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분께서 지원해주신 카드입니다.)



그거 알고 있어?

유일하게 열려있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바다가 나온대.

그리고,


그 바다 끝자락에는 우리의 '안식처'가 있다고 해.




본 시나리오의 분위기와 주제로 작업된 숏플럼님의 작곡 커미션입니다.

출처를 명시해 주시는 한에서 본 시나리오의 세션용 BGM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https://soundcloud.com/rpcommission/h6euzisqwmuo






개요

 약 3년. 3년 만에 평화롭던 당신의 세상은 망가져 버렸습니다. 건조한 바람에 땅은 갈라지고, 물은 메말라갔습니다. 결국 사막화된 도시에는 모래 바람만이 흩날립니다.  아름다운 푸른 자연은 나라에서 조차 손을 쓰지 못할 속도로 변해버렸습니다.


 "비상식량과 식수 배급일이 곧 다가옵니다. 생존자 여러분께서는 시간에 늦지 않게 정해진 양을 배급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배급 장소는-…"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정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소량의 비상식량과 식수를 배급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누굴 원망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식량을 지원해주는 것도 감지덕지하는 걸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황폐해진 3년을 버텨온 당신. 하지만 그 3년 동안 제대로 된 외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전역에서 일어난 소란에 가족과도 헤어져, 이제는 혼자일 뿐입니다. 생존자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동네는 적막뿐,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도, 당신이 찾아갈 사람의 존재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A 지역. A 지역에서 "꽃 무리"가 대거 발견되고 있습니다. 생존자 여러분께서는 해가 지기 전, A 지역으로의 방문은 되도록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 사항

* (CoC)크툴루 부름 7판 룰 기반

* 인원: KPC 1명|PC 1명| 1:1 타이만 시나리오

* 키퍼를 제외한 2인 플레이 개변 가능

* 추천 관계: 초면 상정

* 시나리오 배경: 현대

* 소요 시간: 9 ~ 17시간 (RP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 플레이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준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 추천 기능: 관찰력|듣기|대인 기능|전투 기능

* 로스트 가능성: O

* 관찰·RP 위주|전투 가능성 O

* 완벽한 해피 엔딩이 없습니다.










플레이 전, 시나리오 관련 전체 공지를 숙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공지 페이지: https://scenario-dob.tistory.com/17


본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얀별(@Yan_star_TRPG)에게 있으며,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과 건의사항은 괜찮습니다만, 악의적인 비방글은 받지 않습니다.


시나리오의 노룰북 키퍼링, 공개된 공간인 SNS에서의 스포일러 발언 · 플레이, 키퍼링 커미션 등을 엄격히 금합니다.


작성자는 아직 크툴루의 초심자로, 시나리오 내에 실수, 오타 등 미숙한 점들이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부디 편하게 건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시나리오는 1:1 타이만으로 작성되었으며, 키퍼링 해주시는 분을 따로 모시고 PC 2인으로의 개변 플레이를 허용합니다.


엔딩 방향을 제외한 플레이에 개변이 가능합니다. 편하게 맞춰 주세요. (창조 엔딩 가능)

단, 개변한 시나리오의 2차 재배포는 금합니다.


본 시나리오에 플레이어 상대방을 속여 데려가는 것을 엄격히 금합니다. 이후 '멘마' '비참' 발언 등,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소비가 이어질 경우 시나리오를 비공개 혹은 2차 지인한정 배포로 대처 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잡고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만큼 고어, 상해, 유혈 적인 묘사가 있으니 필히 유의해 주세요.














이후 아래부터는 시나리오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키퍼링 예정이신 분들만 열람해주세요.














진상


본 시나리오에서는 자체 해석이 다른 진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00. 발단

탐사자는 꽤 오랜 시간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특별한 외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몸살과 같은 증상이 찾아오며, 간헐적으로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이기 힘들어집니다. 그나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는 피부가 투명해지는 느낌으로 안쪽의 핏줄이 비쳐 보이는 것뿐이에요. 병원에서조차 병명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 탐사자는 입원을 한 채, 차도 없을 임시방편 치료만을 받아온 지 3년째.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증상에 괴로움을 느끼는 탐사자는 외로움과 분노만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갑니다.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괴물'이 되어버릴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요.


(본 시나리오에서 등장하는 탐사자는 통각을 느낄 수 없는 몸입니다. 이는 관계캐 헌정으로 작성되었기에 백 스토리로 들어갔으나, 플레이하게 되는 탐사자에 따라 무통증을 진상에서 빼셔도 무관합니다. 단, 무통증을 진상에서 제외 시, 현실에서는 병의 증상 중 하나로 큰 두통을 느꼈다. 라고 추가하시는 쪽이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Ex. 현실에서는 두통이 심하지만 꿈에서는 건강하다. 그렇기에 꿈을 빠져나가려 할수록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 여행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기에 다시 무통증의 몸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사실 이름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병은, '요그 소토스'를 섬기는 숭배자들에 의해 생겨난 현상입니다. 탐사자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악한 주문을 사용하여 느리게 생명력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오랜 세월 고통을 받으며 절망과 갈 곳 없는 분노가 쌓이면, 그만큼의 제물로서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3년의 세월 간 꼬박 병을 앓고 있는 탐사자. 그나마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잊기 위해 탐사자가 선택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수면'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꿈속 세계, 일종의 수면을 통해 다른 차원에 드나드는 탐사자. 하지만 꿈속의 또 다른 수면 세계에 깊이 빠져들수록 숭배자에게 걸렸던 주문은 엉키고 비틀어져, 이내 탐사자의 수면 세계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되어 버립니다. 탐사자의 기억을 함께 봉인해 묶어둔 채로요. 그 때문에 탐사자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차원에 갇혀 헤매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현실 기억 대신 거짓으로 만들어진 꿈속의 기억을 품고서요.




01. 시나리오 시작 배경

탐사자가 갖고 있는 거짓된 기억은 "꿈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행적""자신의 건강"입니다. 평화롭던 세상에 갑자기 들이닥친 재앙. 재앙으로 인해 꿈속의 세상은 3년 만에 황폐해져 사람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꿈속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던 탐사자에게는 끔찍함 그 자체였을 겁니다. 사막화되어버린 황폐한 환경은 정부조차 따라가기 힘든 속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재앙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돌연변이'들. …아니, 돌려 말하는 '돌연변이'라는 말은 그나마 불안감을 막으려 포장한 말에 불과합니다.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이 현상은 사유를 알 수 없으며, 어떻게 전염이 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모두 증상이 달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없고,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다 '변화' 해버린다는 것만이 유일한 단서였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몸살이라도 난다면 모두 의심부터 하고, 서로 배척할 수밖에 없는 사회로 변모되어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탐사자가 현실에서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02. 꽃 무리 (돌연변이)

돌연변이라 불리던 것은 이내 머지않아 '꽃 무리'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특별한 것 없이 말 그대로, '꽃'의 현상을 띄우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름다운 꽃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요. 홀로 다닐 때는 '꽃'이라 불리는 돌연변이. 하지만 대부분 이 꽃들은 무리 지어 다니기에 '꽃 무리'라고 불립니다.


잔혹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의 발현 과정. 과한 통증을 거쳐 지나간 환자의 얼굴에는 가느다란 실선이 생기고, 이내 빠르게 꽃을 피워냅니다. 그리고 꽃이 피어남과 동시에 죽어버리는 몸. 그렇게 죽어버린 몸은 축 늘어져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움직이는 것은 걸음을 옮길 수 있는 '다리'와 '꽃잎' 뿐이에요. 안쪽에서부터 펼쳐진 꽃잎들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흘러내리는 진득한 체액과 자잘한 톱니처럼 보이는 수많은 이 밖에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이 꽃의 가장 위험한 점은 거처를 옮겨 다니며 식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미 쉬쉬하는 사실이지만 일종의 '좀비'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꽃 무리'는 섭취를 하는 머리가 잘려 나가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생물입니다. 변형된 머리의 꽃잎은 모두 색과 형태를 다르게 띠고, 해가 떠 있는 아침부터 낮까지는 움직이지만, 해가 져버린 저녁부터는 그 자리에 서서 꽃잎을 말아 봉오리로 만든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낮에는 광합성과도 같은 작용을 해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밤에는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체에 스치거나 닿게 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공격할 수 있기에, 가까이 지나다닐 때는 유의해야 합니다.


※꽃은 '빛'과 '소리'에 반응을 합니다.



(익명의 꿀벌 @BEE_trpg님 지원 이미지입니다. 설명을 위해 탐사자에게 핸드아웃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KPC 정보

인형을 오랜 시간 소중히 여기고 대해준다면, 그 인형에 영혼이 깃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본 시나리오에서 등장하는 KPC는 탐사자가 병실에서 소지하고 있던 밀랍인형입니다.


알 수 없는 병 때문에 주변인의 면회조차 제대로 허가되지 않았던 탐사자는, 오래전 소중한 사람에게, 혹은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선물 받았던 투박한 모양의 밀랍인형을 소지한 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지내던 탐사자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인형 하나뿐.


(만약 탐사자가 정말로 인형은 안중에도 없고 그런 것에 관심을 주지 않는 타입이라면, 인형 자체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영혼이 깃들었다는 설정으로 개변하셔도 괜찮습니다.)


병이 오랜 기간 퍼져나갈수록 탐사자의 이성이 약해져, 결국 그는 수면으로 도피하기 시작했고, 꿈속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탐사자의 이상 변화를 눈치챈 KPC는 무력감에 젖어갑니다. KPC는 단순한 인형에 영혼만이 깃들었을 뿐, 움직일 수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게 눈앞에서 탐사자를 방관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리는 KPC의 앞에, 어느 날 돌연 듯 나타난 것은 인간의 형태를 취한 '니알라토텝'이었습니다.


니알라토텝이 KPC에게 제시한 것은, 다른 차원에 갇혀버린 그를 구할 방법은 있으나, 그저 작은 영혼의 파편에 불과한 KPC는 그를 도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시,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현실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탐사자 스스로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 싫어할 경우, KPC의 노력이 무산되어버릴 거라는 이야기도 함께요.


탐사자가 어떤 방향의 엔딩으로 이어지든, 니알라토텝에게는 손해 없는 작은 즐거움 거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다른 신화생물의 제물로 바쳐지려던 탐사자를 직접적으로 건드는 일도 아닐 테고요.


탐사자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병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아닐지는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가 다른 차원에서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면, KPC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했을까요? 꿈을 꾸며 그가 죽어가는 것을 기다릴지, 적어도 현실에 희망을 걸어볼지 말이에요.


(KPC 또한 시나리오 진행 중 탐사자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제안할 때, 탐사자의 의견 존중에 있어 스스로 선택을 내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출구인 '인식처'에 다가갈수록 탐사자는 잊고 있던 현실의 고통을 다시 깨닫기 시작하고, 현실로 빠져나왔지만, 병이 완전히 낫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은 KPC의 캐릭터성에 맞춰 RP를 진행해주세요.)



※체력 회복 시스템


본 시나리오에서는 음식, 약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음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투 회피가 가능한 만큼 필수 섭취가 아니며, 회복 수치는 《HP +1로 통일합니다.






시나리오 전개


01. 하루의 시작

<BGM 추천: "[Incompetech] - Relent">


… …


아, 당신은 목 안으로 버석거리는 모래알이 구르는 듯한 고통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옆으로 보이는 커다란 창문. 낡은 커튼을 엉성하게나마 묶어 빛을 가려두었지만… 낡고 헤져 구멍 뚫린 부분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어쩔 수 없네요. 뜨거운 햇빛이 당신의 눈가에 아른거리자, 그제야 칼칼했던 목이 적나라하게 갈증이었던 사실을 깨닫습니다.


빛이 이렇게 쏟아질 정도면, 벌써 한낮이 되었다는 의미일 텐데요… 하지만 뭐 어떤가요. 늦잠을 자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는걸요. 뜨거운 햇볕 아래에 나가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딨을까요. 해가 떠 있을 때 외출을 하게 된다면, 당신은 모래알이 구르는 듯한 고통이 아니라, 정말로 목에서 모래알이 구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탐사자가 정확한 시간을 알고자 한다면, 특별한 조사 없이 방 안에 있던 미니 라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후 3시가량이 된 시간임을 안내해주세요. 생존자들은 대부분 낮에 움직이는 꽃들을 피해 저녁부터 움직이기에, 아침 시간부터 낮까지는 잠을 청합니다.)


탐사자가 갈증에 시달려 물을 찾는다면, 부엌의 구석진 곳에서 물이 담긴 페트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큰 박스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페트병. …하지만 정작 물이 담겨있는 것은 두 병뿐입니다. 그나마 두 병 중 하나는 반병밖에 남아있지 않지만요. 이외에 다른 페트병들은 텅 비어있어, 조금씩 우그러져 있는 모양새일 뿐입니다.


(중요하지는 않지만, 탐사자가 병의 총 개수를 궁금해한다면, 2D10으로 정해주셔도 좋습니다. 정부에서 배급하는 수통이며, 식수와 식량난으로 인해 비정기적으로 배급되어, 탐사자는 먹고 마시는 것을 아끼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직 식량과 식수 배급에 대한 안내가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 물이 이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요? 갈 수록 산입니다. 안내가 뜨더라도 배급일은 보통 몇 주 후로 지정되니까요. 최근 이대로 굶거나 수분 부족으로 죽지는 않을까 두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


탐사자가 집 내부를 둘러보면, 화장실과 조금 전 탐사자가 나온 [방], 그리고 [부엌]이 전부입니다. …집은 그다지 크지 않아요. 당연하죠, 여긴 당신의 집이 아니니까요. 모든 소동이 일어나면서 아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도망치던 끝에 도달한 곳이 이 빌라입니다. 이미 2D10개월 가까이 지낸 곳이긴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혼자 사는데 쓸데없이 넓지 않아 휑한 느낌은 덜 해보입니다. 그렇다고 외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탐사자의 방

간소하게 침대 매트만 깔아놓은 방. 작은 옷장이나 물품들이 있지만, 대부분 낡고 헤졌습니다. 당신 것이 아닌 물건들이 많지만, 운이 좋게 쓸만한 물건들은 많아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침대 매트], [옷장], [창문] 뿐입니다.


[침대 매트]

구석구석 먼지가 남아있는 사용감이 많은 매트. 삐그덕 거리는 스프링 소리가 나기는 하지만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관찰력》

성공▷ 덮여있는 이불을 뒤지던 도중, 어디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손을 뻗어 구석을 뒤져보면 손바닥 정도 크기의 투명한 약통이 손에 잡히네요. 내부에는 달랑 알약이 2개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적어도 약을 찾았다는 게 어딘가요? 지금까지 피폐한 생각에 잠겨 잠드는 나날을 반복하느라, 이렇게 깊숙이 뒤져볼 생각을 못 했는데… 병뚜껑에 <진통제>라는 글씨가 눈에 띕니다.


실패▷ 덮여있는 이불을 뒤지니, …먼지만 자욱이 일어나 코를 간질입니다. 언제 한 번 창밖으로라도 이불을 털어야겠어요.


(진통제는 한 알당 체력을 +1씩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탐사자와 KPC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필수로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 KPC는 사람이 아니기에 약을 사용하더라도 회복 효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런 특징을 탐사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옷장]

군데군데 먼지가 쌓인 낡은 옷장. 탐사자가 옷장을 열어보면, 끼이익- 하는 녹슨 문첩 소리가 귀를 괴롭게 합니다. 탐사자의 몸에 꼭 맞는 크기의 옷은 아니지만, 적어도 작아서 못 입을 정도는 아닌 몇벌의 옷들. 다들 대피하거나 집을 떠날 때 짐을 최대한 챙겼을 테니, 옷이 이렇게 많지 않은 것도 당연한 거겠네요.


《옷장을 뒤져본다》

많지 않은 옷들과 모자, 양말들을 뒤지다 보면, 가장 아래 서랍에서 작은 <손거울>과 <낡은 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검은색의 사각형 손거울. 먼지는 묻어있지만, 아직 멀쩡해서 사용할 만 할 것 같네요. 낡은 노트는 주인이 한 장 한 장 뜯어 사용했는지 별다른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남이 사용하다 버린 느낌이긴 하지만… 혹시 메모할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펜만 있으면 딱 좋겠네요.


(손거울과 낡은 노트는 건너편 건물에 있는 KPC와 소통을 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렵고, 꽃 무리는 소리에 예민하기에 창밖으로 소리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또한 손거울은 이후 여행을 시작했을 때, 앞길에 꽃 무리가 있는지 먼저 비춰 살피는 것이 가능하며, 미리 전투 회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창문]

먼지로 얼룩덜룩해져, 흐려진 창문. 햇빛을 가리기 위해 엉성하게 묶어두었던 커튼이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커튼을 거둔다》

탐사자가 커튼을 거둬내면, 기다렸다는 듯 밝은 햇빛이 탐사자를 향해 쏟아져 들어옵니다. 눈을 찌르는 쨍한 햇빛… 차츰 밝은 빛에 눈이 익숙해져 갈 쯤 창밖을 보면, 건너편에는 마찬가지로 낡은 빌라와 주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자박, 자박…


길게 발을 끄는 듯한 소리. 꽤 높은 곳까지 들리는 이 발소리는 하나둘이 아닙니다. 오래전에는 반갑고, 또 무엇보다 친근한 소리였지만… 창 아래로 보이는 저 수많은 무리의 벌어진 꽃잎들은,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끔찍한 고깃덩어리가 꿈틀거려 무엇보다 흉측하고 두려울 뿐입니다. 3년, '저것'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 언제 잡아먹힐까 두려워 제대로 된 외출은 상상도 못 하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이 지내고 있는 이 거리에 수십 마리의 꽃 무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에 토기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SAN 0/1D2》


탐사자가 불쾌감을 느끼고 창문에서 멀어질 때쯤, 퉁- 작은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창문에 부딪혀 밖으로 떨어집니다. …? 이게 무슨 소리죠? 특별히 창문이 깨지지도 않았고, 층이 높아 아래로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탐사자가 아래를 살피고 있을 무렵, 순간 눈가에 닿아오는 빛. 무언가에 반사되어 눈을 향한 듯, 따가운 햇빛에 눈살이 구겨집니다.


당신의 눈과 얼굴 위로 불안정하게 비치는 빛을 손으로 막아 겨우 앞을 확인하면, 꽤 가까운 거리의 건너편 건물 창가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한 손에는 탁한 색의 커튼을 불안한 듯 움켜잡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거울을 들어 당신을 향한 채로요.


(만약 탐사자가 건너편의 KPC에게 소리 질러 의사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지능》판정을 추가하셔서 목소리를 크게 낼 경우, 아래에 돌아다니는 꽃 무리에 주목되어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힌트를 주셔도 무관합니다.)


탐사자와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손에서 거울을 내린 상대방. 그리곤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옵니다. 아직도 이곳에 사람이 남아 있던가요? 식량을 구하러 간혹 나가거나 창밖으로 살필 때도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말이에요. 놀라움 반, 반가움 반, 그리고 당신에게 자신의 존재를 쉽사리 알려주는 상대방에게 약간의 의심도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잖아요? 세상이 이렇게 위험해지면서 사람들은 타인보다 자신을 챙기기 급급해졌으니까요.


당신의 표정이 의아하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상대방은 안절부절 자신의 소매를 만지다가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방을 뒤져 뭔가를 꺼내옵니다. 조금 큰 크기의 노트. 그리고 매직이네요. 그리곤 노트에 매직으로 글씨를 적어, 탐사자가 있는 방향으로 돌립니다.




"많이 놀라셨나요? 갑작스럽게 죄송해요."

"제 이름은 ㅇㅇㅇ예요."

"이 동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본 건 처음이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어서…"




머쓱하게 노트를 들어 얼굴을 가리던 그는, 자신의 노트를 바라보는 당신을 향해 어색하게 미소짓습니다. 하긴, 서로를 조심해야 하는 요즘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홀로 지내게 된다면 외롭잖아요. 그의 말따라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느껴 말을 걸었던 걸 수도 있겠네요.


(만약 탐사자가 KPC를 의심해 대화하지 않으려 무시한다면, KPC는 창밖으로 큰 소리가 나지 않는 물건을 탐사자가 있는 창물로 던져 관심을 끌던가, 말없이 밤에 찾아가는 전개로 움직이게 됩니다. 또한 위에서 KPC가 이름을 밝혔기 때문에, 이후 아래의 지문부터는 KPC를 '상대방'이라 칭하지 않고 KPC로 기재하니 참고해주세요.)


하지만…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KPC에게 답을 주려 해도, 방법이 없지 않나요? 저 건너편까지 큰 소리를 내어 말을 걸 수도 없고… 아, 그러고보니 옷장에서 발견한 '낡은 노트'가 있었네요. 펜, 펜도 어딘가에 있을 법 한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방은 둘러봤으니, 아직 둘러보지 않은 곳을 살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탐사자의 방>에서 <부엌> 순서로 옮겨갈 수 있도록 흐름을 정해두었으나, 만약 처음부터 탐사자가 <부엌>을 살폈다면, 먼저 펜을 찾은 상태여도 괜찮습니다.)





부엌

아까 발견했던 페트병들과 몇 없는 식기들. 삭막하기만 한 모습뿐, 별달리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살펴볼 만한 것은 [찬장][서랍], [달력]뿐이네요.


[찬장]

찬장의 나무문을 열어보면, 컵 두 개와 쌓여있는 커다란 수프 통조림, 정부에서 지원된 식량 팩들이 보입니다. 저 음식들만 먹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요? 이제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지긋지긋할 뿐입니다. 이외에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 KPC가 방문해 둘만의 시간을 가질 때, 함께 식사해도 괜찮은 부분입니다. 신선한 재료가 아닌 통조림과 긴급 식량들일 뿐이지만, 적어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즐겁지 않을까요? KPC와 탐사자 중 한 명이라도 요리 실력이 좋다면, 이런 재료로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음식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랍]

연결 부분이 녹슬어 빡빡한 서랍. 웬만한 물건들은 밖에 두었더니 서랍을 열 일은 드물었던 것 같네요. 조금 힘을 써야 열릴 듯합니다.


《근력》

성공▷ 덜컹!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확 끌려 나온 서랍. 안에는 여러 가지 공구들이 보입니다.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쓸만한 게 있는지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조금 더 깊이 뒤져, 자세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실패▷ 덜컹! 꽤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묵직함이 느껴지는 것과 다르게 서랍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손에 빠진 손잡이가 덜렁이고 있다는 점이 유독 씁쓸하게 되었지만요.



《관찰력》

성공▷ 혹여 날카로운 공구가 있지 않을까 조심하며 손을 넣어 뒤지자, 서랍 아래에서 작은 <잭나이프>가 손에 잡힙니다. 접힌 날을 살펴보면, 상태가 그다지 나쁘진 않은 칼. 위험한 상황은 피하고 있으니 특별히 쓸만한 곳은 없는데… 언젠가는 과일 깎는 데라도 쓸 수 있을까요? 물론 과일도 없지만요.


실패▷ 작은 공구들 사이로 손을 넣어 뒤지던 탐사자. …! 서랍을 뒤지던 도중, 갑작스러운 통증이 손바닥을 파고듭니다. ……저런, 철제 공구가 있는 서랍은 조심히 다뤘어야 했는데요. 서랍에서 손을 꺼내자, 손바닥에 깊게 팬 상처에서 진득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입니다. HP -1》


(본 시나리오에서는 꽃 무리에 대적할 수 있는 무기를 얻을 기회가 총 2번 주어집니다.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무관하며, <잭나이프>의 획득은 두 번의 기회 중 하나로 취급됩니다. 서랍 조사가 《근력》판정 실패로 이어졌다면, <잭나이프>는 획득할 수 없습니다.)




<잭나이프>

근접전 (격투)|1D4+피해 보너스


(룰북 405p 《단도, 소형》 참고)





[달력]

식량 지급일을 표기했던 벽에 걸린 달력. 이제는 너무 낡고 헤져, 자칫 잘못 만졌다간 낱장으로 뜯겨 흩어질 것 같습니다. 지급일 말고는 다른 일정은 전혀 적혀있지 않은 모습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몰려오네요. …아, 달력에 줄로 연결된 <매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돌아온 탐사자의 방

매직을 들고 방으로 돌아오자, 사라진 당신의 자리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창가를 서성이던 KPC가 보입니다. 곧 돌아온 당신을 보고 안도한 듯 손을 흔들며 미소짓네요.


탐사자가 노트에 대답을 적어 KPC를 향해 보여주면, 그는 눈에 띄게 안색이 좋아집니다. 당신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대답을 해줬다는 점에서 안심한 것처럼요. 그리고 다시 노트를 펼쳐, 탐사자의 메세지에 대한 답을 적어 창가로 보여줍니다.





KPC 대답 예시


제가 여기 있던 걸 어떻게 알았나요? → 며칠 전에 당신이 창가를 지나는 걸 봤어요. 커튼을 묶어뒀길래, 혹시 사람이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 보고 있었거든요.


일행이 있나요? → 아니요. 혼자 지내고 있어요. 따로 가족이나 친구들하고는 헤어진 지 오래됐으니까요.


이 동네에 온 지 얼마나 됐나요? → 음... 다섯달? 이제 거의 반년이 되어가긴 해요. 위쪽 도시에서 내려왔거든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야 하나요? → 이런 곳에서 사람을 쉽게 신뢰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저도 오늘에서야 용기 내 당신에게 말을 건 걸요. 하지만 무엇보다 도움이 절실했으니까요. …한 번만 저를 믿고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요?…식량이 부족해요. 그렇다고 당신에게 강탈한다거나, 억지로 요구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이런 곳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식량에 대한 도움은 받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대화하던 KPC.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보여주곤, 안색이 어두워집니다. 식량에 관련된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건은 아니니까요. 머뭇거리며 당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KPC는 미안함과 불안함이 먹먹한 얼굴로, 마냥 거짓말을 하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부족한 건 식량뿐이에요. 적어도 식수는 넉넉하거든요.”

”탐사자만 괜찮다면, 식수와 식량을 교환하는 것도 괜찮아요!”




(KPC는 탐사자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거래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만약 거래를 요청하기 전에 탐사자가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다면, 윗부분을 진행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식량 배급일은 한참 남았는데, 부엌에 식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마침 통조림이나 식량 팩은 넉넉하게 남았으니... 적당히 교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낯선 사람을 함부로 만나는 게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탐사자의 한 치 앞가림하기에도 벅차니까요. 그리고 혹시 아나요? 이런 삭막하고 외로운 곳에서 함께 도우며 알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팍팍한 생활에 조금쯤은 희망이 있다 여겨지게 될지.


그렇게 탐사자가 KPC에게 긍정의 답을 적은 노트를 보여주면, KPC는 밝게 웃으며 끄덕입니다.




“제가 오늘 밤에 그쪽으로 갈게요. 괜찮나요?”

“아무리 밤이라도 위험하잖아요. 도움을 요청한 건 저니까, 제가 찾아뵐게요.”

“가끔 밤에 물건 구하러 나가거나 도시에서부터 이주할 때 밤에 많이 움직여서, 나름 익숙하거든요.”




그건 그의 말이 맞습니다. 꽃 무리가 움직이지 않는 유일한 시간인 밤. 큰 소리를 내거나 그것들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공격당할 일은 없지만, 아예 위험성이 없지는 않으니까요. 밖으로 나와 건너온다면, 적어도 밤길에 꽃들을 자주 피해 본 사람이 움직여야 더 안정적일 겁니다. 꽃들이 건물 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빌라의 현관문을 막아두었으니, 그가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주기만 하면 완벽하겠네요.


(만약 탐사자가 KPC의 집으로 방문하려 한다면, KPC는 한사코 거절합니다. KPC는 사람이 아니기에, 식사나 수면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집은 사람 사는 공간만큼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음식 섭취는 가능하나, 소화할 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속을 게워내게 됩니다. KPC의 거절에도 탐사자가 고집을 부려 방문하게 됐다면, KPC의 방은 삭막하고 심히 낡았으며, 식량이 전무해 폐가와 같은 느낌을 준다 표현해주세요. 생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 약간의 불길함을 느끼며, 《SAN 0/1D2가 진행됩니다.)


망설임 끝에 탐사자가 제안을 수락하자, 그는 '그럼 어두워지면 보도록 해요.'라는 말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 오랜 시간 대화를 했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한껏 햇볕이 쏟아진 자리는 뜨겁기 그지없습니다. 당신의 이마 위로도 송글거리며 맺혀있던 땀방울이 긴 선을 그리며 미끄러지니까요.




… …



<BGM 추천: "[Incompetech] - Earnest">


어느덧 붉은 노을이 지고, 짙은 어둠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던 커튼을 걷어보면 KPC가 있던 방은 어두컴컴할 뿐입니다. 그야 당연하죠. 마을에는 일찍이 전기가 끊겨버렸거니와, 빛을 보면 반응하는 그것들 때문에 불을 밝히는 일도 조심스러우니까요. 비단 KPC의 방뿐만이 아닌, 마을의 모든 건물이 어둑합니다.


끊임없이 느리게 들리던 발을 끌던 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꽃들이 움직임을 멎었다는 의미겠죠. 창밖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골목 사이로 듬성듬성 서 있는 그것들은 어김없이 "꽃 무리"입니다. 낮에는 벌어져 괴이한 체액을 흘리던 꽃잎들은 굳게 닫혀 아무 미동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밤에 일제히 이렇게 움직임을 멎어버립니다. 마치 태양의 빛이 유일한 동력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게 그것들은 움직임을 멎는 시간에, 낮보다 청각이 무뎌졌습니다. 속삭이는 소리 정도에는 반응을 하지 않게 되는 거죠.


괜히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는 것을 보니, 확실히 오랜만에 만난 사람인 KPC가 이곳으로 건너오는 도중에 일을 당할까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건너편 건물의 문이 느리게 열리며 검은 인영이 빠져나옵니다. 문 앞에서 잠시 주저하는 듯한 인영은 곧 길거리에 무리 지어 서 있는 꽃들의 사이를 조심스레 조금씩 피하며 건너오기 시작합니다. 아슬아슬 하지만 닿지 않도록, 그리고 발소리는커녕 숨소리까지 죽여가면서요. …이제 그가 들어올 수 있도록 내려가 현관문을 열어주면 되겠어요.




KPC 메모


이때, KPC는 비밀 다이스로 1D3을 굴려주세요. 최소한의 위험도를 나타내며, 나온 값만큼 《민첩》을 굴립니다.


그 후, 《민첩》 판정에 실패한 수만큼 HP -1》을 진행해주세요. 밤이기 때문에 꽃들은 크게 건드리지 않는 이상 지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며, 꽃잎이 열려 KPC를 한 번씩 물어뜯는 정도입니다. 이후에는 따라오거나 다시 공격하지 않으니 탐사자가 있는 건물로 다시 움직여주세요.


KPC가 다치는 부위나 정도는 자유롭게 해주시되, 위험할 정도의 상처는 아닙니다.




(KPC의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밀랍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가 나더라도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띠지만, 세계에 갇혀 세뇌되어있는 탐사자의 눈에는 살갗이 찢어지거나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일반 사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 점차 '안식처'라는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환각이 걷히고 KPC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무판자와 무거운 의자, 각종 들어 나를 수 있는 가구들로 잔뜩 막아둔 현관. 나가는 일이 잦지 않아 이렇게 든든하게 막아두었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먼지 쌓인 현관을 힘들여 치우게 되었네요. 가구를 치워낼 때마다 손에 묻어나는 희뿌연 먼지들은, 빨리 KPC를 안전하게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초조함에 손을 미끄러지게 만듭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치워냈을까요.


"탐사자. 저예요."


문 뒤에서 숨죽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지척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탐사자가 서둘러 문을 열면,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한 KPC가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살핀 후 황급히 안으로 들어옵니다. 아무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조심했다 치지만, 밖의 저 괴물들 사이를 오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복도로 들어온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있음에 조금 안심이 되는 듯 탄식과도 같은 한숨을 내뱉습니다. 그래도 긴장이 풀렸다는 느낌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서로 모르는 사람을 믿고 돕는다는 것 말이에요. 탐사자가 KPC를 살펴보면, 그의 품에는 커다란 손잡이가 달린 대형 물통이 안겨 있습니다. 물을 많이 아껴 마시는 사람인 걸까요? 이렇게 많이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분이 남아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 …


두 사람이 탐사자의 집으로 들어오자, KPC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현관에 주저앉습니다.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물통을 옆에 내려두면서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방 내부를 살핍니다.


"와, 생각보다 집이 생활하기 편해 보이네요?"

"아…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조금 사람 사는 느낌이 나서 그래요. 저는 정리 같은 거 잘 못 하거든요."

"조금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그건 탐사자가 혼자 살아서 그런 건가?"


어색하게 웃으며 우스갯소릴 하는 KPC는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물통을 밀어줍니다. 그리고 식량 배급일에 만났을 법도 한데, 배급 장소에만 벌떼처럼 모이는 인파 탓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나 보다며 아쉽다는 말을 남기네요.


이후 탐사자의 눈치를 살피는가 하더니 차근히 자신의 소개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별 것 없지만, 낮에 말한 것처럼 도시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 길을 떠나 도착한 마을에서 최대한 식량 배급장소와 가까운 마을을 택하려 하다 보니 이런 외진 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말 말이에요. 다행히 식사량이 많지 않아 배급받은 식량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웃기지도 않는 자신의 장점이라고까지 하며 가벼운 농을 합니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 그리고 건강해 보이는 당신을 만나 이렇게까지 반갑다면서요.


… …



한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탐사자와 식사를 했다면 KPC는 제가 입은 옷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리다가 이내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손바닥 반 만큼 접힌 종이를 하나 꺼냅니다.


"…탐사자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나요?"

"아니, 말이 조금 이상하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만족이라는 말이 어울릴 리가 없지만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말이 어색한지, 자신의 머리카락을 애써 매만지던 그는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합니다. 접혀있는 종이는 손을 많이 탔는지 잔뜩 낡아서 헤져, 부분부분이 찢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여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오는 그의 눈은 가늘게 불안으로 흔들립니다.


"사실, 제가 길을 떠나 이곳까지 내려온 이유는 따로 있어요."

"…'안식처'에 가기 위해서."

"탐사자, '안식처'라는 곳에 대해 들어보았나요?"


…안식처? 아니, 당신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믿고 있던 신을 잃은 사람을 위로하는 새로운 종교일까요? 그도 아니면 정부? …하지만 정부의 소식이라기엔, 세상에 크게 알려지질 않았잖아요. 항상 잊지 않고 꼬박 듣고 있는 라디오에서도 안내 방송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KPC 대답 예시


안식처라는 게 뭔데요? → 말 그대로 안식처예요. 조금 대피소 같은 느낌의 안전한 장소요. 개인으로 생활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래요. 큰 사회를 만들 정도의 단체까지는 아니고, 무리 지은 큰 단체 정도요.


왜 나는 안식처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까요? → 정부나 크게 알려진 곳에서 공개적으로 공지한 것과는 다르니까요.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조용히 알음알음 만들어진 곳이래요.


안식처가 어디에 있는데요? → …바다 끝자락에요. 정확하게 알려진 장소의 위치는 없어요. 정말 전설처럼만 알려진 곳이라… 하지만 유일하게 열려있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 닿게 된다고 하던걸요. 지금까지 금지구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열려있는 연결된 길, 거긴 이 마을을 거치는 구간 중 하나예요.


당신은 그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데요? → …처음 살고 있던 도시를 떠나기 전에 우연히 정보가 적힌 종이를 얻었어요. 누구한테 받은 것도 아니고 주운 거지만… 광고처럼 전체에 뿌려진 것도 아니라 전단지나 팸플릿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네요.


안식처에서 안 받아준다면 어쩌려고요? → 그, 그건… 아니에요. 거기까지 닿는 사람은 필연이라고 했어요. 안식처에 꼭 필요한 사람이요. 닿는 사람은 받아들인다고 했던 걸요.





그렇게 안식처에 관해 설명하던 그는, 자신의 손에 조심스럽게 쥐고 있던 종이를 펼칩니다. 생각보다 얇은 종이였네요. …? 잠깐, 그가 펼친 종이는 절반뿐입니다. 그리고 그걸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도 흐린 절망이 아른거립니다.


"…잘린 부분이 길과 관련된 남은 힌트 부분이에요."

"그래서 이곳에서 더 나아갈 수 없었어."

"길을 안내해주는 힌트는 수수께끼 같거든요. 열려있는 길을 따라가라. 바다 끝자락에 닿는 곳. 이 두 문장만이 지금 읽을 수 있는 전부예요."


중얼거리듯 짙은 한숨과 함께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어둡지만, 진득한 미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요. 이곳에서 약 반년간 버텼다면, 대체 무슨 마음이었을 까요. 또 그곳에서부터 반밖에 없는 이 종이를 보며 내려온 그는 얼마나 희망을 갈구한 걸까요.


문득, 그가 종이를 당신의 손 위에 얹고 꼭 쥐어 옵니다.


"…안식처와 관련된 정보는 종이가 없다고 아예 얻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안내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들이 남긴 힌트가 나올지도 몰라. 더 운이 좋다면 멀쩡한 종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혼자서는 더 길을 떠나기 무서웠어요.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낸 건데, 심지어 함께 의지할 사람도 없었는걸."

"그러니까, …탐사자. 저와 함께 안식처를 찾아가지 않을래요?"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머물러 갇혀 지낼 수는 없잖아…"


애달픈 목소리로 매달리듯 당신에게 빠르게 말을 이어오는 KPC. 그가 잡은 손은 마지막 잡은 동아줄을 놓칠 수 없다는 듯 힘겨워 보입니다. …고작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이곳에서 벗어나 떠나자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혹은 모르죠. 정말로 무서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만을 오래도록 기다렸으니, 자신을 도와준다는 당신에게 크게 흔들렸을 지도요.


(탐사자가 《심리학》 기능을 사용한다면, 그가 함께 떠나고자 하는 말에는 거짓 없이 진심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 했던 것에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면, 탐사자와 만나 곤두서있던 불안함을 풀어내려 애써 말을 많이 하는 느낌으로, 거짓말을 하는지는 KPC의 긴장감에 묻혀 알아낼 수 없습니다.)


탐사자가 KPC의 제안에 망설인다면, KPC는 "지금 당장 떠나자는 말이 아니에요. 바로 답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며 손을 휘휘 젓습니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향하는 여행이 될 텐데, 바로 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다면서요. 애초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면서 밖으로 함부로 다니기에도 어렵고, 낮에는 꽃 무리가 나다닐 테니 밤에만 움직여야 하잖아요? 언제 꽃들과 마주할지 모를 테니 쉽사리 함께 가겠다는 말을 기대하지 않았다고도 말을 덧붙입니다.


(이후로는 자유로운 RP를 즐겨주세요. KPC는 자신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 것 같다며 애써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려 합니다. 혹은 두 사람만의 자세한 이야기를 즐겨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KPC가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거짓으로, 적당히 화젯거리를 피해가거나, 아직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라는 느낌으로 피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꽤 많은 이야기로 시간 가는지 몰랐던 탓에 창밖이 옅은 남색 빛으로 물드는 것을 한 박자 늦게 발견합니다. KPC는 시간과 하늘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돌아갈 준비를 하네요. 그렇게 현관으로 나가던 KPC는 잠시 멈춰, 망설임 끝에 탐사자의 손에 갖고 있던 종이를 쥐여줍니다. 조금 더 살펴본 후 자신의 제안을 깊이 생각해 달라고요.


"저를 부르실 때는 직접 찾아오는 것보다는… 제가 했던 것처럼 거울을 사용해서 불러주세요. 집이 좁아서 대부분 방으로 빛이 비춰지면 눈에 잘 띄거든요."

"이렇게 간혹 만나는 건 즐거우니 불러주셔도 좋지만, 간단한 용건은 노트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으니까요."


불러준다면 언제고 찾아온다는 말과 함께, 그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자신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종이를 당신에게 냉큼 줘버려도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저렇게 절실히 말하니, 그의 말대로 조금 더 생각한 후에 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의 노트는 앞으로 간단한 용건을 적어 소통하는 정도로만 사용할 양으로, 최대 3일 치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씨를 촘촘하게 적어서 사용하기엔, 건너편까지 글씨가 안 보이니까요. 탐사자가 오래 망설이거나 궁금해한다면 '짧은 문구를 적는 용도로 3일 정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해주세요. KPC에게 종이가 부족하다고 말할 시, KPC는 자신을 불러주면 그날 밤에 찾아오겠다 말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또한 본 시나리오 자체에서는 탐사자가 KPC의 제안에 빠르게 답을 내었다거나, 그 후 며칠이 지났다. 라는 시간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탐사자가 바로 마음을 정하지 않거나, 고민하는 며칠간 RP를 즐기고 싶어 한다면 느긋하게 진행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그가 돌아가 버린 후, 집에서는 숨 막힐 듯한 적막만 느껴집니다. 평소 홀로 지내면서 익숙하던 이 고요함이, 잠시 한 사람의 방문으로 깨졌던 게 이렇게도 영향이 컸던가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어스름은 걷히고, 해가 뜨며 붉은 하늘이 되어갑니다. 돌이 된 것처럼 꼿꼿이 서 있던 골목의 그것들은 어느새 추접스러운 입을 벌리고 있네요. …자, 탐사자. 이제는 잠들 시간입니다.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은 잠을 택할 시간이에요.







02. 결정

<BGM 추천: "[Incompetech] - Touching Moments Five - Circle">


… …깜빡깜빡, 당신은 눈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고 눈을 뜹니다. 항상 묶어놓는 커튼 덕분에 빛이 쏟아질 일은 없을 텐데… 하고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리면, 아, 어제 KPC가 무사히 들어갔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잠시 커튼을 풀러 두었던 걸 잊고 있었네요.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버렸습니다.



《건너편의 KPC 집을 살펴본다》

탐사자의 집과 마찬가지로 빛을 막아두기 위해 창가 커튼을 느슨히 묶어두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의 틈을 만들어둔 걸 보니, 탐사자가 자신을 부를까 대비해두었나 보네요.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식사를 하러 부엌으로 나오면,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가 눈에 띕니다. KPC가 주고 간 '안식처'에 관련된 종이 말이에요. 어제는 시간이 늦어 바로 잠들긴 했지만,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생각도 해볼 겸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종이를 살펴본다》

낡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특별히 눈에 띄는 홍보성 그림은 보이지 않으나, 중앙에 크지 않은 글씨가 적힌 것이 보입니다.




모든 이는 자업자득이라.

고통에 절여진 이들은 지쳐 스스로의 필요성을 저버리니,

눈앞의 절망에 좌절하지 말지어다.


'안식처'는 곧 '현실'이며 '구원'이니,

이곳을 찾는 이는 스스로의 필요성을 깨달으리라.




('안식처'가 곧 '현실'로 통하리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문구입니다. '현실'을 택하게 된다면 가상 현실인 이곳으로의 도피를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서약이 되며, 그만큼의 현실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관찰력》

성공▷ 꾸밈없이 단순한 문구들만 적힌 종이. 중앙의 글 외, KPC가 말했던 두 개의 힌트, 그리고 잘려있는 부분에 함께 끊긴 작은 문장 몇 개가 보입니다. …KPC는 잘린 문구를 해독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걸까요?




열려있는 길을 따르라. 세상의 추악함을 막아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터 있는 길을 따르라.

끝내 모든 곳은 막히고, 유일이 열린 길은 바다 끝자락에 닿았을 때 그제야 '안식처'가 되리라.

닿기위■ 자는 고통이 ■긴 ■실에 ■이 멀지 ■아야 하며,

('닿기 위한 자는 고통이 담긴 진실에 눈이 멀지 않아야 하며,' 의 문장입니다. 종이가 부분부분 찢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실패▷ 꾸밈없이 단순한 문구들만 적힌 종이. 중앙의 글 외, KPC가 말했던 두 개의 힌트, 그리고 잘려있는 부분에 함께 끊긴 작은 문장 몇 개가 보입니다. 하지만 워낙 지저분하게 잘려있어 끊긴 문장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열려있는 길을 따르라. 세상의 추악함을 막아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터 있는 길을 따르라.

끝내 모든 곳은 막히고, 유일이 열린 길은 바다 끝자락에 닿았을 때 그제야 '안식처'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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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자가 자고 일어난 후에 살피지 않고, 전날 쪽지를 살피길 원했다면 바로 진행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이튿날은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KPC와 종이로 떠드는 것도, 다시 방문을 청해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KPC는 대체 이런 종이를 어디서 주운 걸까요? 안식처가 대체 무얼 통해 알려지는지도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이런 종이 하나만 보고 안식처를 찾아간다고 하기에는 한없이 막막하지만, KPC의 말대로 열린 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안식처의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찾는다면… 적어도 이곳보다 훨씬 안전하고 걱정 없는 곳에 닿을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겠네요.


그렇게 종이를 살피고 나면, 탐사자의 위가 허기짐으로 요동칩니다. 뱃속의 낮은 소리가 울림이 방으로 퍼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더라면 조금 민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몸이 나른하기도 하고… 식사를 한 후, 조금 더 낮잠을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 …


탐사자가 부엌으로 들어서면, 익숙한 통조림과 식량 팩들이 찬장에서 반겨주고 있습니다. 이런 재앙이 닥치기 전에는 하루하루 뭘 먹어야 하나 생각하는 고민이 지겨웠는데, 이제는 한없이 그때가 그리울 뿐이네요. 그렇게 탐사자가 통조림이나 팩을 꺼내다 보면, 찬장 구석진 곳에서 낡고 작은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 이게 뭐죠? 습기 때문인지, 색이 누렇게 변해있네요.



《종이를 살펴본다》

얇은 종이를 뒤집어보자, 앞면을 가득 메운 지도가 눈에 띕니다. 손바닥 크기를 다 못 채우는 작은 종이에는 당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여러 길이 안내되어있네요.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자잘한 길목에는 붉은색으로 X표기가 되어있습니다.



《지능》

일반 성공▷ 작은 골목들은 중간중간 많은 편이지만, 거의 X표가 표기된 지도. 자세히 살펴보니 꽃이 출몰하던 곳을 막아두었던 길목인 것 같습니다. 마을 가장자리로 바다가 가깝게 보이는 것을 보니,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바다가 있는 곳까지 닿는 건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같다. 생각됩니다.


어려운 성공▷ 작은 골목들은 중간중간 많은 편이지만, 거의 X표가 표기된 지도. 자세히 살펴보니 꽃이 출몰하던 곳을 막아두었던 길목인 것 같습니다. 마을 가장자리로 바다가 가깝게 보이는 것을 보니,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바다가 있는 곳까지 닿는 건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같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도가 낡은 만큼 사태가 악화된 현재, 지도상에 열려있는 길목들이 지금도 그대로일까요?


실패▷ 작은 골목들은 중간중간 많은 편이지만, 거의 X표가 표기된 지도. 자세히 살펴보니 꽃이 출몰하던 곳을 막아두었던 길목인 것 같습니다.


(《지능》판정에 실패했다면, 바다와 가까운 지역이라는 점을 이후 KPC가 설명해주어도 괜찮습니다. 이미지상으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점으로, 실패하더라도 난이도가 특별히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지도로, 탐사자가 윗길로 올라간다면 위쪽 길목들은 지금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KPC는 위쪽 도시에서 내려왔으니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자 제안하며, 아래 유일하게 뚫려 있는 길로 내려가, 레스토랑에 당도하게 됩니다.)


최소한으로 간소화된 지도기는 하지만, 무슨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표기되어 있습니다. 작은 크기로 잘린 듯한 지도는 팸플릿처럼 여행안내용 책자에 나올법하네요. 당신이 이 집에 들어오기 전, 생활하던 사람이 사용했던 걸까요? 적어도 여행을 시작할 때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될지, 참고하기는 좋겠네요.


KPC에게 그렇게 많이 나눠주지도 않았건만, 남아있는 식량과 식수로는 배급일까지 버티기 힘들어 보입니다.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내내 눈앞의 적은 양의 통조림과 팩들이 거슬리는 게, KPC가 떠나자는 말이 없었더라도 식량을 찾아 외부로 나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떤가요, 탐사자. 당신은 KPC와 함께 낙원과도 같은 '안식처'를 찾아갈 생각이 있나요? 아니면 식량이 떨어져 주린 배를 잡고 배급일만을 기다리되, 최대한의 안전한 삶을 이어가고 싶은가요?




KPC 메모


결정을 내리면 탐사자가 KPC를 불러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RP를 진행해주세요.

바로 다음 날 떠나는 것도, 며칠 간격을 두고 떠나는 것도 괜찮습니다. KPC는 탐사자에게 얻은 식량을 먹지 않고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식량을 나눠 받아간 수만큼 여행 중 식사를 추가로 진행해, 체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버블티님 (@bubble__cm) 지원입니다.







03. 여행의 출발

<BGM 추천: "[Incompetech] - Light Thought var 1">


… …


며칠 후, KPC와 함께 떠나기로 한 날이 찾아왔습니다. 꽃을 피해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 두 사람이 선택한 시간은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 어두운 만큼 길을 분별하기는 힘들겠지만… 뭐, 부디 달빛이라도 밝길 바라는 수밖에요. 창밖을 보며 KPC를 기다리자, 반대편 창가에서 KPC가 손을 흔들며 가방을 들어 올립니다. 커다란 배낭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짐을 싸서 가기엔 적당해 보이네요. 떠나기 전, 당신 또한 최소한의 짐을 챙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물건을 챙기겠다고 선언 시》

[탐사자의 방], [부엌], [화장실] 중 어느 곳부터 살펴볼까요?


(떠나기 전, 간단히 소량의 물품을 챙길 수 있습니다. 필수로 진행되는 조사 구간은 아니니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손거울>과 <낡은 노트>, <진통제>, <잭나이프>, <지도>는 탐사자가 선언하지 않아도 소지 물품으로 적용됩니다.)




탐사자의 방

자주 둘러봤던 것만큼 특별히 챙겨야 할 것 같은 물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불을 챙겨가기에는 부피가 크고, 따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식량 외에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니까요. 아, 이 집으로 옮겨오면서 매고 왔던 <가방>이 옷장 옆에 기대어 있습니다. 낡긴 했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에요. 적당히 여유분의 옷을 챙겨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침대 매트 옆에 두었던 <미니 라디오>가 눈에 띄네요.




부엌

찬장에 들어있는 몇 남지 않는 통조림과 팩 등, <식량>이 보입니다. 뺄 수 없는 필수 물품이겠네요.

(담아갈 가방의 무게 한계로 인해, 가져갈 수 있는 식량 수: 최대 1D3)




화장실

좁은 욕실에 들어가자, 하얀색의 낡은 욕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이외에는 세면도구와 그나마 얼마 없는 수건을 넣어두던 [다용도 장]만 눈에 보일 뿐입니다.


[다용도 장]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열린 다용도 장. 수건 세 장만이 들어있는 장은 다용도 장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할 정도로 비어있습니다.


《관찰력》

성공▷ 아, 먼지라도 싹싹 긁어갈 듯 둘러보던 와중, 다용도 장 가장 위 칸에 놓여있는 <미니 손전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손전등을 살펴보면 비상용으로 구비되었던 물건인지, 잘 사용하지 않는 위치에 놓였다는 것과 녹이 슬어버린 부분이 많아 꽤 오래된 물건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스위치를 눌러보면 작동은 되지만, 건전지가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실패▷ 뭐라도 더 건질 것이 없는지 둘러보았지만, 퀴퀴묵은 먼지들만 손에 묻어날 뿐, 더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탐사자가 물건을 챙겨 건물에서 내려가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KPC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리곤 마을의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속삭이네요.


"오늘은 꽃 무리가 어제보다 많이 나와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중간중간 멈춰있는 꽃들만 특별히 건들지 않으면 될 것 같으니까, 조심하세요."


당신을 걱정하듯 적당히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알려주는 KPC. 이렇게 밤에 밖으로 나와본 게 얼마 만인가요? 주변을 둘러보면 KPC의 말처럼 길목에는 많은 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갈 길은 안전하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그 많던 꽃 무리는 다 어디로 갔으며, 어디서 올라왔던 걸까요.


…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어둑한 밤길을 혼자 걸었더라면 두려움뿐이었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속삭이며 대화를 나눈 여정은 그다지 두렵다거나 외롭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스락거리며 발아래에 밟히는 모래 소리는, 여행을 시작하고 보이는 것이라곤 폐가와 텅 빈 골목의 황무지뿐이라는 사실에 막막함을 안겨줬지만… 적어도 혼자 마주하게 되는 상황보다는 두 사람이 낫잖아요?


"아, 탐사자. 저길 봐요. 건물이에요."


건물? 지금까지 봐왔던 폐가도 건물인데요? 당신의 의아한 눈길을 느꼈는지, KPC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젓고는 한 방향을 손끝으로 가리킵니다. "아, 아니. 건물이라기보단, 마을이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오밀조밀 건물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보이네요. 지금까지 군데군데 보이던 적은 수의 폐가들보다는, 일단 '마을'이라고 칭할 정도로 건물 수가 많다는 의미지만요.


그렇게 두 사람이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길목에 듬성듬성 서 있는 꽃 무리가 보입니다. …역시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요. 이리저리 나무판자나 가구로 입구가 막혀있는 낡은 건물들. 그나마 문이 막히지 않은 곳은 크지 않은 [마트][레스토랑]뿐입니다.



《지능》

성공▷ 버려진 마트와 레스토랑이라니, 사실 크게 기대는 되지 않지만… 어쩌면 식량, 혹은 쓸만한 물건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실패▷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려진 건물들일 뿐입니다. 음식이 남았더라도 상한 것들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04. 마트

<BGM 추천: "[Incompetech] - With a Creation">


두 사람이 마트로 이동하면, 문이 열린 채 어둑하게 방치되어있는 내부가 보입니다. 어쩌면 밤길보다 더 어두울지도 모르는 일이네요. 적어도 달빛에 의존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길에서는 꽃 무리가 적어도 어디에 서 있는지 흐릿하게나마 보이긴 하지만… 어둑하기만 한 내부에서는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KPC 메모


<미니 손전등>을 소지한 탐사자라면, 《지능》판정을 통해 손전등 사용이 가능하다는 힌트를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판정 전, 손전등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이 먼저 진행된다면, 별다른 판정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 내에서는 꽃과 마주칠 때 《행운》판정을 진행하게 되며, 손전등 소지자는 《보너스 다이스 +1 진행해주세요.




《내부 관찰》

어려운 성공▷ 어두컴컴한 마트 내부. 오랜 시간이 흘러 바닥에 눌어붙은 신문지나 구겨진 빈 캔과 같은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불안감만 부풀어 오르는 그때, 구석 진열대에서 구겨진 〈시리얼 박스〉〈빈 유리병〉 하나가 눈에 들어오네요.


일반 성공▷ 어두컴컴한 마트 내부. 오랜 시간이 흘러 바닥에 눌어붙은 신문지나 구겨진 빈 캔과 같은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불안감만 부풀어 오르는 그때, 구석 진열대에서 구겨진 〈빈 유리병〉 하나가 눈에 들어오네요.


실패▷어두컴컴한 마트 내부. 오랜 시간이 흘러 바닥에 눌어붙은 신문지나 구겨진 빈 캔과 같은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불안감만 부풀어 오르는 그때, 구석 진열대 근처에 박스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시리얼 박스〉는 식품으로 체력회복 아이템에〈빈 유리병〉은 소음을 만들어 꽃의 주의를 돌려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아이템에 해당합니다. 단, 낮에 바로 눈앞에서 꽃과 맞닥뜨렸을 때는 <손거울>이나 〈빈 유리병〉을 통하여 전투 회피가 불가능합니다. 밤에 움직이거나 몰래 움직일 시에는 <손거울>을 통해 먼저 거리를 비춰 확인한 후, 〈빈 유리병〉사용이 가능하니 유의해주세요.)






《행운》

성공▷ 탐사자가 진열대의 물건을 살피며 걸음을 옮기려 하자, …! 아, 하마터면 옆에 쌓여있는 박스 더미를 밀쳐 쓰러트릴 뻔했네요. 잠깐, 박스 더미라고 보기에는 조금 형태가 이상하지 않나요?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니, …두 사람의 방향으로 서 있는 '꽃'입니다. 《SAN 0/1》 최악의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실패▷ 덜컹-! 진열대의 물건을 살피며 걸음을 옮기려 하자…! 저런, 순간적으로 옆에 쌓여있던 박스들을 쓰러트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탐사자가 쓰러트린 박스를 바라보는 순간… 꾸물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실루엣. 아, 아무리 어둡다지만 두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를 수가 없습니다. 《SAN 0/1》


(탐사자가 실루엣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손전등을 비춰보려 한다면 KPC가 나서서 막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꽃은 빛에 반응해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유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빛을 비춰볼 경우, 행운에 성공했더라도 실패로 간주하여 전투가 진행됩니다.)




[꽃]


※모든 전투에 등장하는 꽃은 기능치를 통일합니다.

근력: 50 | 건강: 50 | 크기: 60 | 민첩: 60 | 지능: 0 | 체력: 11 | 회피: 30 | 이동력: 7 | 근접전(격투): 60%


《피해》

장갑: X

맨손: 1D3 | 물어뜯기: 1D4 (물어뜯기를 당한 경우, 약한 독성 물질로 인해 전투가 끝날 때까지 한 턴마다 HP-1》이 진행됩니다.)

(Tip. 맨손과 물어뜯기의 공격의 형태는 맨손을 ①, 물어뜯기를 ②로 염두에 두어 1D2의 판정을 통해 정하셔도, 키퍼분의 취항대로 맞춰주셔도 괜찮습니다.)


꽃은 체력이 3이하로 떨어지면 행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일방적인 도망이 가능하기에 전투가 종료됩니다.




… …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의 앞에 쓰러지는 꽃. 곧 잔 경련을 일으키더니 축 늘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당신을 위협해온 존재지만, 과거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었을 그것을 눈앞에서 자세히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것도 같네요. 방치되어 넝마가 되어버린 먼지투성이의 옷, 그리고 때 묻은 손등 위에는 푸르스름하게 돋아있는 핏줄들. …이 사람들도 괴물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당신과 같이 발버둥을 쳤을 때가 있었겠죠. 대체 이 현상은 어디서부터,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는 걸까요.



《행운》

성공▷ 전투를 끝내고 다급히 마트를 빠져나와 자신의 품을 살피면, 마트에서 챙겨나온 물품이 무사합니다. 급하게 나오느라 흘렸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실패▷ 전투를 끝내고 다급히 마트를 빠져나와 자신의 품을 살피면, 어라…? 마트에서 챙겨나온 〈시리얼 박스〉 or 〈빈 유리병〉이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급하게 나오느라 어딘가에 떨어트린 걸까요?


(《행운》 판정에 실패하면 〈시리얼 박스①〉와 〈빈 유리병②〉은 1D2의 판정을 통해 둘 중 하나를 잃게 됩니다. 혹여 조사 중에 둘 중 하나만 발견했을 경우는 발견한 물건을 무조건 잃는 루트로 진행해주세요.)



마트를 더 둘러본다면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 더 있었을까요? …아니, 하지만 더 이상 저 어두운 곳을 살피며 살필 시간은 부족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벌써 하늘은 보랏빛과 주홍빛이 한데 뭉쳐 뒤섞이고 있으니까요. 폐건물들은 함부로 들어가기 어려울뿐더러, 안에 꽃들이 있을지 어떻게 아나요? …빨리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몸을 숨길 곳을 찾는 것이 이로울 것 같습니다.







05. 레스토랑

<BGM 추천: "[Incompetech] - Brittle Rille">


… …


탐사자와 KPC가 어두운 레스토랑으로 다가가자, 아, 레스토랑의 문과 창문은 온통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완전히 봉쇄해버렸다기 보다, 원래대로라면 유리가 있어야 할 위치를 막아둔 것 같은 걸요?


(당장 바로 옆에 꽃은 없으나 문을 함부로 두드리거나 소리를 내 사람을 찾는 일은 없도록 유의해주세요. 만약 탐사자가 소리를 냈다면, 《행운》 판정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머무르던 꽃이 반응해, 전투가 진행됩니다.)



《자세히 살펴본다》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판자는 촘촘히 막혀있습니다. …아, 잠깐. 가장 구석에 있던 창문 모퉁이에서 연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은걸요?



《문을 열어본다》

철컥-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게 조심해서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자,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문이 열립니다. 아무런 잠금장치도 없이요.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은은하게 쏟아져 나오는 불빛. 아무리 강한 빛은 아니라지만, 가까이 있던 꽃들이 빛을 느끼고 움직일지도 몰라요.



… …


열린 가게 안으로 급히 들어서면, 주변에는 온통 낡고 먼지 쌓여있는 가구들만이 보입니다. 레스토랑의 내부는 그렇게 크지 않은 소형으로, 테이블은 약 8개 남짓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놓여있는 양초들. 바깥으로 쏟아 나오던 불빛은 여기 촛불들로 인한 거였네요. 이런 마을에서 아직 지내고 있던 사람이 있었을 줄은… 그렇게 안을 둘러보던 순간,


"오랜만에 손님이 오셨네? 거, 불편하게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거친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허름한 옷과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는 남성이 주방 문 앞에 나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래대로라면 하얀색이었을 앞치마는 이곳저곳 때가 묻고 헤져, 그다지 청결해 보이지는 않는 모습. …하지만 어쩌겠나요. 지금은 물을 절대적으로 낭비할 수 없는 상황인걸요.




KPC 메모


[레스토랑 주인]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는 그의 나이가 꽤 있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게 해줍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기보다는 마른 외관이 인상을 날카롭게 보이게도 하네요. 그가 운영 중인 소규모의 레스토랑은 이제는 낡고 허름해, 소파는 터져 있고 목적을 잃은 창가의 커튼은 구멍이 뚫려있기도 합니다. 그나마 그가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주방 입구를 개조해 작은 바(Bar)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탐사자 일행이 그와 대화를 섞을 시, 그는 어딘가 기괴한 느낌을 줍니다.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거나,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레스토랑은 낡은 나무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오르게 되어있으며, 위층은 몇 없는 방을 숙소로 운영 중이기에 주인은 일행에게 날이 밝을 시간이니 숙소에서 묵고 가라 권하게 됩니다.


(Tip. 그에게 식사와 숙소 비용은 돈 대신 식품으로 납부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곳을 제공해준다는 빌미로 모든 비용을 포함해 1D2 개수의 식량을 요구합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원하는 자리에 앉으라며 주변의 테이블을 가리킵니다. 식사하는 건 어떠냐는 말과 함께요. 먼지가 뿌옇게 앉은 테이블과 이곳저곳이 터져있는 소파. 찝찝함이 없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통조림이 아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어딘가요? 어쩌면 이곳에서 쉬면서 주인에게 얻어갈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둘러보시고 원하시는 자리에 앉으세요."

"어디 보자. 메뉴는- 입맛에 따라 고르셔야겠지만, 아시다시피 식자재를 구하기 힘들잖습니까."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그때그때 준비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어, 메뉴는 단일로 통일하고 있답니다."

"값 먼저 지불해주신다면 맛 좋은 음식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앞에 내미는 손. 하지만 당장 돈을 지불할 만큼의 상황이 되지 않는데요. 당신의 묘한 표정을 본 주인은 어딘가 비죽이는 웃음을 지으며 제 두 손을 비빕니다. …아, 어딘가 굉장히 얍삽해 보여요.


"지금 상황에 돈은 그다지 쓸모없죠."

"그럼 혹시 갖고 계신 식량이 남아 계십니까? 작은 식량이라도 있으시다면 대신 지불이 가능합니다."

"적어도 통조림 같은 음식보다는 제대로 된 요리가 낫잖아요. 안 그런가요?"

"하지만 정 식량을 요리값으로 지불하기 불편하시다면… 숙소까지 포함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바로 위층에서 숙소를 빌려드리고 있거든요. 날도 밝았으니 숙소가 필요하실 텐데. 모처럼이니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탐사자가 주인의 말에 응한다면, 그는 어떤 음식을 내어준다는 말도 없이 1D2의 식량을 받은 뒤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어쨌든 오랜 시간 걸었더니 몸이 피곤하네요. 앉을 곳을 찾아볼까요?



《주변을 살펴본다》

그나마 창가의 자리는 조금 깨끗해 보입니다. …? 어라? 둘러보다보니, 가장 안쪽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소파에 가려져 잘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던 걸까요?



《사람을 살펴본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은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모습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와 먼지가 앉아있는 낡은 옷. 테이블에 놓인 하얀 접시에 놓인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있네요. …잠깐, 음식의 상태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요. 진한 붉은 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온, 미끌거리는 붉은 덩어리. …이거, '음식'이 맞는 건가요?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역겨울 정도로 비릿한 향이 맡아집니다. 《SAN 0/1D2》


(꽃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장에 변화로 두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대화 소통이 되지 않고, 익히지 않은 날것의 육식을 취합니다. 또한 먹고 있는 음식은 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레스토랑의 주인이 쥐를 잡아 생고기를 내어준 것입니다. 탐사자가 음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관찰력》기능 판정을 사용한다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으나 살펴보던 도중 쥐의 꼬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SAN 1/1D2》)



두 사람이 다가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겨워 보이는 고기를 입에 넣고 있는 사람. 어쩐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리는데… 대화를 진행하기 힘든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듣기》

성공▷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 


한참을 똑같은 말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 그리고 순간, 눈을 당신에게로 돌립니다.


"이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듣기》

실패▷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 


한참을 똑같은 말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입니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같은 말만 중얼거리는 사람은 소름 끼칠 뿐입니다. 그를 두고 자리에 돌아가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주인이 그릇 몇 개를 쟁반에 담아 나오네요. 두 사람의 테이블에 놓인 건 묽은 고기 스튜입니다. 채소는 많이 보이지 않고 말린 고기를 스튜에 넣어 끓인 듯싶네요. 약간의 매운 향과 쿰쿰한 향이 나는 붉은 스튜. 그다지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통조림 스프가 아닌 고기 스튜의 향을 맡으니 침이 고이는 것 같습니다.


(스튜는 새를 잡아 말린 적은 양의 육포를 사용했습니다. 식량난인 지금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특별한 축에 속하지만, 상한 고기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탐사자가 음식을 먹는다면 《건강》 판정을 진행합니다. 성공할 경우 속이 약한 매슥거림만 느껴질 뿐, 운 좋게 《HP +1 됩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는 헛구역질 반응 등이 오며 《HP -1이 됩니다.)


두 사람 앞에 접시를 내어준 후, 맛있게 먹으라는 말과 함께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주인. 다 먹고 나면 숙소를 안내해 줄 테니, 불러 달라 하네요. 일단 주린 배를 채운 후 주인과 대화를 해보는 것도 방법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 …



탐사자와 KPC가 식사를 마치고 주인을 부른다면, 주인은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만면에 띄고서는 숙소를 안내해주겠으니 따라 올라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보라고 하네요.


(주인에게 지역이나 안식처에 관련된 단서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안식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으며, 안식처에 관련된 종이를 보여주더라도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뿌린 것이 아니냐며 믿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 대답 예시


이쪽 마을에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나요? → 얼마나 남았는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가게에 손님이 많은 편도 아니니까요. 가격이 비싸다나 뭐라나? 솔직히 퍽퍽한 식량 팩이나 통조림만 먹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기회 아닙니까?


저희에게 준 음식은 무슨 음식이었나요? → 뭘 새삼스럽게 묻고 그러세요? 고기 스튜였잖아요? 간혹 운이 좋으면 주변에 설치해둔 덫으로 고기를 구할 수 있거든요. 새고기라던지. 양은 적지만 나쁘진 않죠.


저쪽 손님은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요? → 뭐 직접적으로 폐를 끼치진 않으니 상관없죠. 고물상을 하던 친구인데, 올 때 음식값으로 쓸만한 철이나 고물을 가져오거든요. 요즘 말은 통하진 않아도 알아서 값은 잘 지불해요.


저 손님에게 대체 무슨 음식을 준 건가요? → 고기죠. 고기. 사실 육포로 뭔가를 해주려 해도, 오자마자 당장 음식을 달라 성을 내거든요. 익은 고기나 채소는 절대 먹지 않으려고 해요. 환장할 노릇이죠. 어쩔 수 없어요.


안식처에 관해 들어보셨나요? → 안식처? 그게 뭔가요? 대피소 이름 같은 건가?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손님들도 괜히 그런 소문 듣고 찾아 나서는 건 관두세요. 고생만 하고 이상한 종교에 빠질지도 모른다니까요?


혹시 다른 곳으로 향하는 열린 길이 있나요? → 지금은 위, 아니면 아래죠. 대부분의 골목은 막혀있을 겁니다. 이 아래 큰길만 따라서 내려가시면 되는 거죠.









06. 숙소

<BGM 추천: "[Incompetech] - Angel Share">


주인과 함께 나무 계단을 올라오면, 거창하지 않은 방이 3개 정도 보입니다. 좁은 복도,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과 천장.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뭐, 당장에 무너질 것 같지는 않으니 다행인 걸까요? 복도 끝의 커다란 창문에서는 벌써 밝아오는 햇빛으로 붉게 물든 하늘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주인은 다른 방에는 이미 투숙 고객이 있다며, 가장 복도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해줍니다. 그리고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방으로 내려와 불러 달라는 말과 함께 다시 내려가네요. 그렇게 손에 쥐어진 열쇠를 사용해 방으로 들어가면, 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퀴퀴묵은 냄새가 가장 먼저 두 사람을 반깁니다.


…하지만 둘이 사용하기에는 어쩐지 좁아 보이는 방. 심지어 침대도 그리 넓지 않은 걸 보니, 싱글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속은 기분이지만, 이제 와서 다른 곳을 찾기도 힘들고…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방 내부를 살펴본다》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면, 외투를 걸어둘 수 있을 법한 옷걸이, 그리고 의자가 있는 [좁은 책상], [침대] 그리고 문이 닫혀있는 [화장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두운 내부를 밝히기 위해 불이 켜진 촛대가 꽤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좁은 책상

낡은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은 사용한 지 오래된 모양으로, 하얀 먼지가 앉아있습니다. 누가 마지막으로 사용했을까요? 빈 책꽂이는 책대신 [거울]이 서 있고, 아래에는 얕은 [서랍]하나가 달려있습니다.


[거울]

둥근 모양의 거울은 마찬가지로 뿌연 먼지가 앉아있습니다. 조금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깨지지 않았으니 아직 사용할 만 한 것 같아요.


《관찰력》

성공▷ 흐린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의 흐트러진 모습이 비칩니다. 꽤 먼 길을 걸어와 많이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에요.


《정신력》

성공▷ 그리고 뒤의 침대에선 짐을 풀고 있는 KPC가 보입니다. 당신과 다를 바 없이 피곤해보이는 모습. 낡은 옷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가져온 옷을 정리합니다.


실패▷ 그리고 뒤의 침대에선 짐을 풀고 있는 KPC가…어라? 당신의 뒤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데요?


(판정 실패로 KPC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은 후 다시 확인한다면, 두 번째로는 KPC의 모습이 제대로 비칩니다.)



[서랍]

작은 손잡이가 헐겁게 고정되어 있지만, 조심스럽게 당기자, 서랍은 어렵지 않게 열렸습니다. 그리고 얕은 서랍 안에는… 인형? 투박하게 조각된 <나무 인형><종이 더미> 몇 장이 들어있네요.


《나무 인형을 살펴본다》

투박하게 조각된 인형은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하지만, 그다지 실력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습니다. 얼핏 사람의 형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자세한 이목구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단지 손을 많이 탔는지 이곳저곳 닳아있네요.


《종이 더미를 살펴본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누렇게 변질된 종이는 표면이 거칠고, 길지 않은 글들이 적혀있습니다. 전에 방을 사용했던 사람이 남겨둔 글일까요?



[1]

오늘로써 고향을 떠나온 지 두 달째.

이제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땅은 넓고 그 주변이 모두 바다인데… '바다 끝자락'이라니, 그게 도대체 어디란 말이야?!




[2]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몸살이라도 난 것 같아.

잠깐 며칠만 이곳에서 묵고 가려고 했는데, 그동안 무리한 여정이 이제서야 내 발길을 묶는 것 같다.

이제는 숙박비로 지불할만한 것도 떨어져 가는데… 큰일이야. 빨리 몸을 회복해서 떠나는 수밖에는 없어.

괜찮아. 나는 '안식처'에 갈 수 있을 거야.




[3]

아아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몸에 보기 흉한 핏줄들이 선명하게 비친다. 징그러워. 징그러워. 징그러워!! 마치 '괴물' 같은 모습이야. 나도 그들처럼 되면 어떡하지?! 말도 안 돼. 난 '안식처'로 가야 한다고!! 분명 그곳으로 가면 치료법도 있을 거야. 단순히 몸살일 거야. 그렇지?! 당연하지! 나에게는 '안내자'가 있으니까!! 날 그곳으로 인도해 줄거라고!!



(탐사자 일행보다 훨씬 먼저 안식처를 찾아 나섰던 사람의 일기입니다. 하지만 그는 안식처에 당도하지 못한 채 꽃이 되어 화장실에 갇혀있습니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좀비와의 전투가 필수이며, 일기에서의 '안내자'는 안식처로 이끌어줄 '인형'을 의미하나, 안식처에 대해 알고 있는 그들은 '인형'의 존재가 KPC처럼 사람의 형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단순한 '인형'에 집착합니다.)




침대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침대에는 작은 베개가 두 개, 그리고 거칠어 보이는 흰 이불이 깔려있습니다. 포근해 보이지는 않지만… 녹초가 된 지금은 어디서든 잠을 달게 잘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침대가 싱글 사이즈지만요.


(탐사자가 절대로 둘이 같이 못 자겠다고 하거나, 체격 차로 구겨 자기 힘든 상황이라면, KPC가 침대를 양보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KPC는 실제로 사람이 아니니 잠을 잘 필요가 없으니까요.)




화장실

낡은 문으로 닫혀있는 화장실은 마찬가지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지, 불을 켜는 버튼이 망가져 있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철컥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만, 문이 조금 빡빡하게 닫혀있네요. 탐사자가 조금만 힘을 줘 다시 당기면, 문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벌컥 열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 《SAN 0/1》


(화장실 사용은 자유지만, 사용으로 인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기에 《민첩》 순서와는 상관없이 꽃의 선공으로 시작되며, 꽃의 기능치는 모두 통일되어 있습니다.)


… …


두 사람이 전투를 끝내고 나면, 좁은 화장실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욕실과 겸해있는지, 한쪽에는 샤워기와 욕조가 보이지만… 물때와 흙먼지가 자욱한 것을 보니 역시 사용은 불가해 보이네요. 정말 이대로 씻지 못하는 걸까요? 그렇게 흙먼지를 가득 맞고, 땀까지 흘리며 걸어왔는데요?


《관찰력》

성공▷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하얗게 먼지가 앉은 [벽 거울]과 녹이 슬어있는 [세면대]가 보입니다. 세면대 옆에는 [빗물을 모아서 연결해 뒀으니 아껴서 쓰세요! 수건은 수건 장에 있습니다!] 라는 작은 종이쪽지가 붙어있네요. …아, 다행이에요. 적어도 씻을 수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옆에 <허브>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는 작은 통에는, 푸석해진 잎 몇 개가 통에 담겨있습니다.


실패▷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하얗게 먼지가 앉은 [벽 거울]과 녹이 슬어있는 [세면대]가 보입니다. 욕조 상태도 저런데, 세면대라고 물이 나올까요…? 그리고 옆에 <허브>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는 작은 통에는, 푸석해진 잎 몇 개가 통에 담겨있습니다.


(<허브>는 가글과도 같은 역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니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자연》 혹은 《교육》 판정을 사용한다면, 약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입 안을 씻어내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판정은 필수가 아닙니다. 또한 관찰 실패 시, 물이 나온다는 점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손잡이를 직접 돌려보면 알 수 있는 일이기에 특별한 페널티는 없습니다.)



[벽 거울]

흐린 거울은 탐사자의 얼굴을 뚜렷이 비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씻는 데 제대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관찰력》

성공▷ 당신이 흐린 거울을 닦아내며 자세히 들여다보자, 완벽하게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당신의 모습을 비춰냅니다. 저런, 먼지 묻은 손으로 얼굴이라도 만졌는지 거무튀튀한 먼지들이 얼굴에 잔뜩 묻어있네요. …이런 몰골로 돌아다녔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에 무언가… 이게 뭐죠? 거울에 비치는 당신의 목 주변에는 푸르스름한 혈관들이 올라온 모습. 원래도 이렇게 혈관이 잘 보였던가요?


실패▷ 당신이 흐린 거울을 닦아내며 자세히 들여다보자, 완벽하게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당신의 모습을 비춰냅니다. 저런, 먼지 묻은 손으로 얼굴이라도 만졌는지 거무튀튀한 먼지들이 얼굴에 잔뜩 묻어있네요. …이런 몰골로 돌아다녔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면대를 사용한다》

세면대의 손잡이를 돌리면, 끼릭,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녹슨 물이 조금씩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니 맑은 물이 나오네요. …물이 정말 졸졸 흘러내리는 수준이지만요. 탐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KPC는 잠시 고민하다가 "차라리 수건에 물을 적셔서 닦는 게 어떤가요?"라는 말을 건네옵니다. 조금 찝찝하기는 하겠지만, 물을 아끼는 겸 나쁘지는 않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두 사람이 씻고 난 후면, 방의 작은 창문에서 선명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 같네요. 얼른 쉬는 게 좋겠어요. 눈을 뜨고 나면,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 하니까요.


… …








07. 배급소

<BGM 추천: "[Incompetech] - Friday Morning">


터벅, 터벅…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는 소리만이 삭막한 골목을 울립니다. 눈을 뜨자마자 떠난 숙소. 저녁 하늘이 어둡게 번져나가자 위험도 잦아들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두 사람이 들어선 골목에는 꽃 무리도 보이지 않아요. 오랜만에 한시름 덜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 순간, 철컥, 차가운 금속 소음이 나며 앞쪽 건물에서 몇몇 실루엣이 빠르게 다가옵니다.


"배급소를 찾아오신 분들이십니까?"


대뜸 물어오는 말. 검정 헬멧을 쓰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두 사람에게 겨누어진 주변의 총들은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잘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배급소라고요? 질문을 한 사람은 대답을 따로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두 사람을 대충 살피고는 바로 총을 내리네요.




KPC 메모


(*레스토랑 숙소에서 거울로 자신의 몸에 올라온 혈관을 보았을 경우만 진행)


《지능》

성공▷ …잠깐, 무장을 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니 순간 당신의 몸 상태가 떠오릅니다. 작은 몸살 증상에도 의심을 하는 때인데, 당신의 목에 보였던 혈관의 흔적이라도 본다면… 내려간 저 총구가 언제 다시 두 사람을 향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옷을 조금이라도 더 여미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실패 시, 대화를 하게 되는 NPC마다 탐사자를 '꽃'의 바이러스 보균자로 의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는 《대인 기능》 판정을 통해 피해갈 수 있으며, 탐사자가 KPC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렸을 경우, 혹은 난이도 하향을 원하시는 경우는 KPC가 탐사자의 상태를 눈치채고 옷을 여며주며 상태를 숨기게 도와주는 역할로 진행을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오늘이 C 지역의 배급일이라 주변을 정리 중이었습니다. 많이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괴물과 사람은 확실히 구분해야 하니까요."

"배급품을 받으러 오신 분들 맞으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어쩐지 주변에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이쪽 동네의 배급일이었나 보네요. 정부에서 보낸 사람들이 주변을 안전하게 정리한 모양입니다.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곧 손짓하며 건물 안쪽으로 두 사람을 안내합니다. 넓은 공터가 아니라 그런지, 복도에 서 있는 꽤 많은 사람들로 조금 숨이 막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배부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아서, 수량이 넉넉하거든요."


식수와 식량을 받아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배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뒤에 서게 된 탐사자와 KPC. 안내받은 줄에서 조금 기다리자, 친절한 미소를 띄고있는 직원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리스트를 살피며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 식량과 식수, 그리고 비상약을 꺼내주네요.


"C 지역은 지급일 간격이 짧으니, 이번 수량은 저번보다 적어요."

"보름 정도 후에 다시 배급일이 있을 테니 그때 더 받아 가세요."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식품과 식수, 약은 각각 1D3 개수만큼 챙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식수는 체력회복 아이템이 될 수 없는 점 유의해주세요. 탐사자가 숙소에 관해서 묻지 않는다면, KPC가 직원에게 물어보거나 건물을 나갈 때 다른 직원이 안내해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NPC 답변 예시


안식처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 안식처요? 아니요. 들어본 적도 없어요. 혹시 돌고 있는 소문이라도 있는 건가요?


주변에 혹시 숙소가 있을까요? → 아, 그럼요. C 구역에는 처음이신가 봐요? 자리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뒤쪽에 작은 보건소가 있어요. 물론 지금은 보건소로서 역할을 하진 못하고 있지만요. 약간 대피소의 개념이기는 하지만… 안전하기도 하니, 안심하시고 체류하실 수 있는 곳일 거에요.


바닷가가 근처에 있나요? → 바다요? 하하, 물론이죠. 원래라면 주변의 어느 길로 빠져나가더라도, 해변가에 당도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만큼 옛날에는 휴양지로 이름을 떨쳤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큰길로만 연결이 되어 있어요. 나가셔서 보이는 가장 큰길로 쭉 따라가시면 돼요. 모든 길이 막혀도 따라가시는 길은 언제나 열려있을 거랍니다.


배급품을 조금만 더 받아갈 수 없을까요? →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을 위해 양해 부탁드려요. 절대 불가합니다.





(배급품을 더 요청 시 직원은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대인 기능》을 사용한다면 1개 정도는 인심을 쓸지도 모릅니다. 키퍼분께서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큰길만 따라 나가면, 바다라고요?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벌써 바다가 다 와 간다니… 바다 끝자락 어디에 안식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지를 눈앞에 뒀다는 의미잖아요. 조금은 기뻐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벼운 기분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BGM 추천: "[Incompetech] - Deep Noise by Kevin MacLeod">


"C 구역, --층에서 ---…"


지직거리는 노이즈 음과 함께 얼핏 들려오는 기계음. 잠깐, 가방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요? 설마 라디오일까요? 가방을 뒤져 라디오를 꺼내면 다시 한번 방송이 나옵니다.


(탐사자가 라디오를 챙겨오지 않았다면, 건물 내 직원들의 무전기 소리로 개변하셔도 괜찮습니다.)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C 구역 배급소 내에서 꽃의 발현이 진행되어-"

"긴급 대피를---"


C 구역 배급소. 라디오에서 분명 언급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있는 이곳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그 생각이 스쳐 갈 무렵, 다급히 안내하는 목소리와 함께 위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좁은 복도와 계단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사람들은 나눠 받은 배급품들을 놓치기도, 악착같이 품에 안고 뛰어 내려오기도 합니다. 《SAN 0/1》


"탐사자…!"


당신 못지않게 놀랐던 모양인지, KPC의 외침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물건을 나눠주던 직원들도 혼비백산한 채 복도 밖으로 뛰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 많은 사람 사이에 드문드문 섞여 물어뜯는 꽃들을 무사히 피해 내려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기껏 나눠 받은 배급품이고 뭐고 모든 것이 무용지물일 지도 모릅니다!



《관찰력》

성공▷ 주변을 황급히 살피면, 다른 비상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높은 곳인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만큼의 무모함은 좋지 않잖아요. 그러던 순간, 탐사자의 눈에는 비상시를 대비했는지, 바로 근처 책상 옆에 놓인 <야구 배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야구 배트>

근접전 (격투)|1D8+피해 보너스


(룰북 405p 《몽둥이, 대형》 참고)




그리고 당신의 팔을 잡으며 계단으로 이끄는 KPC.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는 지, 아까보다는 복도가 한산합니다. 널부러진 시체들과 꽃들이 자릴 지키고 있지만요.




KPC 메모


전투는 계단을 내려가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 진행됩니다.

마주치는 꽃의 수는 1D3 으로 정해주시되, 난이도 조절을 위해 키퍼분께서 수를 조율하셔도 무관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밤이기에 꽃의 움직임이 둔합니다. 무조건 적인 꽃의 선공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기존 전투 순서로 진행해주세요. 또한 탐사자의 선언에 따라 <손거울>, <빈 유리병>을 사용해, 전투 회피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



그렇게 두 사람이 건물을 무사히 빠져나와 골목으로 숨어 들어가면, 어느덧 새벽이 되었는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흩어졌는지 보이지 않네요. 다른 꽃들이 몰려오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는 '보건소'입니다. 탐사자가 보건소에 대해 떠올리지 못했다면, 《아이디어》 판정 혹은 KPC가 떠올렸다는 듯 언질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08. 보건소

<BGM 추천: "[Incompetech] - Evening Fall (Harp)">


어둑하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큰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벽에 "보건소"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얼핏 보면 체육관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네요. 주변에는 수많은 철조망과 꽃의 동선을 막는 장애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장애물들의 위치를 눈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네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면, 당신들도 꽃처럼 저 날카로운 장치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을 테니까요.


장애물을 조심스럽게 피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탐사자와 KPC를 먼저 발견했는지, 건물의 철문을 열고 몇몇의 사람이 나와 손짓합니다. 물론 두 사람의 주변을 살피면서요.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면, 반겨줬던 사람들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무장하고 있던 무기들을 내려두며 웃어 보입니다.


"대피하신 분들은 아까 다 들어온 줄 알았는데, 꽤 늦으셨네요.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탐사자와 KPC에게 외상이 없는지 눈으로 살핀 그는 안쪽으로 두 사람을 안내합니다. 겹겹의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보급소와 같이 꽤 많은 사람이 북적이며 돌아다니네요. 두 사람을 안쪽까지 안내해준 사람은 대부분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 잡았을 테니, 적당히 편한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과 함께 두 사람에게 낡은 침낭을 건넵니다.





NPC 답변 예시


이곳에 사람은 어느 정도 있나요? → 거의 40명 가까이 됩니다. 사실 그 이상의 인원이 지내기에는 조금 버거워서요. 그래도 나름 공동체로 잘 지내고 있는 곳이죠. 대표자가 없는 것에 비해 갈등 문제도 별로 없고요. 각자 담당하는 일이 나뉘어 있어서 체계적이고, 쾌적하답니다.


다친 상처를 치료할만한 약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아, 배급소에서 받지 못하셨나요? 어쩌죠, 저희도 개인적으로 물품을 받아와서 선뜻 남는 물품들이 많이 없네요.


(이곳의 생활을 오래 한 일원이라면 약을 바로 지원했을 테지만, 방금 들어온 외부인에게는 조금이나마 거리를 두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대인 기능》판정을 사용한다면, 아껴두었던 비상약 1개 정도는 얻을 수 있습니다. 키퍼분께서 재량껏 진행해주세요.)


쉴 수 있는 방이 있나요? → 보건소의 건물은 총 4층으로 나뉘어 있어요. 1층은 보다시피 로비와 식당, 부엌이 있어서 쉬시기엔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3층이나 4층에는 방이 조금 남아 있을 거에요.


식사는 어디서 해결하나요? → 1층의 부엌과 식당을 이용하세요. 공용이거든요. 냉장고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쓸 수 없고… 식자재만 다른 사람 것을 건드리지 않고 본인 것으로 사용하시면 돼요. 조리 기구는 씻어놓으시고요.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나요? → 그럼요. 빗물을 받거나 물을 정제해서 쓰고 있어요. 1층에 샤워실이 있으니 낭비할 정도만 아니라면 충분히 개운하게 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물자를 조달해오는 팀이 비누와 샴푸를 조금 더 찾아왔기 때문에, 편하신 만큼 사용하시면 돼요.


안식처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 안식처요? 어느 정도만요. 저도 자세히는 알지 못해요.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이 종종 안식처에 대해서 말하는 걸 들어본 게 다라서요. 제가 아는 건 '바다 근처'라는 말 밖에는 없어요. 딱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도 아니라 귀담아듣지 않은 거죠. 뭐, 궁금하시면 다른 사람들한테 알아보시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듣기》

성공▷ 1층의 로비를 조금 지나다 보니, 몇몇의 사람들이 속삭이며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며칠 전에 나갔던 아저씨 돌아왔나요?"

"아니? 이틀 전에 나갔던 것 같은데, 돌아오지 않았더라고요."

"그, 그럼 안식처에 도달한 거 아니에요?"

"…글쎄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에요? 또 헤매고 있거나, 괴물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죠. 내일이면 또 안식처 찾는 걸 포기하고 돌아올지 누가 알아요?"

"하긴, 포기하는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듣기》

실패▷ 1층의 로비를 조금 지나다 보니, 몇몇 사람들이 속삭이며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보려 했더니, 당신을 눈치 챈 사람들은 재빠르게 자리를 피해버리네요.




그렇게 안내한 사람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다시 입구로 향합니다. 어쩌면 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어요. 넓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느긋해 보입니다. 적어도 이곳의 안전은 믿을만한 곳이라는 이야기일까요?


(건물 내에서는 편하게 자유행동이 가능합니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가는 것도, 씻고 바로 잠드는 것도 가능하니 편하게 RP를 즐겨주세요.)



《듣기》

성공▷ '쏴아아-' 계단을 오르는 도중 귓가에 들리는 선명한 소리. 익숙한 빗소리예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면, 복도의 창문 밖으로 굵은 빗방울들이 쏟아지는 광경이 보입니다. 얼마 후면 해가 뜨기는 할 테지만… 아니더라도 비 때문에 쉽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관찰력》

성공▷ 빗방울이 잔뜩 튀어 오른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돌릴 무렵, 창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목을 지나 얼굴 아래까지 뚜렷하게 올라온 혈관들. …이상한데요, 숙소에서 확인했을 때보다 색도 훨씬 진해진 것 같습니다.


실패▷ 빗방울이 잔뜩 튀어 오른 창문은 너저분할 뿐입니다. 어쩐지 습기 때문에 눅눅한 옷자락도 느껴져요.



그리고 KPC가 당신의 팔을 슬쩍 잡습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요." 라면서요. 그의 얼굴은 당신 못지않게 피로가 잔뜩 끼어있는 수척한 모습이네요. 창백한 얼굴이 당장이라도 쓰러져 잠든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입니다. 그렇게 KPC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순간,


… …!


강하게 당신의 머리를 강타하는 통증. 갑자기 들이닥친 두통은 눈앞에 점멸이 일어날 정도로 괴롭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머리를 붙잡는 것도 아닌, 그저 바닥에 주저앉는 일뿐이에요. 휘청이며 주저앉은 당신을 보고 놀란 얼굴의 KPC가 황급히 당신의 팔을 잡아 부축합니다.


"탐사자, 괜찮아요?! 갑자기 왜…?!"


당황함이 역력한 그의 목소리. 하지만 제대로 대답을 할 만한 사고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 … 그리고 몇 분 후. 거짓말처럼 당신의 머릿 속을 휘젓던 두통이 사라집니다. 이유 없이 들이닥쳤던 것처럼, 서서히가 아니라 갑자기요. 흐른 시간은 단 몇 분이었을 뿐인데, 당신에게는 몇십분이 지난 것처럼 고통뿐인 시간이었습니다. …대체 방금은 뭐였을까요. 《HP -1》


하지만 통증이 가신 지금도 몸에 제대로 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합니다. KPC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오르는 수밖에 없겠네요.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계단을 오르다 보면, 그새 3층을 알리는 푯말과 문이 보입니다. …? 그리고 문 앞에 앉아있는 작은 여자아이도 함께요.


"어? 언니랑 오빠는 처음 본다. 그치? 오늘 처음 온 거지?"


당신이 아이를 발견한 것처럼 아이도 당신을 발견하곤 해맑게 웃으며 말을 건네옵니다. 말을 보아하니, 이곳에서 지낸 지 꽤 오래된 아이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벼운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양손에 무언가를 꼭 쥐고서요. 아이는 거의 10살 정도는 되었을까 싶어 보여요.


"어디 아파? 방 찾는 거야?"

"방 찾는 거면, 엄마가 3층 302호 써도 된대~ 거기 아저씨 이틀 전에 나갔거든."





NPC 답변 예시


너는 누구야? → 나? 내 이름은 미티야~ 엄마랑 여기에 온 지 한 달 됐어. 엄마는 방에서 일하길래 놀러 나왔어.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 인형! 볼래? 예쁘지? 옛날에 아빠가 사줬어. 뭐더라? 음~ 아, 밀랍 인형이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인형을 하나씩 갖고 있거든.


웬 인형? → 안내해주는 인형! 어, 몰라? 인형을 소중하게 여겨주면, 인형에 영혼이 생긴대~ 엄마가 그랬어. 귀신하고는 조금 다른 거라고. 인형이 살아나면, 우리를 안내해 줄 거랬어.


안내? 어디로? → 안식처! 안식처로 가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대. 나는 여기서도 행복한데, 엄마는 아닌가 봐… 우리는 아직 인형이 살아나질 않아서 안식처로 못 가고 있어. 언니랑 오빠는? 인형이 살아났어?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지?


아니, 인형 없어. 안식처에 인형이 꼭 필요한 거야? → 어… 그럴걸? 안내해주지 않으면 못 가는 곳이라고 하니까~ 나도 어려워서 잘은 몰라~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3층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의 여성이 나옵니다. 그리곤 아이에게 다가와 "찾아다녔잖아.와 같은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네요. 그리고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실례가 많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며 아이를 데려가려 하네요. 어쩌면 낯선 두 사람에게서 아이를 떼어 놓으려는 걸 수도 있죠.




KPC 메모


아이의 어머니는 탐사자와 KPC를 모르는 상태이니 경계하며 아이를 데리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대인 기능》을 사용하여 경계를 풀고, 아래와 같은 안식처에 관련된 추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탐사자의 선언이 있어야 진행되는 루트며, 키퍼가 기능판정에 대한 힌트를 직접 언질 주지 말아주세요.


01. "안식처에는 자격이 있는 사람만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02. "안식처는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나,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03. "안내자가 있어야만 도달할 수 있으며, 안내자는 인형으로 알려져 있다."




… …



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함께 사라지고, 두 사람도 아이가 알려준 302호로 이동합니다. 녹슨 문첩의 소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공동체로 지내는 곳이다 보니 시설을 최대한 깨끗이 관리하는 듯합니다.



《행운》

성공▷ 내부는 그렇다 할 만큼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한쪽으로는 커다란 창문들이 흐린 날씨를 비추고 있고, 그나마 하얀 매트만 올라가 있는 좁은 침대가 보이네요. 이불이 없기는 하지만 침낭을 받은 만큼 침대 위에서 사용해 잘 수 있다면, 꽤 복지가 나쁘지 않은 곳 같습니다.


실패▷ 내부는 그렇다 할 만큼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한쪽으로는 커다란 창문들이 흐린 날씨를 비추고 있고, 침대라거나 책상 같은 가구는 보이지 않아요. 정말로 침낭을 펼치고 짐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일 뿐입니다.



"아, 탐사자. 괜찮아요? 다리 다친 거 아닌가?"


방을 둘러보고 있던, 혹은 짐을 풀고 있던 탐사자에게 물음을 건네는 당황스러운 목소리. KPC의 시선을 따라 눈을 굴려보니, 바지가 유독 축축하고, 어두운색으로 젖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다리가 다친 기억은 없는 걸 보니, 배급소에서 탈출할 때 무언가 묻은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탐사자가 바지를 걷어보면, 다리에는 언제 다쳤는지 모를 큰 상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찢어진 듯 길게 가로지른 상처는 피가 꽤 많이 흐르고 있어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만한 상처가 벌어져 있음에도, 상처를 만지는 손길에도,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처의 통증은 고사하고, 아예 감각이 사라진 것처럼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SAN 0/1D2》


(안식처, 즉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원래의 몸 상태를 떠올리는 구간입니다. 본인의 몸이 무통증이었기에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이며, 무통증의 진상을 제외하셨다면 캐릭터의 설정에 맞게 개변해주세요.)


탐사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KPC는 걱정스럽게 당신의 상처를 살피다가 깨끗한 천을 꺼내 지혈을 돕습니다. 적어도 상처가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KPC의 손길에도 상처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요. 어느 정도 상처를 돌봐준 KPC는 당신 대신 일어나, 나눠 받았던 침낭을 펼쳐 잠자리를 정리합니다. 적어도 비가 오는 날씨에 추운 바닥에서 잘 일은 없으니 다행이에요. …오늘은 피곤했으니, 일찍 잠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탐사자가 잠들기를 원치 않는다면 자유로운 RP를 즐겨주세요. 화장실은 각 층마다, 샤워실은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








09. 바다 끝자락, 안식처의 의미

<BGM 추천: "[Incompetech] - Avec Soin">



《행운》

성공▷ 바스락, 잠을 자던 도중 당신의 귓가에 들리는 작지만 부산스러운 소리. 흐린 눈을 겨우 떠 살피면, 당신의 옆에 앉아 자신의 팔에 천을 감고 있는 KPC가 보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정신없던 소동이 있었는데 당신만 다쳤을 리가 없겠네요. 당신에게는 다쳤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조용했었는데… 그래도 피가 많이 흐르는 상처가 아닌 것 같으니 조금은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당신은 다시 조금씩, 느리게 수면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


흐린 꿈을 꾸었습니다. 몽롱한 시야에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없었고, 몇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하얀 공간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저 멀리 흐릿하게나마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협탁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작은 '무언가'…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확인하려는 순간, 당신의 손목이 무언가에 묶인 듯 당겨지며, 이내 시야가 암전됩니다.


… …


"…사자, …탐사자."

"일어나야죠. 해가 지기 시작했어요."


속삭이며 탐사자의 몸을 흔드는 KPC. 눈을 뜨니 짙은 주홍빛의 하늘이 건너편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나봐요. 탐사자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미 자신이 사용한 침낭을 다 정리해둔 KPC의 빈 자리가 보입니다. 일찍 일어난 걸까요? KPC는 당신이 일어난 것을 확인 후, 창밖을 살피고 오더니 앞에 스프 그릇을 내어놓습니다.


"탐사자가 잘 때, 식당에 내려가서 끓여왔어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고 씻은 다음에 출발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바다까지 30분도 안 걸린대요. 저희 이제, 정말로 도착할 수 있어요."


(하지만 KPC가 내어준 스프는 탐사자의 것뿐, 본인의 그릇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탐사자가 KPC에게 식사를 하지 않느냐 질문을 하게 된다면,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갔을 때 먼저 먹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으며, 먹는다면 이후 다시 게워내게 되니,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으나 《심리학》 판정을 사용한다면, 거짓말임이 쉽게 들통납니다.)


이후로 따뜻한 스프로 배를 채우려, 혹은 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탐사자. …! 순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저앉고 맙니다. 다리에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다리를 짚으려 뻗는 당신의 손도 가늘게 떨리고 있는걸요.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어제에 이어 이어지는 이상한 현상. 여전히 다쳤던 상처는 통증이 느껴지지도 않고,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이 듭니다.



《지능》

성공▷ 처음엔 피부에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던 혈관들, 어제는 갑자기 들이닥쳤던 강한 두통. …이제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 이상하지 않나요? 어디선가 비슷한 증상을 들었던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처음 도착했던 레스토랑의 숙소에서요. 책상에서 발견한 일기에 적힌 내용과 얼핏 겹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당신은… …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떠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고까지 생각이 스칠 무렵, 조금씩 손의 떨림이 잦아드는 것이 보입니다. 다시 일어나려고 시도를 하거나 힘을 줘 움직여 보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조금씩 제대로 움직일 수가 있네요. …아주 잠깐 몇 분일 뿐이었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네요.


탐사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KPC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이지만 조금씩 짐을 챙겨 다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곳의 물은 넉넉하게 씻을 정도는 아니지만, 레스토랑 숙소만큼의 적은 양은 아니기에 마음 편히 씻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 …차라리 이곳에서의 생활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딘지도 모를, 이상한 소문이 도는 곳보다는요. 보세요 탐사자. 안식처라는 곳을 찾아 움직일수록 몇 번의 위험에 처했나요? 애초에 KPC의 말을 믿지 않고 떠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이렇게 몸에 이상이 생길 만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


… …


그런데도 불구하고 탐사자가 여전히 안식처로 떠나겠다고 다짐을 하면, 두 사람은 천천히 준비를 끝내고 1층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출구로 향하던 도중, 로비로 걸어가던 노인이 말을 걸어오네요.


"벌써 떠나는 건가? 어제 들어온 걸 본 것 같은데."

"…보아하니, 두 사람도 '그곳'을 찾아가는 모양이지?"


그곳? 노인은 익숙하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어 보입니다. 노인에게 무슨 말이냐 묻으면, 노인은 "하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가야 말이지."라는 말과 함께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턱짓합니다.


"꽤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바로 떠나는 걸 보면 제대로 마음 먹었나 보구먼."

"그렇다는 건, 스스로를 받아들였다는 의미겠지?"

"안식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지."

"자신의 처지와 상황, 그리고 고통까지 모두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감수해 내야 하는 거야."


(노인도 오래전 안식처를 향하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도 마찬가지로 안내자가 없어 도달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아는 선에서 탐사자에게 정보를 거의 알려주는 NPC입니다. 안식처는 들어가는 순간 돌아 나오지 못해서인지, 도달해 봤다고 하는 사람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는 점. 안내자라는 존재가 정확하게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나, 인형이라고 하니, 다들 소중한 인형을 하나씩 만든다는 점까지요. 하지만 바다로 도착하더라도 안식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이네요.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건 도대체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아픈 걸 참으라는 말일까요? 탐사자가 혼란스러움에 잠길 때, 그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작게 접혀있는 낡은 종이를 건넵니다. 자신에게는 더이상 필요없다고 하면서요. 종이를 받아 조심스럽게 펼쳐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KPC가 당신에게 건넸던 그 종이와 똑같은 안식처의 종이입니다. 이번에는 색이 바래긴 했지만 찢어진 부분 없이, 내용이 온전하네요. 낡은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전체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열려있는 길을 따르라. 세상의 추악함을 막아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터 있는 길을 따르라.

끝내 모든 곳은 막히고, 유일이 열린 길은 바다 끝자락에 닿았을 때 그제야 '안식처'가 되리라.

닿기 위한 자는 고통이 담긴 진실에 눈이 멀지 않아야 하며,

현실의 진실과 거짓된 행복을 선택해야 하리라.


고이 품던 인형은 안내자가 될 것이고, 현실로 이끌 것이나,

잔인한 세상 속에서 '안식처'와 끝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악몽'.

어느 쪽이 더 괴로울지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리라.


믿는가. 자신의 선택을.

믿는가. 자신의 현실을.

믿는가. 안내자의 선택을.




아, 그래서 어제 만났던 아이가 인형에 대해 말한 걸까요? 하지만 보고도 모를 일입니다.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만 잔뜩이니까요. 탐사자가 종이를 다 살피고 나면, 노인은 바로 근방에 바다가 있어, 그대로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정말 쉬운 이야기네요. 어딘가 막혔다는 곳도 없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큰길로만 따라 내려왔잖아요. 이렇게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 사람 외에도 안식처를 찾아 나왔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이렇게 수두룩한걸요.


탐사자와 KPC가 노인과의 대화를 끝내고 출구로 나오면, 순간 KPC가 자신의 팔을 급하게 잡으며 걸음을 멈춥니다. 인상을 구기고 자신의 팔을 내려다 보는 KPC.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걸까요? 그러고 보니… KPC가 잡고 있는 팔은 당신이 자다 깼을 때 천을 감고 있던 부위네요. KPC는 조금 불편한 듯 팔을 몇 번 움직여보더니, 괜찮다고 하며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이전 행운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천으로 팔을 감아놨다는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얇더라도 겉옷을 입었을 테니까요. 고통을 느끼지는 않지만, 탐사자가 끝에 다가갈수록 제 역할을 다 해가는 인형의 몸은 부서져 갑니다. 보이지 않는 곳들은 금이 가고, 완전히 부서지지 않도록 천으로 동여매 고정해둔 상태입니다. 해안가에 닿기 전 자신의 상태를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KPC 메모


만에 하나 탐사자가 KPC에게 안내자 or 인형이 없는데 어떡하느냐, 라고 물어온다면

"인형을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어도 마지막이 되는 장소에 가서 자신을 걸어보는 것이 낫지 않나요?"

라는 답을 해주세요. 종이에 적힌 문장의 의미를 물어온다면, KPC는 추측하는 척 힌트를 말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예시입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건 이곳도, 안식처도 마찬가지잖아요. 어차피 모두 힘든 세상인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 …



<BGM 추천: "[Incompetech] - At Rest">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삭막한 거리를 걷다 보니, 오래된 기억으로 흐려졌던 바다 내음이 다가옵니다. 머리카락을 흩어내며 불어오는 바닷바람. 자박자박, 거친 모래가 구르던 도로 끝에는 어느덧 펼쳐지는 새하얀 모래사장. 덥고 건조한 바람으로 고통받던 3년의 세월이 기억나시나요?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와 당신을 어루만지는 바람은, 케케묵은 당신의 기억마저 흐려지게 만드네요.


하지만 그뿐입니다. 넓은 모래사장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바다. 주변에는 반겨줄 사람도, 시설이라고 쳐줄 만한 건물조차 보이지 않아요.


"드디어 여기까지 도착했네요. 당신이라면 이곳까지 와 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


뒤에서 들려오는 KPC의 목소리에 탐사자가 KPC를 돌아보면, 흐린 미소를 짓고 있는 KPC가 보입니다. 얼굴을 타고 올라온 큰 금이 간 채로요. KPC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표정을 움직일 때마다 목을 타고 올라온 실선은 점점 넓게 번져가고, 벌어집니다. 조금씩 갈라진 틈으로 부서진 조각들이 떨어져 내려요. 마치, 자기(瓷器)가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요.


"제가 탐사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예요."

"현실을 택할지, 이곳을 택할지의 선택은 탐사자의 몫이니까."

"저는 어느 쪽이 옳다고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없어요. 이곳이 탐사자에게 더 행복하다면, 제가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탐사자, 제가 탐사자를 위한 '안내자'예요."


안내자? KPC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당신의 미묘한 표정을 본 KPC는,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요. 저는 당신과 같은 사람도 아니었을뿐더러, 여기서는 현실이 아니니까."라는 말을 이어옵니다.


(이 부분부터 KPC는 탐사자에게 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과 거래를 해서 이곳으로 왔다는 점은 알리지 않고, 자신이 인형이라는 점과, '현실에서 병을 앓고 있는 탐사자가 깨어나지 못하자, 다시 한 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 찾아왔다.'라는 점을 안내해줄 수 있습니다. KPC는 탐사자가 이곳에 남게 되면 일어나는 진실에 대해 알지 못하며, 되도록 탐사자가 원하는 선택을 존중해주려 합니다. 하지만 KPC의 캐릭터성에 따라 존중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도 괜찮습니다.)


"이곳에서는 탐사자가 평소 현실에서 받던 고통과 고민거리가 없을 거예요. 사회적인 문제도, 재산 문제도… 남들과 다름없이 통증을 느낄 수 있는 몸도 가질 테고요. 봐봐요. 저희가 있던 보건소에서도 사회적인 문제 없이, 충분히 안정적이었잖아요? 단지 이곳에 머문다면, 언제 괴물이 되어버릴지 두려움만 남을 뿐이겠죠."

"현실로 나가게 된다면, 탐사자의 몸은 다시 전처럼 돌아가고 말 거야. 통증을 느낄 수 없는 몸, 그리고 앓고 있던 병이 낫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르는 일이잖아요. 정말 모두 잊고 이곳에서의 막연한 삶을 택하고 싶나요?"

"홀로 살아남던 이곳에서의 생활. …외로웠잖아요."


(KPC의 대사는 관계캐의 배경을 담은 대사 예시입니다. 탐사자의 백스토리와 상황에 맞게 개변해주세요.)


서글픈 듯 보이는 KPC의 얼굴은, 어쩌면 기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뻗어오는 그의 손은 얼굴만큼이나 이곳저곳 금이 가고 부서졌고, 다른 곳도 다를 바가 없는걸요. 신체의 부서져 내린 곳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어둠만이 존재합니다. …그는 정말로 인형인 걸까요?


(엔딩 분기입니다. KPC는 자신의 존재는 파편에 불과해, 빠져나갈 수 없다고 설명해주세요. 자신의 마지막 의무는 탐사자를 이곳에서 내보내는 일이기에, 일을 마친 순간 사라지게 됩니다. 만약 자신이 빠져나가더라도 인형에 불과하니, 탐사자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어, 서로 이곳에서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요.)







엔딩











후기



Thanks to.


수련님 (루벤)|궉님 (헤일로 케인)

연홍님 (딜런 와이즈)|정가야님 (미하엘 블레이크)

어의님 (리 샤오샤오)|가비님 (한시원)

라일라님 (하츠미 렌야)|(최여원), (셀리나 유르시엘)|(에드먼드 L. 시어스)

완자님 (칸자키 루이)|호남님 (사자나미 카호)

이온채님 (카라한)|새님 (에단)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시나리오는 총 3편의 시리즈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음 시나리오에서 평행세계의 탐사자와 KPC, 혹은 환생 설정이나 아예 다른 캐릭터들로 플레이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개꽃> 시나리오는 탐사자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행동을 취할지 알 수 없어, 최대한 느긋한 전개로 적게 되었습니다. 키퍼님께서는 상황에 걸맞게 스토리 흐름을 넘겨주시는 임기응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본 시나리오 시리즈는 관계캐와의 헌정으로 적게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공지에 적혀있다시피 맞지 않는 부분은 편하게 개변해 즐겨주세요! (기믹 포함) 또한 인형자체가 세션카드에 등장하는 것은 스포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어떤 역할이나 존재의 의미 등 시작 전 탐사자분께 알려지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만개꽃을 제외한, 이후 뒤에 이어서 나오는 두 개의 시나리오들은 공개 배포를 걸치지 않고 시나리오집에 수록되고, 책은 놀자판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시나리오지만 즐겨주시는 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려요ㅠ.ㅠ



※ 언제나 시나리오 작성 시 참고하기 위해 피드백란을 열어두었습니다.

즐겁게 플레이해주셨다면 여유 있으실 때 한 번씩 부탁드려요~

naver.me/5ycGuMpm




Call of Cthulhu (7th Edition) 의 저작권은 Chaosium Inc. 에 있습니다.

ⓒ1981, 1983, 1992, 1993, 1995, 1998, 2001, 2004, 2005, 2015.

Cthulu 7th Edition, ‘크툴루의 부름’ 한국어 번역판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초여명에 있습니다. ©2016; 전권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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