낸 사신들이로군요. 행렬의 앞잡이가 저리 거드름을 피우는 것을 보니, 또 한동안 거리 활보를 조심해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탐사자들은 이 작은 나라 '월국(越國)'의 백성으로, 아직까지 큰 전쟁조차 시달린 적 없는 평화로운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저리 황제가 사신을 보내어 목을 졸라올 때만큼은 제외하고요.
그렇게 장터를 지나고 있거나 사신단을 구경나왔거나, 혹은 개인적인 업무로 자리를 찾은 탐사자들은 우연히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붐비는 장터가 저 행렬로 만남의 장을 만들어준 것일까요? 서로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체를 하던 중 탐사자들은 다른 이들이 쑥덕이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듣기》
성공▷ "어휴 못 살아.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사신단을 보냈대?"
"궁에서 일하는 이에게 듣자 하니, 공물 문제라 하더이다."
"공물? 그것이 왜? 공물 양을 늘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안 그래도 공물을 상납하느라 허리가 휘겠는데!"
"아이고 대인! 그것을 몰라 묻소? 그 공물 상납의 양이 근래 적어지지 않았소! 그것 때문에 찾은 거겠지요."
"그것이 우리 탓이겠소? 요즘 장터를 돌아도 시원치 않은데, 저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이나 했으면 좋겠군."
실패▷ "어휴 못 살아.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사신단을 보냈대?"
"궁에서 일하는 이에게 듣자 하니, 공물 문제라 하더이다."
"공물? 그것이 왜? 공물 양을 늘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안 그래도 공물을 상납하느라 허리가 휘겠는데!"
작은 소리로 티격태격 이야기를 나누던 목소리는 곧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묻혀 들리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이 행렬이 모두 지날 때까지 기다리든 이만 자리를 뜨든 장터의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탐사자들의 시선이 닿는 장터는 사신단으로 인해 긴장한 눈치지만, 《관찰력》판정을 통해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장사치들의 안색에는 불안감이 서려있고, 가판대 위에는 이전에 비해 상품의 수가 확연히 적어졌다는 것을요. 또한 상인들에게 질문을 통해 위의 정보 혹은 아래와 같은 추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상인에게 근황에 대한 질문 답변
"부족한 공물 수량 말이지요. 하아… 옆 마을에서 물건을 수입해 들여와 돌려 막는 것도 한계입니다."
"옆 마을은 또 요마가 나타났다 하지 뭡니까. 무려 집채만 한 뱀이라지요? 소문으로는 지네처럼 다리가 무수히 돋아 있다던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도사분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곳의 사정이 긴박하니 수입할 물건의 양과 값이 넉넉치 않습니다."
"이게 다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요! 당장 거리에 팔 물건도 없는데 공물이라니 당치도 않지!"
상인은 잔뜩 불안감과 불만을 토로하고는 혀를 차며 자리를 떠납니다.
그러고 보니, 드물긴 하지만 요마가 들이닥친 마을이 종종 피해가 심하다 들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지네 요마, 눈이 세 개가 달린 원숭이 같은 요마, 사람의 형태를 따라 하는 기이한 요마까지… 각지의 도사들이 그 상황을 돕는다고는 하나, 옆 마을의 이번 피해는 유독 더 심한 모양입니다.
"나리! 나리들! 해가 중천인데 허기지시진 않으십니까? 마침 딱 좋은 고기가 들어왔는데 한 그릇씩 드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지금을 놓치면 얼마 없는 고기 금방 동이 나버린답니다."
"마침 사신단의 행렬로 이동하기도 힘드실 터인데, 식사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차라도 한잔하며 기다리시지요."
순간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제법 나이가 어려보이는 점소이가 탐사자들을 향해 손짓하며 식당으로 초대합니다. 점소이의 가리킴에 식당을 확인하면 이 거리에서 죽엽청*으로 꽤나 이름값한다는 식당입니다. 그와 동시에 가게의 주인이 문가에 달린 종을 흔들자, 주변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가게로 달려가고 있네요. 탐사자들을 초대한 점소이는 "고기의 숙성이 끝난 모양입니다."라며 재촉합니다.
죽엽청* : 한약재와 설탕 등을 재워 만든 달달한 약주
…하긴, 그도 그럴 것입니다. 저리 느긋하게 궁으로 향하는 사신단의 행렬과 거리에서 밀려난 행인들. 이 장터에 사람도 가득한데 이동도 자유롭지 못하니 저 행렬이 지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리는 것이 점소이 말마따나 나쁘지 않을지도요. 마침 명성이 자자한 가게에 자리가 났다 하니 잠시 머무르는 것은 어떨까요?
02.
<BGM 추천: "[youtube] - [Blade & Soul OST] The World_Disc 1 - 01 무일봉의 아침 (The Morning of Crimson Peak)">
<BGM 추천: "[youtube]-相 - 동동 (動動)">
탐사자들이 가게에 들어오고 약 2각*이 지나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갓 만든 동파육 혹은 맑은 차와 꿀에 절인 과일이 식탁 위로 올라옵니다. 비어있던 가게 안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삼삼오오 모인 인파로 붐비네요. 운 좋게 일찍이 들어온 덕인지, 탐사자들에게 영업한 점소이는 바깥 행렬과 장터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행렬이 지나간 것을 확인하기 쉬운 자리니 손해 볼 것은 없겠네요.
2각* : 30분
이어 식당의 입구에서는 고기가 떨어져 식사를 더 이상 대접하지 못한다는 사유로 실랑이를 벌이는 인파들이 보입니다. 남는 과일 절임이라도 팔아달라 청하지만, 그조차도 거절당하는 모양이네요. 탐사자들에게 음식을 내려놓던 점소이는 아래의 실랑이를 보고는 혀를 찹니다.
"저분들은 어제도 시간을 놓치셨는데 오늘도 놓치셨네요. 나리들께서는 정말 운이 좋으신 겁니다! 근래에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졌으니 이리 하루에 한번 판매되는 음식조차 허락되지 않은 분들이 워낙 많아야지요."
연자를 추가로 내놓던 점소이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젓습니다. '근래'? 그러고 보니 아까 행렬 근처에서도 공물 문제의 이야기가 들렸었지요. 혹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인 걸까요?
(만약 상인과 같은 직업을 가진 탐사자라면 《지능》판정을 통해 아래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대인 기능》
성공▷ "아이고, 나리들 모르셨습니까? 풀들은 다 죽어나가거나 골은 채 기이할 정도로 자라버리는데, 소, 돼지, 닭들은 어떻겠습니까? 날 때부터 기형으로 태어나는 것들이 많아지니 이거 음식으로 쓸래야 쓰기 찝찝하지요. 들어보니 서쪽의 일부 논과 밭은 메뚜기 떼에 당했다 합니다. 한데 메뚜기들 크기가 어떤지 아십니까? 이, 이 주먹만 하답니다! 그러다 사람까지 잡아먹는 게 아닐까 싶더라니까요. 흠흠, 그래도 저희 가게에는 그런 찝찝한 녀석들을 싸악 골라내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들만 들여오니 식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암요."
실패▷ "아이고, 나리들 모르셨습니까? 이거 함부로 말했다가는 오해하기 딱 좋은데… 조금만 말씀드릴게요. 요즘에는 고기고 과일이고 채소고, 다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상한 벌레들까지 날뛰는 데다가 흉흉한 소문이 맴돌아서요. 그렇다고 품질이 좋지 않은 고기를 저희 가게에서는 쓸 리가 없으니 식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암요."
(만약 《대인 기능》을 실패했을 시 자칫하여 가게 명성에도 문제가 생길까 염려하여 점소이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돈이나 값진 것을 쥐여줄 시 손쉽게 답해주기도 할 것입니다.)
과장인지 진실인지 모를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주먹을 보여주는 점소이.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장터의 암울한 분위기나 사신단이 찾은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공물로 올라가야 할 수가 줄어들었으니 황제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겠지요.
혹 점소이에게 메뚜기 떼에 당한 사건 등 '장소'에 관련하여 묻는 탐사자가 있다면, 이런 기이한 현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니 도심지보다는 동물 혹은 수풀이 우거진 곳을 찾아가 보라며 자신 없이 답합니다. 확답은 아니라면서요.
그렇게 대화를 하던 중, 옆자리에서 탐사자들과 점소이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누군가가 큰 소리를 칩니다.
"그러니까 제를 지내야지! 이, 이… 세상이 어지러울 때만큼 여와께 제를 지내야 하는데, 다들 어찌 그리 태평해!"
고주망태가 된 노인입니다. 순간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점소이는 노인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노인의 정체는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내려온 신수 백호입니다. 이는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로 어렴풋이 탐사자들의 정체를 느끼고 있으며, 3부에서 백호의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방정맞은 모습은 둔갑인 만큼 연기한다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아니 이 노인네가 또 시작이네. 여와께서 응겁*을 맞으신지 오래인데 무슨 제를 지낸답니까?"
"예끼, 이놈아! 부신과 모신을 모시는 것은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예~예~ 저는 '온선(穩仙)'께 제를 올리렵니다~"
응겁* : 죽음(소멸)
건성으로 대답하는 점소이는 이내 노인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허겁지겁 대꾸하며 계단을 내려갑니다. 마냥 다정하다 할만한 대화는 아니었으나, 제법 이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으로는 그들 사이에 친근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점소이가 자리를 떠나자, 씩씩거리며 지팡이를 휘둘러대던 노인은 거칠어진 숨을 다시 술로 달래며 비틀비틀 탐사자들의 자리로 걸어옵니다.
"에잉, 요즘 녀석들은 죄다 '온선' 타령이나 해대고 말이지. 온선도 여와께서 있으셨기에 존재하는 것인데 저리 버르장머리 없는 말이나 해! 그쪽들도 그리 생각하는가?"
온선? 널리 알려진 선인이야 많지만 그중 온선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점소이가 말한 것을 보면 응겁을 맞이한 여와 만큼이나 큰 선인인 것 같은데, 어떤 이를 말하는 걸까요? 탐사자들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거나 노인에게 온선에 대해 묻는다면, 노인은 클클 거리며 웃고는 답해줍니다.
"하긴 모를 수도 있지! 온선 자체를 찬양하는 이들은 또 아주 많지도 않어~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는 분'들'이 아니라 하거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을 굽어살필 뿐이지."
"여와께서 응겁을 맞으시기 훨씬 오래전 따로 빚어 만드신 선인이 '온선'이지. 모신의 뜻이 어떤지 우리가 알 턱은 없지만, 큰 뜻을 품고 빚어내신 게 틀림없다! 듣자 하니 하나같이 [해처럼 강렬한 빛을 품고, '영원'처럼 방대한 힘]을 품었다 하던데… 내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크게 알려진 바가 없으니 다들 우러러 보기만 하는 게지."
《지능》
성공▷ 가만, 점소이의 말에서는 '온선'이라며 하나의 존재처럼 칭해졌는데… 노인의 말 중간에서는 '하나같이' 혹은 '들'이라는 보조사가 붙습니다. 뭐가 맞는 의미일까요?
탐사자가 추가 질문을 하든 말든 그는 품을 뒤져 작은 두루마리를 꺼냅니다. "온선이라, 말 나온 김에 이 노인네와 한판 놀아주면 좋은 것, 재미난 것을 보여주지."라며 탐사자들 앞에서 두루마리를 흔들며 오락으로 내기를 제안하는 노인. 그는 자신을 이기는 탐사자에게 이 이야기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것을 주겠다 합니다.
작은 오락
<BGM 추천: "[youtube] - Haesu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OST)">
음? 그렇게 노인이 점소이를 불러 가져온 판은 수도로부터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꽃을 피울 적' 입니다. 소소하게 즐기기는 좋지만 주로 나이가 어린 이들이 즐기는 놀잇거리로, 이 유행이 길게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오락이지요. 소극적이고 타인과 교류가 드문 탐사자라면 이 오락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나, 어쩐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1부에서 즐기던 오락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락거리입니다. 이 시대의 '꽃을 피울 적'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변화되어 용연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으며, 탐사자들은 영혼에 새겨진 감각으로 해당 오락이 익숙하다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진행 방식이 조금은 달라지니, 해당 진행 방법을 꼭 안내해 주세요. KP님은 노인의 입장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진행 방법
1. 6*6칸으로 이루어진 나무 판을 마련합니다.
2. 4인+노인 중 누가 먼저 시작할지 순서를 정해줍니다.
3. 자신의 순서가 되면 원하는 칸 위에 한 칸씩 말을 놓거나 색을 칠합니다.
4. 사람마다 3*3을 기준으로 중앙을 제외한 채, 세워진 능형(마름모) 모양을 만들며 4칸을 채워나갑니다.
5. 능형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면, 마지막에 "꽃이 피었다!"를 외치며 비어있는 중앙에 자신의 이름 혹은 표기를 합니다.
(이때, 다른 사람이 채색한 칸을 포함하여 능형이 만들어졌을 때 "꽃이 피었다!"를 외치는 것이 가능합니다.)
6. 만약 자신의 차례에 "꽃이 피었다!"를 외치기 전, 타인이 "협접(나비)이 먼저다!"를 먼저 외쳤다면 해당 차례에는 중앙에 표기를 남길 수 없습니다.
7. 다른 사람의 이름이 표기된 능형의 중앙에도 칸에 색을 채우며 능형 모양을 만들기가 가능합니다. (이름이 표기된 것이 아닌 색이 표기된 칸은 불가)
8. 나무 판을 다 채웠다면 가장 많이 꽃을 피워낸 사람이 승리합니다. 단, 꽃이 한 송이도 완성되지 못했을 경우, 중앙 표기를 제외한 한 사람이 만든 능형 꽃 모양의 수로 결정합니다. 혹, 이 자체만으로도 승부가 어려울 경우는 땅을 차지한 개수로 결정합니다.
(혹 탐사자들이 해당 진행 방법을 어렵다 여길 경우, 1부에서 진행했던 방식 그대로 진행해 주시거나 진행을 단순화시켜주셔도 무관합니다. 또한 오락에서 노인이 이기게 됐을 때, 노인은 인심 쓰듯 하늘을 잘 모셔야 한다며 그림을 그냥 넘겨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노인은 허리를 두드리며 통쾌하게 웃습니다. 그러더더니 품 안의 두루마리를 꺼내 탐사자들에게 건넵니다. 젊은 사람은 못 당해내겠다 하면서요.
탐사자들이 두루마리를 펼쳐본다면, 두루마리에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흐름을 보이는 붓 자국이 먼저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선이 그려내는 것은 처음 보는 인물입니다. [하얗고 거대한 원형의 빛을 두 손에 들고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신과 부신을 나타내는 그림은 아닙니다.] 선인을 표현한 그림들이야 지천에 널리고 널렸지만, 이는 노인이 탐사자들에게 답에 도움이 될 거라 준 그림이니… 혹 '온선'에 관련된 그림이 아닐까요?
(1부 서고의 서쪽 책장에서 발견한 그림입니다. 탐사자들이 하나의 존재였을 때를 표현한 그림이며, 1부에서 이 외관을 지정해 서술하셨을 시 똑같이 묘사해 주세요.)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세. 온선은 여와께서 큰 뜻을 품고 빚어내신 '완벽한'선인이시지. 하나… 생각해 보았는가? 큰일을 해내야 할 땐 넓게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인데, 하나의 시선으로는 불안정하다 이거야! 그러니 여와께서는 시선이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셨다 하네. 뭐, 이것도 제대로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니 내 확신을 담아 상세히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일세!"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곧 탐사자들에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사를 표하며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어느새 행렬이 모두 지나 평화로운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울려 퍼지고 있는 장터. 저 닿지 못할 하늘은 분주한 선인의 손길이 닿았는지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며 비단과도 같은 구름으로 길을 냅니다. 탐사자들은 이만 자신의 개인적인 일정을 위해, 혹은 휴식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02 - 01. 꿈
<BGM 추천: "[youtube] - Hereditary Soundtrack - "Aftermath" - Colin Stetson">
탐사자들은 긴 밤, 하나의 꿈을 꿉니다.
빛 한줄기조차 들지 않아 모든 것이 어둠에 잡아먹혀버린 공간. 당신의 의식만이 존재할 뿐, 이 공간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렇게 생각이 든다면, 그 순간 이 어둑한 공간은 수많은 가닥의 길로 나뉘며 단 한 명. 누군가가 그 길 위를 거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이 길을 거니는 한 사내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습니다. 어느 길을 걷다가, 돌연 연기처럼 몸이 사라지더니 다른 길을 걷고, 또다시 몸을 옮겨 다른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은연중에 그의 행동과 시선의 움직임, 곤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라는 것을요.
그는 사람이 맞는 걸까요? 어찌 이리 수많은 길을 순식간에 배회할 수 있는 걸까요. …다시금 어둠에 잡아먹히며 사라지는 이 꿈에서 탐사자들은 어쩐지 '그리움' 혹은 '분노'를 느낍니다.
(스승인 '준오'가 수많은 시간선을 돌아다니며 사라진 탐사자들을 찾고 있는 것을 암시합니다. 해당 꿈은 모호한 장면이나, 1부 마지막에서 느낀 감정을 토대로 그리움, 혹은 분노 등의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이 감정의 정의는 KP님께서 탐사자별로 귓속말을 통해 전달해 주셔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03.
<BGM 추천: "[youtube] - [Blade & Soul OST] The World_Disc 2 - 21 토굴무덤 (Claygrave Catacombs)">
<BGM 추천: "[youtube]- 신세계-장례식">
"아이고, 다들 나와시게! 지금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며칠 후 소란스러운 오후. 탐사자들은 마을의 큰 거리에서 소란이 일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체 무엇이기에 이 모든 거리가 떠들썩한 걸까요. 탐사자들이 모두 다른 방향의 건물에서 지내고 있고 그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을 듣지 못한다 하여도 이 정도의 소문이 귀에 들어가지 않기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무려 며칠 전 나라로 찾아온 '사신'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니요!
탐사자들의 가족, 동료, 친구들이 이 사건 현장이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나와 확인해 보라 말하고, 혹은 사건에 흥미가 일은 탐사자는 자연스럽게 해당 장소로 발걸음을 옮길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의 연속일까요. 요 며칠 연속 일어난 소란으로 탐사자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다니요….
모두가 자리에 모여들면, 골목의 구석진 곳에 사건 [현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병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습하고 더운 탓에 시신의 부패 속도에도 영향을 끼칠 터인데, 그 때문인지 코를 막고 있는 [병사]들과 결국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내는 병사들까지 눈에 보입니다. [시체]는 망석으로 잘 덮어두었다지만… 망석 밖으로 튀어나온 창백한 손과 발을 보면 역해지는 기분을 참을 수 없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현장]
가볍게만 둘러본다면 범상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서 그런지 스산하다는 느낌밖에는 받지 못합니다.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인 만큼 지저분한 길목이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고요.
《관찰력》
성공▷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유혈 사태가 벌어진 흔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물 자국도 없으니 익사도 아닐 것입니다. 현장 자체에서 사인으로 볼만한 구석은 없으니 독극물이라도 사용된 걸까요? …잠깐, 골목 일부에서는 마치 끈적하고 불쾌한 증기 같은 느낌이 맴도는 듯합니다. 이마저도 곧 사라져가는 것 같지만요.
실패▷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유혈 사태가 벌어진 흔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물 자국도 없으니 익사도 아닐 것입니다. 현장 자체에서 사인으로 볼만한 구석은 없으니 독극물이라도 사용된 걸까요? 그나마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골목에서 불쾌하리만큼 찝찝한 증기가 전부입니다.
[병사]
병사들은 각자 자리를 지키거나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현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막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구석에서 속을 게워내던 이가 창백한 안색으로 벽 옆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런 위험한 사건에 사사로이 참견하면 댁도 오해받을 수 있으니 물러나시오!"라며 힘들게 거절합니다.
《대인 기능》
성공▷ 그는 탐사자들의 말에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주변을 살핀 뒤 창백하다 못해 시퍼런 안색으로 조용히 속삭입니다.
"글쎄, 시신의 상태가 무슨 요마에게 당한 것 마냥 이상한 모양이지 않겠소?"
"저기— 앞쪽에 좁은 골목 보이시오? 저 길을 따라 들어가면 큰 숲이 하나 나오는데, 그 숲 넘어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기루가 있다지 뭐요. 그곳에서 밤새 방탕하게 지내다 오는 길에 뭔가에 당한 것 같은데, 뭐에 당했는지 도통 모르겠구려. 지금이라도 시신이 발견된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지… 이 자가 숲부터 이 길목까지는 어떻게 이동한 건지도 모르겠소."
"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될지 한 치 앞도 짐작이 가지 않소. 무려 다른 이도 아니고 사신으로 온 자가 이런 사고가 났으니 이러다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것이 아닐지 이 다리가 덜덜 떨리네, 그래!"
"혹시 아는가? 이 사건의 범인을 잡아낸 이가 나온다면 우리 월국의 골치를 해결해 주었으니, 왕께서 크게 노고를 치하해주실지도 모르지. 큰 상을 내어주실지도!"
만약 탐사자가 시신의 상태에 대해서 묻는다면, 직접 보는 것이 빠를 것이라며 탐사자들에게 몰래 시신의 상태를 보여주게 됩니다. 만약 중간에 이벤트를 넣어주고 싶으시다면 시신을 보여주려는 때에 다른 병사와 맞닥뜨려 함께 사건을 조사 나온 자의 연기를 하게끔 사태를 벌여주셔도 좋습니다.
(만약 판정 실패를 하더라도 병사에게 단서를 조금씩은 얻을 수 있습니다. 대화하기 나름이니 KP님께서 난이도 조절을 해주세요.)
[시체]
(병사를 거치지 않고 시체를 먼저 살필 경우 접근 불가로 조사를 거절당하게 됩니다. 이 경우 병사에게 《대인 관계》기능 사용 혹은 각자의 역량으로 살피게 해주세요. 만약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면 KP님의 역량에 맞춰 다른 엑스트라들의 대화를 추가해 주셔도 무관합니다.)
펄럭, 망석이 덮었던 얼굴에서 걷히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회색빛으로 말라비틀어진 시신의 얼굴. 《이성 판정 1/1D8》
본래의 이목구비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짝 마른 얼굴은 상체의 일부분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시체가 이 정도로 말라버릴 수 있는 걸까요? 그것도 신체의 일부만.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요! …그래요. 마치 '생기'가 다 빨려버린 느낌입니다. 그나마 그가 사신으로 온 자였다는 것을 알만한 단서는 옷과 신분 패뿐일 정도로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혹 의술과 관련이 있는 탐사자라면 《의료》혹은《지능》 판정을 통해 이 현상이 질병 혹은 독극물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하반신이나 팔은 얼굴과 다르게 멀쩡한 것으로 보아 무엇에 당했건 갑작스럽게 일어난, 괴이한 사건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사건 현장 조사를 마친다면, 모여있는 인파를 헤쳐 나올 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듣기》
성공▷
"안 그래도 을씨년스럽더라니, 그 숲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게 틀림없다니까?"
"아니, 빛 안 드는 울창한 숲이 어둑한 건 당연한 일이지, 자네가 무서워하는 거랑 사고가 있던 거랑 무슨 상관이오?"
"상관있지! 내가 감이 좋다고 몇 번이나 말해? 들어보게. 내가 어젯밤에 저 골목을 지나가는데, 뭔가 끈—적하고 습한 느낌이…"
"어허! 끈적한 건 자네 숨소리였겠지! 저리 떨어지시게! 혹여 '요마'가 나타났거든 도사님들이 일찍이 찾아오셨지 않겠는가!"
실패▷
"안 그래도 을씨년스럽더라니, 그 숲에서 ----있던 게 틀림없다니까?"
"아니, 빛 안 드는 울창한 -이 ---- 당연한 일이지, 자네가 무서워하는 거랑 --가 있던 거랑 무슨 상관이오?"
"상관있지! 내가 감이 좋다고 몇 번이나 --? 들어보게. 내가 ---에 저 골목을 지나가는데, 뭔가 ---하고 습한 느낌이…"
"어허! 끈적한 건 자네 숨소리였겠지! 저리 떨어지시게! 혹여 '요마'가 나타났거든 도사님들이 일찍이 찾아오셨지 않겠는가!"
(우주에서 온 색채가 지나간 곳에는 끈적하고 불쾌한 증기가 맴돌기 때문에 해당 흔적의 묘사입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동식물에서도 괴이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으며, 사신은 직접적으로 생기를 흡수당해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렇게 탐사자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꽤 높은 직급을 가진 자인지 여러 호위를 거느린 사람 하나가 사건 현장으로 다가옵니다. 인상을 잔뜩 구기고 서두르는 발걸음을 보니… 사건의 심각함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겠네요. 그는 곧 현장을 지키던 병사들과 대화를 몇 마디 나누더니, 그들을 시켜 근처에 벽보를 붙입니다.
"들으시오! 본 사건은 월국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것을 왕께서 고려하신 바. 빠른 해결을 위해 영민한 이들의 손을 빌리고자 함이오."
"긴 밤사이 들었던 것, 보았던 것, 그리고 수상함을 느낀 이가 있다면 언제든 관부에 말을 전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빠르게 사건을 종결하고 월국의 안녕을 위한 바이니, 모쪼록 작은 단서라도 알린 이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있을 것이오."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거리를 뇌성처럼 울리자,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마을 사람들은 곧 다시 분주하게 입을 놀리기 시작합니다. 월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부터 앞세우는 이들, 그리고 왕이 내릴 그 보상이 무엇일지 욕심을 얹는 이들까지요.
《지능》
성공▷ 보통 이런 사건이라면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하나, 사건의 피해자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존재라는 것과 너무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따진다면 차라리 공개적인 사건 조사가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이 사건을 조사한다면, 피해자가 지나간 길의 흔적을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만만치 않은 보상이 걸려 사건에 관심을 보이나, 위험도로 인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탐사자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04.
<BGM 추천: "[youtube] - [BEST SELLER] Various Artists - 어느 날 밤 (신세계 OST)">
탐사자들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그 순간,
털썩—!
"그러니까 네 아비가 어디로 갔는지만 말하라니까?"
앞쪽 골목에서 먼지 투성이의 사람 하나가 구르듯 쓰러져 나옵니다. 등을 걷어 차이기라도 한 모양인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등을 문지르는 남자의 뒤로, 속이 답답한 듯 한숨 쉬는 소리와 함께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옮기니… 들어가려는 골목에 무리 지은 남자들이로군요. 그들의 덩치가 어찌나 큰지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이 더 비좁아 보일 지경입니다.
탐사자들이 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살핀다면 무섭도록 덩치 큰 삼 인방은 비쩍 마른 청년 하나를 겁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겁박당하는 청년은 다 낡은 옷을 입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몸을 웅크려 벌벌 떨고 있다는 것까지요.
(탐사자들이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전투로 해결하는 등 자유도는 높습니다. 다만 무시 혹은 정신을 잃게 하거나, 협박해 쫓아내 버린다면 히든 엔딩 루트를 개방할 수 없으나, 개변하시어 청년을 상대로 진행하셔도 무관합니다. 본 예시는 이후 아래 진행을 하며 기재해두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리들! 아직 완성된 그림이 없어 상납할 물건이 없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아니, 물건이 없는 사정을 네가 말해서 무엇 해? 아비가 그림을 상납하지 못하면 네가 돈으로라도 상납해야지! 하하, 이거 완전 날강도 아니야?"
이미 바닥에 진탕 뒹굴어 흙이 된 손을 싹싹 비는 마른 청년은, 이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자비를 구걸하는 모습일 뿐입니다. 한데, 빚을 그림으로 상납하기도 하는 이가 있기도 한 모양이군요. 청년의 아비라는 자는 그만치 그림에 실력이 있는 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사자들이 이 관계에 끼어들 경우》
"당신들은 뭐요? 남의 일에 상관 말고 썩 가던 길이나 가시오."
빚쟁이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탐사자들을 향해 훠이훠이 손을 흔듭니다. 탐사자들은 《대인 기능》혹은 각자의 역량을 통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1. 우리는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상회 중 하나로, 최고의 화공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그림을 사들여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2. 앞에 청년의 아비 되는 자는 마을에서 제법 솜씨가 있는 화공인데, 그림에 필요한 화구를 구할 돈이 없어 우리 상회에서 화구를 받으며 그림을 그려왔다. 그 그림을 우리에게 다시 되팔고 화구 값을 제외한 노동비를 받아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점차 고급 화구를 탐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 값만큼 받아 가는 노동 값은 적어지고 상납해야 할 그림은 늘어가는 것이 당연했다.
3. 하지만 그림을 상납해야 할 기간에서 보름이나 지났는데 그 화공이 찾아오지 않아 아들을 찾아내니, 아비가 집에 보름 넘게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지 않은가?
4. 아비가 그림을 상납할 수 없으니 이 자에게 돈을 받아내려 한다.
만약 탐사자들이 빚쟁이와 전투를 벌이려 한다면 아래의 특성치를 참고해 주세요. 빚쟁이는 편의를 위해 세명 모두 특성치를 통일합니다. (진행 루트는 탐사자들의 자유에 맡기며, 부유한 탐사자가 돈을 대신 갚아주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빚쟁이]
근력: 50|건강: 40|크기: 70|민첩: 35|외모: 35|지능: 50|정신: 60|교육: 50
이동력:7|체력: 11
근접전(격투): 40
※빚쟁이들은 체력이 절반 이하가 되면 도망치거나, 항복을 선언하는 것으로 난이도 조절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또한 전투가 끝난 후 체력이 과하게 떨어진 탐사자가 있다면 '청년 NPC'를 통해 체력 회복을 진행해 주세요. (상처에 바를 연고를 받거나 임의로 응급처치 or 의료 기능을 청년에게 추가하여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의료 치료 시 1D3)
《지능》
성공▷ 그림을 돈대신 받아 간다고요?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일전에 노인에게 받았던 '온신'의 그림이 하나 있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들이 따지는 금액이 한 푼 두 푼이 아니니, 그 그림의 값어치가 얼마나 높을지 모르나… 불쌍한 청년을 돕기 위해서라면 협상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사자들이 빚쟁이들에게 그 그림을 건네면, 그들은 미심쩍은 얼굴로 못이기는 척 두루마리를 받습니다.
(만약 빚쟁이들이 현 상황에서 도망갔거나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면 두루마리를 청년이 받아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흑백으로 세상이 멈춰버리는 현상은 청년의 행동 기점으로 발생하며, 초점이 나가 굳어있다가 상황 전개 후 이성이 돌아오는 식으로 진행해 주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청년은 해당 두루마리의 그림을 본 적이 없으나, 해당 그림의 가치가 높고 그림의 종류를 어느 정도 고려하였을 때 '모신' 혹은 '온신' 중 하나라는 것을 추측합니다. 다만 '모신'이라 부르기에는 세간에서 익숙한 모습이 아니니, 요즘 간간이 들리는 '온신'이 아닐까 싶다. 정도로 정보를 흘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황당하군. 이 자랑 아는 사이도 아니라면서 남의 빚을 탕감해 주려 하는 이유가 뭐요? 우리야 물건이 급하고 그쪽들이 싹싹하게 내민 물건이니 한 번 보아준다 치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건이라면 개똥만도 못하니 바로 그 낯짝에 던져주리다. 알겠소?"
그렇게 빚쟁이들이 두루마리를 펼친 순간, "쿵." 갑자기 세상이 크게 한 번 흔들립니다.
<BGM 추천: "[Incompetech] - Zombie Hoodoo">
<BGM 추천: "[youtube]-Mononoke OST - 02. モノノ怪::モノノ怪~mononoke~>
아니, 세상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이리 크게 흔들렸다고요? 탐사자들이 이 상황에 주변을 살피면, 세상은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굳어있고, 모든 색채는 사라져 흑과 백으로만 얽혀 있을 뿐입니다. 두루마리를 펼쳐본 빚쟁이들을 포함해서요. <이성 판정 1D4>
그 순간,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두루마리 그림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이내 공중에 하얀색 구형이 되어 빠져나옵니다.
"세상은 필연이라. 큰 계획 아래에 허투루 쓰이는 것 하나 있으랴. 하나의 힘은 과거를 빚어 스스로의 힘으로 찾을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일까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여인의 목소리가 구체를 통해 세상에 울려 퍼집니다.
누가, 무슨 의미로, 누구에게 전하는 것일지 모를 말이 흩어져 버리면, 곧 빛으로 만들어진 구체는 공명을 하듯 크게 흔들리더니 네 개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 탐사자들의 몸으로 순식간에 쏘아져 들어간 빛.
(나누어진 개체 수는 탐사자의 수에 맞게 수정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쿵." 세상이 크게 흔들립니다.
탐사자들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흔들림이 느껴졌던 것임을요.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빡이면 세상에 색이 스며듭니다. 재잘거리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호객을 하며 상품을 파는 장사치들의 목청 좋은 소리, 맑은 하늘을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소리도 다시금 자연스럽게 세상에 스며듭니다. 하지만 단 하나, 두루마리를 펼쳐들었던 이들은 넋이 나간 듯 초점 없는 눈으로 멀거니 서있기만 하네요.
그리고 이내, 그들은 펼쳤던 두루마리를 덥어들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저벅저벅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아무 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로요. 이들은 탐사자들이 말을 걸더라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BGM 추천: "[youtube] - [7일의 왕비 OST] Lee Phil Ho, Park Jong Mi(이필호, 박종미) - Queen for 7 Days(7일의 왕비) (Official Audio)">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리고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는 마른 청년. 그는 당장 가진 것이 없어 은혜를 갚을 것이 없으니 굽신거리던 중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탐사자들에게 건넵니다.
"말린 과일입니다. 이 골목 앞쪽에 있는 숲에서 딴 과일들로 만든 것이지요."
"품질이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어 이걸 드리는 것조차 낯부끄럽습니다만, 요깃거리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청년은 최근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우니 이것이라도 받아달라 말을 건넵니다. 만약 주머니를 열어본다면 얇게 썰려 건조된 사과와 감이 가득 들어있으나, 딱 보기에도 상태는 좋지 않고 입에 넣는다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쓴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전투를 진행한 상황이라면 해당 과일을 먹을 시 HP+1이 가능합니다.) 이에 탐사자들이 반응을 보인다면, 청년은 미안한 안색을 보이며 아래와 같은 말을 합니다.
"본래 숲에서 나는 과일들로 만들었던 것이라 맛이 좋았는데, 근래 들어서 숲에서 마련하는 것들은 상하지 않았는데도 쓴맛이 강하더군요.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져 이런 것이라도 챙겨두어야 하는 신세이니 이해해 주세요."
그러던 중 탐사자들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양손을 꼭 쥐는 청년. 그는 곧 탐사자들에게 숲으로 향할 일이 있다면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줄 수 있느냐 묻습니다.
"아버지께서 먹을 것을 구할 겸 숲에서 특이한 색을 띠는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하여, 염료로 쓸 수 있을까 찾으러 나서셨던 겁니다.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큰 숲. 그곳으로요. …비록 죽은 사신이 사인과 연관된 숲이라며 의심되는 장소긴 합니다만, 그 사건을 조사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겸사겸사 둘러보기만이라도 해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이에 탐사자들은 남자의 요청을 받아주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다만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의문스러운 숲이 있으니 목적지가 정해져 있음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탐사자들에게 더 정보를 주신다거나 탐사자들이 남자에게 정보를 더 알아보길 원한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1. 숲 안쪽에 '호수'가 있어 근처에 과일 등 먹거리를 그곳에서 구하는 일이 잦다.
2. 자신은 직접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 드물었으나, 근래에 숲을 드나들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호수 근처에서 세상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빛이 흘러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라고 하셨었다.
05.
<BGM 추천: "[youtube] - [Dreams in the Witch House ¦ HP Lovecraft Horror Music">
<BGM 추천: "[youtube]-흔적을 찾아서>
탐사자들은 곧 골목으로 이어진 숲으로 진입합니다. 골목에서 아이들에게 과일 절임과 장신구를 팔던 장사치들은 점차 드문드문 해졌고, 이내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이 탐사자들을 맞이합니다. 분명 이 큰 숲을 가로지르면 기루가 나온다 했으니 사람이 드문 길도 아닐 텐데, …역시 이번 살인 사건이 문제였을까요? 숲을 지나는 이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몸을 사리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관찰력》
성공▷ 얼마나 걸었을까요. 깊은 숲 안쪽을 들어갈수록 우거진 나무로 인한 어둑함이 가득합니다. 다만 숲이라면 당연시되어야 할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겠네요. 나무 사이를 오가며 뛰어다니던 다람쥐라거나, 목청 높여 지저귀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탐사자는 바닥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한데 이상합니다. 흙바닥에 찍힌 발자국 수가 이리 많이 날 필요가 있던가요? 무리 지어서 일렬로 움직인 것이 아닌 이상에요. …그리고 그 옆, 동물의 걸음에 짓이겨진 작게 접힌 종이가 보입니다.
(다이스를 굴린 탐사자가 사냥 혹은 자연/동물과 밀접한 특성이 있는 인물이거나 《어려움》판정 이상이 나왔다면, 발자국은 사슴의 것이나 발자국의 간격을 본다면 여러 마리의 움직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흐름만 본다면 분명 한 마리의 것인데 이상하지요.)
실패▷ 얼마나 걸었을까요. 깊은 숲 안쪽을 들어갈수록 우거진 나무로 인한 어둑함밖에 큰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불길할 정도로 고요하고, 또 고요합니다. 그러던 중, 탐사자는 바닥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한데 이상합니다. 흙바닥에 찍힌 발자국 수가 이리 많이 날 필요가 있던가요? 무리 지어서 일렬로 움직인 것이 아닌 이상에요. …그리고 그 옆, 동물의 걸음에 짓이겨진 작게 접힌 종이가 보입니다.
또한 종이를 펼쳐본다면 아래와 같은 표기와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지능》
성공▷ 먹으로 간단하게 그려놓은 지도. 아마도 우리가 들어온 골목과 숲에 대한 큰길을 그려놓은 듯합니다. 다시 마을로 나가는 길은 중간에서 꺾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숲의 큰 호수는 그 안쪽이겠네요. …잠깐, 그러고 보니 '염료'라 적힌 것과 그 장소를 표기한 건… 아까 만난 청년의 아버지와 의도가 비슷하지 않던가요?
탐사자들이 동물의 발자국 방향을 살핀다면, 지도에 그려진 방향과 같은 안쪽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숲 안쪽으로 걸어들어갈수록 점점 오후의 하늘조차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계속해서 안쪽 길로 들어선다면, 탐사자들은 주변의 풀들이 기묘한 색감을 띠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반적인 적색과 청색, 녹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그래요. 마치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색감입니다. 《관찰력or자연》판정을 한다면 이러한 풀들은 익숙한 들풀이면서도 한 가지에서 종류가 다른 꽃들이 피어나 종류를 알아보기 어려웠고, 기이할 정도로 길게 자라며 이상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년의 아비가 되는 노인은 호수 근처에 있으며, 노인의 흔적은 현재 길에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탐사자들이 식물에 대해 더 알아보려 다이스를 굴리더라도 골아버렸거나 죽었거나, 종류를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식물의 병이 무엇이라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로 인한 현상이기에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수 방향의 길을 바라본다면 탐사자들은 마찬가지로 알아보기 어려운 풀들이 가득 자란, 가파른 내리막길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래로는 푸르다 못해 어둑하게 보이는 커다란 호수가, 그리고 호수의 근처에는 물을 마시러 온 동물들이 모여 숨죽인 채 목을 축이는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아쉽게도 청년이 부탁했던 노인의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요.
탐사자들은 자칫 미끄러지기 쉬운 언덕을 조심히 내려가기 위해서는 《민첩》판정을 통해 발돋움을 서둘러야 합니다. 만약 판정에 실패한다면 《HP-1D3》으로, 길게 자란 풀 때문에 지형을 가늠하지 못한 탐사자는 호되게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구르게 되며 발목에 부상을 입게 됩니다.
(부상을 입은 탐사자는 경미한 수준이나, 발목을 접질린 상태로 뜀박질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후 상황이 펼쳐졌을 때 전개에 있어 참고해 주시면 좋습니다.)
만약 탐사자들 중 판정 실패로 미끄러진 사람이 있거나 소란스러운 상황으로 번진다면, [07] 이야기로 넘어가 바로 진행해 주세요. 단,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으시다면 실패가 뜨더라도 아래 내용으로 그대로 진해행해주셔도 무관합니다.
탐사자들이 모두 무사히 넘어온다면, 호수 근처에 있던 동물들은 아직까지 인기척에 위협을 느끼지 못했는지, 저 멀리서 힐끔 바라보고는 다시 물을 마시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호수가 생각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것 외에는 특별한 것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탐사자들이 동물들이 있는 호수에 접근하려 하거나 둘러보기 위해 걸음을 옮길 즘, 언덕 아래에 우거진 풀숲에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쉿— 거기서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오."
06.
<BGM 추천: "[youtube] - Kanno Yoko - Powder">
<BGM 추천: "[youtube] - 신세계-마지막 선택>
소곤거리며 어렴풋이 들려온 속삭임. 방향을 살피면 풀숲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흰머리의 노인이 보입니다. 그는 호수 가장자리 흙으로 된 벽과 풀숲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긴장한 표정으로 탐사자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오셨소?"
"조용히 큰 소리 내지 말고 이곳으로 오시오. 저 녀석들이 눈치채면 곤란하오."
그는 숨죽인 목소리로 속삭이며 탐사자들을 향해 손짓합니다. 탐사자들이 노인에게 다가간다면, 우거진 풀 때문에 보이지 않던 노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흙이 잔뜩 묻은 채 이곳저곳이 찢어진 넝마의 옷, 그리고 한쪽 다리는 나무를 부목처럼 댄 채 옷을 찢어 고정해둔 채입니다. 다리는 잘못되었는지 비정상적으로 퉁퉁 부어있는 모습이고요.
남자는 탐사자들을 경계하지는 않지만, 유독 호수 쪽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탐사자들을 자신과 함께 숨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노인과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노인과 대화중에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노인은 감격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울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우주에서 온 색채'를 직접 목격하였기에 그 존재의 위험성에 대해 탐사자들에게 알리려 합니다.)
1. 자신은 마을에서 온 화공이며, 호수를 들리려던 중 언덕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 그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
2. (탐사자들이 주운 지도를 보여준다면) 자신이 그려둔 지도가 맞다. 최근 이곳에서 먹보다 더 고급스러운 색감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풀과 꽃이 자라기에 표기해두었다.
3. 겨우 이곳에서 자란 쓴 열매나 빗물을 마셔 버티고 있었으나 이제는 한계가 다가온 상황. 구조해 줄 이들이 필요했으나 이 호수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게 되기도 하였고 위험성이 높아, 목청 높여 사람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4. 평소라면 이 숲에서 자라는 열매와 동물들을 사냥해 배를 채웠겠으나,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열매는 쓰고 이상했으며, 사태를 보아하니 사냥을 하기도 어려웠다.
사태요? 위험성이 높다고요? 노인과의 대화 끝에 그가 위험을 알리며 가리키는 호수의 동물들을 바라보면, …그제야 동물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리가 여섯, 여덟씩 달린 사슴들, 그리고 머리가 둘씩 달린 것도 모자라 들개처럼 커다란 몸집을 한 토끼, 개중엔 거미처럼 가는 다리를 가진 원초적인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는 동물인지 요마인지 헷갈릴 정도로 혼란스러운 존재까지 보입니다. 서로 목을 축이다 다리가 부딪히기라도 하면 기이할 정도로 길게 찢어진 입을 벌려 서로 물어뜯고 삼켜버리기까지. 위에서 보았을 때랑은 확연히 다른, 믿기 어려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성 판정 0/1D2>
"무엇보다, 저런 녀석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소. 마을 사람들이 알아차렸을지 아직 모르겠으나… 더없이 두렵고, 고운 것이 호수에 잠들어 있는 것이오."
"내 그것만큼의 색을 낼 수만 있다면……"
무언가 말을 하던 그는, 점차 목소리가 작아지며 중얼거립니다. 얼핏 살피면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몽롱한 눈으로 호수의 허공을 응시하네요. 대체 그는 이곳에서 무엇을 본 걸까요.
그 순간,
호수에서 서로 날뛰며 물어뜯던 들개들이 피를 흩뿌리자 호수가 크게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07.
<BGM 추천: "[youtube] - Saw Ultimate Theme Song">
<BGM 추천: "[youtube]-베테랑-칼침>
[5]에서 바로 넘어왔을 경우, 소란에 의해 동물들이 날뛰기 시작하고 그 여파로 호수에 잠겨있던 색채가 튀어나온 연출로 이어주세요.
촤아악—
커다란 물보라와 함께 밑이 보이지 않던 호수의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일렁이며 튀어나옵니다. 무언가의 동물? …아닙니다. 빛이 쏟아져 나오는, 어떤 색을 갖고 있다며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형체는 그야말로 '흐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요마'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무언가의 연기일까 싶지만 저것은 비실체로 보일 지경입니다. 이 거대한 존재에 호수 근처에 있던 동물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지기 시작하고, 그것은 빠르게 흘러 다니며 주변의 동물을 감싸 무언가를 흡수하거나, 공중에 날아오르며 이 근처를 배회하기도 합니다. …이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를 함부로 도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대책을 세우면 좋을까요. <이성 판정 0/1D4>
그리고 기이한 형체는 크게 일렁이며 탐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흘러들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가까워질수록 불쾌하고 찝찝한 기운이 주변에 스며들고, 길게 자란 풀들은 골아버리며 그야말로 황폐해집니다. 마치 스치기만 해도 생기를 빨려버리는 듯이요.
그렇게 순식간에 거대한 형체가 다가와 탐사자들을 감싼 순간,
"피, 피하시오! 언덕을 어떻게라도 올라가야—!"
풀숲에서 몸을 옹송그리고 있던 노인이 다급히 몸을 일으키며 탐사자들을 밀칩니다. 그 부실한 몸으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듯, 있는 힘껏 탐사자들을 밀치는 순간, 수많은 빛을 내뿜는 형체 속으로 그는 빨려 들어가 버립니다.
※[5]에서 [7]로 넘어왔을 경우, 노인과의 추가 묘사 예시
"피, 피하시오! 언덕을 어떻게라도 올라가야—!"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가 들리며, 긴 풀숲에서 한 노인이 다급히 튀어나와 탐사자들을 밀칩니다. 흙이 잔뜩 묻고 찢어진 옷을 입은 노인은 다리 한쪽에 부목을 댄 모습이지만, 그 부실한 몸으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듯 있는 힘껏 탐사자들을 밀치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수많은 빛을 내뿜는 형체 속으로 그는 빨려 들어가 버립니다.
온통 흰머리투성이의 노인. 초췌해 보이는 얼굴과 상처투성이인 몸, 그리고 그의 허리춤에 달린 낡은 종이뭉치와 붓… 몇 가지 되지 않지만 이것으로 무언가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그리고 노인은 그 형체 속에 갇히자마자 피부가 형체가 내뿜는 색으로 함께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는 곧 심각한 고통이 찾아온 모양인지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탐사자들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끄윽… 아, 아들에게… 마을에서 도망… 꼭…!"
말이 모두 끝나기 직전, 노인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점차 회색으로 변하며 주름진 얼굴이 말라붙듯 쭈그러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요. 마치 마을에서 보았던 사신의 '시체'와도 비슷한 양상 아니던가요? <이성 판정 0/1D3>
(이전 색채에게 당한 시체를 먼저 목격했던 만큼 이성 감소 수치를 낮추었습니다. KP님께서는 탁의 난이도에 맞게 더 조정하셔도 무관합니다. 또한 탐사자들이 노인을 돕기 위해 나선다거나 직접적인 공격을 하려 하더라도 전개는 그대로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털썩, 이 혼란스러운 상황 중에도 노인의 몸은 생기를 모두 빼앗긴 채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살아생전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말라붙은 회색빛 얼굴. 어쩌면 사신의 시체보다 더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노인의 생명을 앗아간 '그것'은, 일렁임이 한층 더 커지며 부피를 키우고는 곧 탐사자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탐사자들의 몸이 눈부신 빛으로 감싸이고, 커다란 목소리가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다시 한번 천지에 변화가 있을 것이나 그는 계획된 것이 아니니, 나의 뜻을 이어받은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떠받들 다리가 되지 않겠느냐. 오색의 돌 대신, 큰 거북의 발 대신, 갈대를 태운 재 대신 세상을 메울 그날이 온다면 뜻을 담아야 할 것이리라."
…누구의 목소리일까요. 아직도 누군가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은'이라 생각이 되는 것은 아마도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일전 상인들을 마주했을 때 들었던 여인의 목소리와 비슷했으니까요.
(만약 이전 상인 때 여와의 목소리를 듣는 이벤트가 없었다면 익숙하게 느껴지나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는 알 수 없는 기분만 남게 됩니다.)
촤아악―
커다란 형체는 호수에 물결을 만들며 튕겨나가듯 휩쓸려갑니다. 빛을 싫어하는 것인지, 혹은 탐사자들을 감싼 빛이 튕겨낸 것인지. 이것이 무슨 일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저 당장 목숨을 건진 일에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다만 그 혼란한 빛을 뿜어내던 것은 곧 하늘에서 내리 꽂힌 빛줄기 하나에 관통 당하는 지금. 탐사자들은 이 혼곤한 상황에서조차 어둑한 숲을 환하게 밝히는 그 단 하나의 빛줄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08.
<BGM 추천: "[youtube] - [Blade & Soul OST] The World_Disc 2 - 07 모래바람 (Sandstorm)">
<BGM 추천: "[youtube]-베테랑-배기사 아들의 전화>
빛줄기에 관통당하던 '그것'은 무언가에 반응한 듯 한 번 크게 부피를 늘리더니, 곧 거칠게 일렁이며 순식간에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버립니다. …이것 또한 정체 모를 요마였을까요? 그렇다면, 저 빛은 어느 도사님이 내린 천벌과도 같은 존재란 말입니까?
그 빛줄기는 곧 하나의 커다란 구체로 스며들며 변하더니, 다시금 네 개의 빛으로 나뉩니다. 그리고는 완전히 빛이 잦아들며 그 형태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하네요.
…탐사자들은 그제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이것은 평범한 사람도, 수많은 수련을 통해 경지를 벗어난 도사의 기운도 아니다.'
라는 것을요.
《지능》
성공▷ 이 맑은 기운은 삿된 것이 가득했던 어둑한 숲을 맑게 걷어내며, 눈앞에서 느껴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기백이 남다릅니다. 탐사자들과 다름없는 사람과 같은 모습은 다름없는데, 이처럼 존재에 대한 기운이 거대할 수 있을까요? 탐사자들이 자리에서 굳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면 말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한 가지 가설이 떠오릅니다. 세상의 온전함을 지켜주는 저 높은 곳의 '선인'이라는 존재를요.
그들의 모습은 모두 다양했습니다. 단 한 가지 범상치 않은 외관을 가졌다는 것을 제외하고요. 이들은 탐사자들을 바라보지 않은 채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닐 텐데, 어째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일까요.
"큰 파동이 있던 곳을 먼저 잡았으니 요마를 처리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맡도록 지켜보는 것이 어떠해?"
"기왕 내려왔는데 무엇을 망설여? 일을 빠르게 끝내야 온전함을 지킬 수 있을 텐데."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이르지. 여와께서 맡기신 일이 이것으로 간단히 끝날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럴 시간에 어서 올라가 영원의 상태를 더 살피는 것이 옳다."
(전생마다 탐사자들의 성격과 모습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탁의 특색에 맞게 비슷한 성격과 모습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서로 관점이 다른 만큼 대사에서 조금씩 의견이 다른 느낌을 주시되, 이들은 탐사자들의 기억을 지우면 되니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다는 어필을 해주세요.)
무슨 토론을 하는지 한참을 투닥거리는 넷. 그러던 한 명은 갑자기 탐사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탐사자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네요. 호수 위, 그의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얕은 파동이 쳤지만 그의 발은 호수로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걸음걸이는 땅을 딛되 흙먼지 하나 묻지 않았고, 산들바람처럼 가벼워 긴 소매가 휘날립니다.
…그렇게 그의 발걸음이 탐사자들의 앞에 놓이고 긴 손가락이 탐사자 중 한 명에게 뻗어질 즈음,
(랜덤 다이스 1D4로 탐사자 중 한 명을 임시로 지명해 주세요. 다가온 이와 탐사자는 '동일 인물의 전생'이며, 아래 내용에서 그는 탐사자가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들은 탐사자들이 무엇이라 말을 걸든 먼저 답하지 않습니다. 다만 KP님의 역량에 따라 조금씩의 대화를 섞어주신다 하더라도 내용의 흐름에는 영향이 없으니 자유롭게 개변해 주세요.)
"…!"
그는 놀란 표정이 되며 뻗었던 손을 허공에 멈춥니다. 그리곤 단 한순간도 탐사자들을 향해 열지 않을 것 같던 입술을 열어, 속삭이듯 목소리를 냅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로구나. 이 기억은 혼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못하니…"
"하나, 이것 또한 계획이요. 큰 뜻일 테지."
"듣거라. 영원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은 소멸을 뜻하나, 영원의 힘이 세상에 녹아들면 안녕을 얻을 것이다. 내 지금의 선택이 어떤 끝을 그리게 될지 모르겠다만… 부디 자신의 정의를 다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탐사자의 이마에 닿았을 때,
<BGM 추천: "[youtube] - Shamans possession">
<BGM 추천: "[youtube] - Treasure Map">
모든 탐사자들은 눈앞이 밝아지며 푸른 하늘이, 아니 수많은 별이 가득 박힌 광활하고 어둑한 공간이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넓디 넓은 공간에 어찌 눈이 갈 수 있을까요.
당신의 눈앞에는 이 광활한 공간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끝없는 존재의 구체가 있는데도요.
그것은 나풀나풀 끝에서부터 어딘가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존재가 흩어지면 얼마나 눈에 띄겠냐마는… 당신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의 존재가 점차 흩어져 사라지고 있으며, 당신은 이 존재감에 억눌림과 동시에 그립고, 또 본능적으로 끌리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시야가 암전 됩니다. 탐사자들이 눈을 뜨면 다시금 보이는 누구인지 모를 이가 탐사자들을 바라보며 손을 거두어들입니다.
탐사자들은 시야가 밝아지는 순간, 수두룩이 쏟아져들어오는 기억, 기억, 기억에 머리가 깨질 듯 통증이 벅차오릅니다.
당신의 존재는 누구인가요?
수많은 시간을 윤회하며 탄생과 죽음을 맞이한 당신은 어떤 존재였습니까?
인연, 감정, 관계, 기억들이 휘몰아쳐 당신들을 덮쳐옵니다. 이 '연약한' 몸으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무리입니다. 그저 고통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필사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연약한 몸'? 어째서 인간의 몸을 연약하다 생각하는 것인가요?
…당신은 이 수많은 기억의 파도 끝에 어렴풋이 떠올립니다.
당신이 어떠한 존재로 천궁을 찾았는지. 천제의 앞에서 서로 앞다투어 존재를 과시하기 위했던 노력. 익숙한 네 사람. 그리고 지금은 수없이 시간이 흘렀을 그곳에서 당신들에게 닥쳐왔던 피를 토할 심정의 억울함까지도요. <이성 판정 1D6>
最終
<BGM 추천: "[youtube] - [Blade & Soul OST] The World_Disc 3 - 02 길 (The Road)">
<BGM 추천: "[youtube]-longing down (그리움 지고)>
(엔딩은 또한 스크립트 진행보다는 탐사자들이 적극적으로 RP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성해 주세요.)
탐사자들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것을 바라보던 눈앞의 이는, 거두어들였던 손을 느리게 움직여 자신의 옆 공간을 세로로 길게 긋습니다. 손끝에 그어진 곳은 이내 넓게 벌어지며 검고 어둑한 틈새를 만들어냈고, 성인 한 명쯤은 가뿐히 삼킬 수 있을 법한 크기까지 몸집을 키워냅니다.
"…이 삶의 선택에 후회는 없음이요. 나로서 마지막 선택 또한 후회가 없길 바란다."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금 새하얀 빛으로 변해버린 눈앞의 이. 그는 곧 호수 위에 떠있던 다른 셋들과 함께 빛이 되어 허공으로 떠오르며, 다시금 하나로 뭉쳐 하늘 위로 솟구칩니다. …눈앞의 찢어진 이공간의 틈새를 두고서요.
그 순간,
어둑한 틈새에서 굳은 손이 불쑥 튀어나오고, 장신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우 찾았구나."
…준오입니다. 당신들의 스승 말입니다.
머릿속에서 아직도 무언가가 휘몰아치는 당신들을 향해 그는 손을 뻗고, 그의 손에서 맑은 기운이 뻗어 나와 감싸니… 그제야 숨이 트일 것 같다는 안도감과 함께 두통이 가라앉습니다. 준오는 탐사자들의 상태를 살피고는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엽니다.
"기구하고 미안하구나. 본디 500년이라는 흐름의 정겁이었을 것이나, 어찌 된 영문인지 너희의 혼백이 과거의 시간대로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1만년이나 헤매게 되었다. 그동안 너희의 실종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함뿐이구나."
"너무 뒤늦게 정겁이 잘못된 것과 너희 혼백의 부재를 알게 되어 천계가 어찌나 크게 뒤집혔는지 모른다. 너희의 풀지 못한 원망을 어찌 모르겠느냐마는, 당장은 혼곤한 세상의 안정을 위해 한시바삐 이곳을 떠나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양해해 다오."
"천제께서도 일전의 누명과 관련된 사건을 철저히 조사 중이시니, 너희의 분노와 원망을 곧 풀어주시리라 믿어보거라."
(해당 RP는 탐사자들의 반응에 따라 차근차근 대화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본래의 세상이 많이 혼곤해진 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어 준오는 탐사자들을 빠르게 데려가려는 초조한 모습을 보입니다. 탐사자들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찾아 헤매는 시간조차 오래 걸렸을 테니까요.)
만약 탐사자들이 이 틈새를 열어준 이, 그리고 아까 보았던 온신들에 대해 묻는다면 준오는 이 시간대에 존재했던 이가 아니니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답하게 됩니다. 이때 질문한 탐사자는 《지능》판정을 진행하게 되며, "마치 틈새를 열어준 이는 준오가 이곳으로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길을 내어주듯 틈새를 열었던 것 같다."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벌어진 틈새를 향해 탐사자들을 안내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공간. 그곳은 아까 보았던, 그리움까지 느껴진 거대한 빛의 존재도 없었으며, 그저 우리의 존재만을 알 수 있는 기운의 흐름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뒤에서 빛이 스며들던 틈새는 마지막 탐사자가 발을 딛는 순간 닫혀버리고, 탐사자들과 준오는 기운에 몸을 맡긴 채 '돌아가야 할 곳'을 떠올리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깁니다.
(탐사자들이 자신을 구해주었던 노인, 혹은 현재의 인세에 대해 미련이 남는 반응을 보일 경우, 더 망설일 시간이 없을뿐더러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이상 현세에 더 관여하는 것은 불가하다.라고 타일러주셔도 됩니다. 해당 부분은 탁의 분위기, 스승과의 관계에 따라 유연히 대처해 주셔도 무관합니다.)
탐사자들의 몸이 흐름을 맞이할수록 잘게 부서집니다.
그리고 다시 빛으로 감싸이며 새로이 형체를 갖추어나갑니다.
당신들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들이 맞이해야 했을 1만 년이라는 시간 끝의 모습이라는 것을요.
게다가 이 넘쳐흐르는 기운은 무엇인가요. 500년의 정겁이었다면 당신에게 이 정도의 힘이 축적되기는 했을까요?
…이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지, 혹은 마음속 분노로 외면하고 있을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전원 생존
-《HP, MP, 이성》 수치가 초기치로 회복
-욕망 판정: 1D50
Thanks to.
KP: 프린님 / PL: 백지님(서소미), 애플(연수정), 쟝아(나도우), 탄사(하이서·하이안)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Call of Cthulhu (7th Edition) 의 저작권은 Chaosium Inc.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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